사회복지관-외국문화학습관
기관 협약 ‘한글 교실’ 열어
국적·연령 다양한 수강생 참여

지난 6일 동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국어 교육이 진행됐다
지난 6일 동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국어 교육이 진행됐다

“기역, 니은, 디귿”, “이것은 꽃입니다”

지난 6일 동부종합사회복지관 1층 강의실에서 한글 공부가 뜨겁다. 

중국, 베트남, 한국. 국적도 연령대도 다양한 학생들이 한 교실에 모였다. 

누군가는 결혼이민자로 제주도에 정착해 한국인처럼 유창하게 말하고 싶어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한다.  누군가는 취업을 위해 제주도로 왔지만 글을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어려워 한글 교실에 참여했다.  누군가는 6·25전쟁을 겪으며 더듬더듬 깨친 한글로는 마음속의 감정을 글로 다 표현 해낼 수 없어 한글 교실에 참여했다.  누군가는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며 글을 깨치지 못해 나이가 들어서도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학생들의 교재는 제각각이다. 한글 능력도 배우는 목적도 다르니 교재도 다를 수밖에 없다.

오태열 강사의 일대일 지도 아래 학생들은 각자의 교재로 열심히 한글 공부에 집중한다. 학교장을 역임했던 오태열 강사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지를 파악해 내가 제작한 학습지로 수준별 학습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6개월 후 수업이 끝날 때는 각자가 수업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을 얻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중국 국적의 한 수강생은 “취업 비자를 얻기 위해 중국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을 어렵게 통과했지만, 막상 한국에 도착하니 실생활 언어는 다르다”며 “‘꽃’이란 단어는 알지만 이것을 문장 속에서 생활어로 들을 때는 잘 들리지 않아 어렵다. 그래서 한글 교실에 참여했고, 수업이 재미있어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동부종합사회복지관과 제주국제교육원(원장 이유선)은 지난달 31일,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 공동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24 다문화가족 한국어 교육’은 동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교육 장소를 제공하고 강사 채용 및 지원 등은 동부외국문화학습관에서 추진해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6월 27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2시간씩 한국어 수업이 진행된다. 

총 42회로 진행되는 이번 한글 수업은 기초 한글 수업을 기본으로 한국어 쓰기·읽기, 한국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익히는 데 목적을 둔다. 수업 마지막 차시에는 그동안 배운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좋아하는 문장 등을 직접 만든 작품에 새겨 학습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동부외국문화학습관 고정란 주무관은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인데 표현하지 못한 말을 매일 한 문장씩 적어 오도록 했다. 그 문장을 하나하나 모아서 그림과 함께 실은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주국제교육원은 신제주, 동부, 서부, 서귀포 등 도내 4개 권역별 외국문화학습관과 제주다문화교육센터를 두고 체험 중심의 외국어 교육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문화 교육을 하고 있다. 

다문화가족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으로 제주다문화교육센터, 서귀포시가족센터도 있지만 거리가 멀어 동부 읍면지역인 성산읍 지역 주민들이 기관으로 찾아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는 현실상 어려움이 있다. 이에, 동부문화외국어학습관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접근성을 높이고자 동부종합사회복지관과 손을 잡고 지속적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부종합사회복지관은 2004년 개관해 서귀포시 직영으로 운영해 오다 2015년 사회복지법인  제주가톨릭사회복지회(대표이사 김형민 신부)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으로 한글 수업이 진행되는데 복지관에서 한글 교실 수업은 15년부터 시작해 올해 벌써 10년차를 맞았다. 코로나 때도 비대면으로 수업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에는 성산읍사무소 주민자치과와 협업해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한글교실을 연간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복지관 이영의 팀장은 “성산읍에 결혼이민자, 외국인노동자의 수가 적지 않다”라며 “지역에 있는 다양한 기관들이 힘을 합쳐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발맞추어 현실적인 복지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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