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작업으로 재능 기부
봉사라기 보다 재미 가득
예쁜 벽화로 전하는 선물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

지난해 직접 그린 벽화 앞에 선 아미고 친구들. 최주호, 이지효, 현윤재, 강여름, 홍해솔, 김은혜
지난해 직접 그린 벽화 앞에 선 아미고 친구들. 최주호, 이지효, 현윤재, 강여름, 홍해솔, 김은혜

서귀포시 관내 청소년 수련 시설은 청소년수련관 2곳, 청소년문화의집 12곳이 있다. 

청소년기본법에 근거해 청소년 활동, 청소년 복지 및 청소년 보호 등의 기능을 통해 청소년 육성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시설별로 청소년이 주체가 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또래의 친구들이 모여 주체적,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동아리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청소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정청소년문화의집 벽화동아리 ‘아미고’
강정 마을을 지나는 주요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유난히 벽화가 눈에 띈다. 마을의 집과 건물 담벼락에는 알록달록 그림이 채워져 있다. 예쁜 색깔과 정겨운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준다. 

강정청소년문화의집 벽화 동아리 ‘아미고’. 아름다운 미술 활동을 하는 친구란 뜻으로 2011년 시작된 아미고는 미술 전공을 희망하거나 미술에 취미를 가진 청소년들이 활동하며 지역사회에 재능기부를 한다. 

아미고는 연간 두 차례 정도 벽화 작업을 한다. 지난해에는 강정초등학교 버스정류장 앞 마을 담벼락에 벽화 작업을 했고, 청소년문화의집 건물 내 타일 벽화 작업을 했다. 
벽화 작업은 우선 장소를 선정하고, 장소를 고려해 주제를 선정한다. 그리고 도안을 선택하고 벽화를 그릴 곳에 하얗게 색을 칠하는 밑 작업을 한 후 도안에 따라 스케치하고 채색하면 하나의 벽화가 만들어진다. 

지난해 작업한 마을 버스정류장 앞 담벼락 벽화 작업은 기존에 그려져 있던 벽화가 낡아 그림이 부분 퇴색되고 있던 차에 새롭게 수정해 그림을 넣으면 좋을 것 같아 주민센터에 문의해 새롭게 탈바꿈했다. 

청소년문화의집 건물 내 타일 벽화는 강사의 지도하에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바를 명언이나 좌우명으로 그림과 함께 표현했다. 

일반 벽화와 타일 벽화는 각각의 매력을 가진다. 일반 벽화는 전체 벽을 하나의 캔버스로 도안, 페인트 채색 등 작업하는 과정에서 전문적인 벽화 작업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타일 벽화 작업 시에는 각각의 타일에 각자 그린 것을 한데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것이니 각각의 개성이 담겨 있고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활동에서 다시 협업하는 과정을 모두 거치는 것이 또 다른 재미이다. 

처음으로 벽화 작업을 완성하고 난 후 소감은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고되고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저 예뻐 보이기만 한 벽화를 직접 작업하는 과정은 몸을 쓰는 노동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아미고 친구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힘든 과정조차도 즐거운 시간이었다”라고. 

아미고의 벽화 작업에 특별히 미술적 재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과 협동해서 깔끔하고 빠르게 끝낼 수 있으면 된다. 이 모든 것에는 ‘열정’만 준비되어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나의 작업을 끝내는 데 보통 3~4개월이 소요된다. 여러 차례 사전 회의를 거치고 실제 벽화 작업에 2~3일 공을 들여 벽화 하나가 탄생한다. 외부에서 작업을 할 때는 날씨의 영향이 크다. 작업 날짜를 잡았다가도 날씨에 따라 변경된다. 구성원끼리의 소통이 중요하다. 

벽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다. 중문초 등굣길의 담벼락에 흐릿해진 그림을 다시 멋진 바닷속 풍경으로 묘사하고 싶다. 꿈을 이룬 나의 모습도 그려보고 싶다. 허전하고 삭막한 길을 그림으로 꽉 채워 텅 빈 길에 생동감과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 풍경을 그리고 음악을 그리고 캐릭터 등으로 꾸며진 담벼락의 그림이 지친 하루 퇴근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즐거워지는 작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 

한 친구는 벽화를 그리고 난 후 가족과 함께 그 앞을 지나갈 때 친구들과 함께한 작업이라고 자랑하니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그 모습에 행복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봉사를 통해 공동체에 기여했다는 보람도 느낀다. 작업을 하고 났을 때 만족감, 성취감도 따라온다. 벽화를 그리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그리는 작업에만 몰두하니 다른 잡념이 들지 않아 심적으로 편안함도 느낀다. 

아미고 친구들은 벽화 작업이 봉사라기보다 그냥 재미라고 말한다. 벽화라는 명목으로 친구들과 만나 교우 시간을 갖는 것이 좋고, 그저 같이 있는 시간이 재미있어 친구들과 얼굴만 봐도 즐겁다. 친구의 말 한마디에도 박장대소하는 친구들. 이보다 더 값진 이유가 있을까. 

▲초등학교 뿐인 동네의 중·고등학생 자율 동아리

서귀포시 강정통물로 112에 주소를 두고 있는 강정청소년문화의집은 2005년 4월 4일 개관했다. 총 3층의 건물에 이용 시설이 구비되어 있고, 소속 동아리로는 벽화 동아리 아미고, 탁구 동아리 워리어즈, 요리 동아리 라따두이, 댄스 동아리 트윙클 등이 활동하고 있다. 

지선희 강정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지도사는 “벽화 동아리가 회장을 중심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활동을 잘하는 자율 동아리이다. 그러나 새학기가 되면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 아쉽게도 몇몇 친구들은 동아리 활동을 그만둔다”며 “강정에는 초등학교뿐이라 사실 동아리 회원 모집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동아리가 많이 알려져서 중·고등학생들이 모여 자기 주도의 청소년 활동이 확대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에 덧붙여 “학교가 수련 시설 연계나 봉사 시간 인정 등 아이들의 학교 밖 활동을 지지한다면 청소년 수련 시설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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