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123)

여문영아리 전경
여문영아리 전경

여물다라는 말은 동사적인 의미로는 과실이나 곡식 따위가 알이 들어 딴딴하게 잘 익다라는 뜻이며, 형용사적인 의미로는 일 처리나 언행이 옹골차고 여무지다라는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여문영아리여물다라는 의미와 관련이 있는 이름의 유래를 가지고 있는 오름이다.

여문영아리는 주소지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경에 있으나, 도로를 따라서 가시리 마을에서 이 오름으로 가는 길은 많이 돌아가야 할 정도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물영아리오름 입구에서부터 북쪽 방향으로 사려니숲길 입구 쪽으로 가다가 도로 오른쪽 목장 너머로 우뚝 솟아있는 오름, 물영아리오름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오름이 여문영아리이다.

이름의 유래

산정에 물이 고여 있는 물영아리 북쪽에 위치하여 마주 보고 있고, 물이 고여 있지 않은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에서 여물다의 관형어인 여문과 신령스럽다는 뜻의 한자 ()’아리를 붙여 여문영아리라고 하고 있다. ‘아리는 만주어로 ()’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며, 영산(靈山), 즉 신령스러운 산으로 풀이하는 설이 있다. 한자 표기로는 신령스러운 여인이 머리를 풀고 앉아 있는 모양이라고 하여 영아악(靈娥岳)’, 신령스러운 산이라 하여 영아악(靈峨岳)’이라 표기하고 있다.

여문영아리를 찾아가는 길

여문영아리 탐방로 입구는 남조로변의 사려니숲길 입구에서부터 남쪽 방향으로는 1.8km 지점에, 물영아리오름 안내소 앞에서부터는 북쪽으로 2.3km 지점에 여문영아리로 들어가는 탐방로 입구가 있다. 또한 이 지점에서 북쪽으로 약 400m 지점에 오름 쪽으로 들어가는 목장길 입구가 있다. 이 입구는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으며 문이 잠겨 있지만, 오름 탐방객들을 위하여 자 통로가 만들어져 있어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자 통로를 지나서 남동쪽으로 휘어진 길을 따라 약 620m를 들어가면 작은 연못 앞에 이르게 되며, 연못 옆에서 삼나무가 우거진 소로를 따라 탐방로 입구로 갈 수 있다.

오름의 지형과 식생, 주변 전망

여문영아리는 오름의 자체 높이가 134m에 달하는 꽤 높은 산체로, 주변에 물영아리와 붉은오름, 가문이, 구두리 등 여러 오름들이 있지만, 넓은 목장 지대에 우뚝 솟아 있어서 자체적으로 높은 위용을 자랑하는 오름이다.

봉우리는 동쪽 봉우리와 서쪽 봉우리, 북동쪽 봉우리 등 세 개가 있는데, 동쪽 봉우리가 정상부 봉우리이다. 오름의 분류로는 북쪽으로 터진 말굽형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동쪽과 서쪽 봉우리 사이에서부터 북쪽으로 크게 터진 굼부리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그 외에 남동쪽 방향으로도 굼부리가 터져 있고, 남서쪽 방향에서 올라가는 탐방로 옆에도 굼부리인 듯, 물이 흘러내리며 만들어진 골짜기인 듯 한 매우 좁은 지형이 있다.

오름의 동쪽, 남쪽, 서쪽 바깥 사면은 대체로 소나무가 짙은 숲을 형성해서 자라고 있으며, 동쪽, 서쪽 봉우리 사이의 능선에는 쥐똥나무 등의 키 작은 나무들과 찔레, 청미래덩굴 등의 덩굴식물 및 억새들이 자라고 있고, 북쪽 굼부리 안쪽과 북쪽 사면에는 후박나무를 비롯한 여러 상록 활엽수들이 식생을 이루고 있다. 오름 주변의 목장 일부에는 삼나무가 줄을 지어 자라서 경계선의 역할을 하는 곳들이 여러 곳에 있다.

이 오름의 주변은 대체로 편평한 지형으로, 목장과 그에 딸린 목초지로 가꾸어져 있으며, 녹산로와의 사이에 펼쳐진 동쪽 들판에는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는 정석비행장이 시설되어 있다.

오름을 오르며

남조로 변에 차를 세우고 여문영아리 입구의 목장으로 들어섰다. 넓은 목장을 가로질러 여문 영아리 쪽으로 들어서니 한 동안 궂었던 날씨가 활짝 개이고, 겨울인데도 가을과 같은 새파란 하늘 아래 여문영아리가 짙은 초록빛을 띠고 앉아 있었다. 목장을 지나 목장 내 시멘트 도로를 만나 오름 남서쪽의 탐방로 입구를 향해 걸었다.

오름 남쪽 기슭의 작은 연못에 이르렀다. 그 연못은 목장에서 기르는 소와 말들이 물을 마시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연못이었다. 연못에는 엊그제 온 비로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그 속에 파란 하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목장을 지나 본격적인 탐방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오름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고 그곳에 오름을 소개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지만, 글자를 쓴 판이 오래 되었는지, 안내 글을 써 놓은 부분이 바삭바삭 부스러져 한 글자도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곳도 오름 탐방객들이 제법 찾아오는 곳인데 시급한 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본격적으로 오름을 오르기 시작하는 지점부터는 숲이 우거져 있었다. 입구에는 소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비목나무 등과 청미래덩굴 등이 얽히고설켜서 자라고 있었다.

입구로 들어서니 탐방로 주변으로 가시리 마을회에서 심어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산수국들이 오름 중턱에 거의 오르는 동안 쭉 심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지금은 겨울이어서 잎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앙상한 가지와 줄기뿐이지만 이제 새봄 햇살이 따스해지면 이곳에 심어 놓은 산수국들이 잎을 피울 것이다.

중턱에 오를 때까지 탐방로 오른쪽 편으로 그리 깊지 아니한 골짜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오름이 형성될 때부터 형성된 작은 굼부리인지, 아니면 오랜 세월 동안 오름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낮은 곳을 따라 아래쪽으로 흐르다가 만들어 놓은 골짜기인지 알 수는 없었다.

오름 중턱을 지나서 7부 능선쯤에 올라섰을 때에 그늘을 만들며 하늘을 가리던 소나무 숲이 사라지고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며 키가 작은 나무들과 찔레, 청미래덩굴, 인동덩굴 등 덩굴 식물들이 뒤엉켜 자라고 있는 곳으로 나왔다. 그곳에서부터 갈림길이 있었는데 오른쪽은 정상부 봉우리로 향하는 길이었고 왼쪽은 서쪽의 작은 봉우리로 향하는 길이었다. 나는 먼저 동쪽 편 탐방로를 따라 정상부로 향했다.

정상부에 올라섰다. 정상부 역시 숲이 우거져 있었지만, 일부분에서는 동쪽과 남쪽의 전망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였다. 동쪽으로는 큰사슴이와 족은사슴이, 그 아래 정석항공관, 또 그 앞쪽으로는 정석비행장의 활주로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였고, 더 멀리로는 따라비오름, 모지오름, 새끼오름, 설오름, 갑선이오름, 병곳오름, 번널오름 등이 바라보였으며. 가시리 풍력 발전 단지의 풍차들이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었다. 남쪽으로는 바로 이웃에 있는 물영아리오름이 마주 바라보였으며, 그 너머 남서쪽으로는 크고 작은 몇몇 오름들과 멀리로는 시원하게 펼쳐진 태평양 바다와 보목 마을 앞의 섶섬이 뾰족하게 바라보였다.

정상부에서 북쪽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동안 숲이 우거져서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동쪽 정상부 봉우리와 서쪽 작은 봉우리 사이에서 북서쪽을 향해 터진 말굽형 굼부리가 만들어 놓은 골짜기의 동쪽 기슭을 따라 이리 꼬불 저리 꼬불 내려가니 북쪽 편 목장 지대로 나올 수 있었다. 목장 지대로 나가기 직전에 서쪽 봉우리로 올라가는 탐방로가 이어져 있는 것이 보여서 목장 지대에서 되돌아 나와 서쪽 봉우리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올라가던 초입에는 잡목과 덩굴들이 우거져서 올라가는데 약간 가시에 걸리기도 했지만, 얼마쯤 올라가니 활엽수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쾌적한 숲으로 들어섰다. 그 숲길에는 바닥에 낙엽이 가득 깔려 있었고 길을 가로막는 덤블들이 없어서 올라가기에 무척 쾌적하였다.

서쪽 봉우리에 올라섰다. 서쪽 봉우리에는 큰 나무가 없었고, 중간 키 정도의 비자나무 한 그루와 키 작은 생달나무 몇 그루, 쥐똥나무 등 키 작은 나무들, 찔레, 청미래덩굴 등 덩굴 식물들만이 자라고 있어서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었다.

사방이 모두 시원하게 바라보였다. 특히 동쪽으로는 이 오름의 정상부인 동쪽 봉우리가 시원하게 바라보였고, 사방으로 한 바퀴 돌면서 바라보니, 구름에 가려진 한라산 정상부와 함께 물영아리, 붉은오름, 구두리오름, 가문이오름, 쳇망오름, 물찻오름, 말찻오름, 궤펜이오름, 성널오름, 물오름, 논고오름, 동수악, 큰거린오름, 족은거린오름, 민오름 등의 여러 오름들과 멀리 보이는 바다에는 섶섬과 지귀도까지도 바라보였다.

서쪽 봉우리에서 내려가서 탐방을 마친 후 물영아리와 여문영아리 사이의 솔내, 즉 송천(松川)으로 가 보았다. 2012년에 개설한 물가두리 사방댐에 시원하고 차가운 물이 가득 고여서 찰랑대고 있었다.

한천민 한라오름연구소장·동화작가·시인

▶ 위치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말굽형(북쪽)▶ 해발높이 514m, 자체높이 134m, 둘레 3,454m, 면적 600,325㎡
▶ 위치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말굽형(북쪽)▶ 해발높이 514m, 자체높이 134m, 둘레 3,454m, 면적 6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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