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제2도약의 기로
감귤 산업 지원 60년 역사
고품질 생산 기반 등 마련
실제 농가 소득은 제자리
유통·제도 개선 등 시급

서귀포시는 대한민국 감귤 주산지다. 정부가 1964년 농어민 소득증대 특별사업 등을 추진하는 등 본격적으로 감귤을 산업으로 육성한 지 60년이다. 감귤 산업은 60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농가가 출하하는 감귤 가격은 노지감귤을 기준으로 했을 때 사실상 수십 년째 제자리 수준이다. 행정이 다양한 정책을 펼친 결과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는 농가가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행정이 감귤 정책과 유통 분야까지 담당하다 보니 빠르게 변하는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귀포시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감귤 산업의 현재를 진단한다.

▲‘고품질’ 생산에도 전체 가격은 그대로
1960년대 정부 지원 등으로 감귤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이후 다양한 품종 도입 등 고품질 생산을 위한 정책이 추진됐다.

1970년대 들어서서 우량 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감귤품종이 도입됐다.

1980년대는 재배 품종에 대한 정리가 이뤄진 시기로 평가받고 있다. 1981년부터 품종갱신 사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

제주 감귤 정책은 감귤 품종 다양화, 출하량 분산, 품질을 위주로 하는 생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 등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감귤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감귤 정책은 생산량 분산 및 조절과 품종 갱신, 고품질 감귤 생산 중심으로 흘러왔다.

제주 감귤은 선도 농가를 중심으로 고품질 감귤 생산량이 조금씩 증가하면서 ‘맛있는 과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감귤 가격은 지난해처럼 기상 여건이나,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는 과일 작황 상황 등에 따라 오르는 해를 제외하면 사실상 정체 수준이다.

높은 가격을 받는 고품질 감귤의 생산량이 증가하면 전체 감귤 조수익도 올라야 하지만 10여 년째 ‘감귤 조수익 1조원 달성’이 목표인 상태다.

▲유통 과정에서 결정되는 가격
감귤 가격은 감귤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농가가 아닌, 농가로부터 감귤을 사들여서 유통하는 유통인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고품질 감귤을 생산했다고 하더라도, 농가 수익은 크게 오르지 않지만, 소비자는않지만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비싼’ 감귤을 사서 먹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농산물유통정보 자료 등을 분석한 감귤 유통비용 등에 따르면 제주에서 서울 농산물 도매시장으로 감귤을 출하할 경우 감귤 1kg의 평균 경락 가격은 1660원이지만 농가는 각종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평균 1040.1원을 받는다. 소비자 가격은 1kg당 평균 2500원이다.

경락 가격에서 공제되는 비용은 도매시장 하차비 23.8원, 상장 수수료(경락가의 4%) 66.4원 등 도매시장에서 90.2원이다.

각종 수수료 등의 세부 내용을 보면 지역 농협 등 생산자 단체는 운송비(농가-생산자 단체) 20원, 선과비 100원, 포장재비 160원, 운송비(제주-서울) 180원, 수수료 69.7원 등 모두 529.7원을 수수료 등으로 받는다.

중도매인은 경락 가격이 1600원인 감귤에 배송료(경매장-점포) 20.4원, 간접비(구입가의 4.0%) 66.4원, 이윤 353.2원을 붙여 kg당 2100원에 판매한다.

소매상은 도매상으로부터 kg당 2100원에 감귤을 사들이고 여기에 운송비 50.0원, 감모비(구입가의 5%) 105원, 간접비 184.8원, 이윤 60.2원 등을 붙여 kg당 2500원에 소비자에 판매하는 구조다.

농감협 등 생산자 단체를 통한 계통출하가 아닌 산지 유통인 등 상인을 통해 판매했을 경우 소비자 가격은 2500원으로 같지만, 농가 수취 가격이 더 낮아진다.

산지 유통인이 농가로부터 감귤을 사서 도매시장과 중도매인, 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됐을 때는 농가 수취가격은 933.3원으로 계통출하보다 kg당 106.8원 낮다. 산지 유통인 수수료는 운송비(농가-선과장) 20원, 선과비 100원, 포장재비 160원, 운송비(제주-서울) 180원 등으로 같지만 생산자 단체에 비해 감모비 18.7원, 간접비 46.7원, 이윤 111.1원 등 176.5원을 더 받고 소비자에게 kg당 2500원에 판다.

▲30년 가까이 된 감귤 조례
감귤 생산과 유통 등을 조절하기 위한 제도는 제주특별자치도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의 전신은 1997년 1월 5일 시행에 들어간 ‘제주도 감귤 생산 조정 및 유통에 관한 조례’다.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는 과거에는 품질을 고려하지 않고 생산량에 초점을 뒀지만, 농산물 개방화 등에 대비해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고, 출하량을 조절해 감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감귤 조례가 제정된 이후 2017년 10브릭스 이상 노지감귤의 경우 크기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출하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등 20년 만에 상품 기준 일부를 변경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귤 조례의 주요 내용은 과일의 크기, 당도, 껍질 뜬 것, 결점과 등 상품 기준을 설정하고, 비상품을 출하하거나, 유통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규제하는 것이다.

또한 조례는 감귤을 출하하려는 감귤선과장은 2명 이내의 품질검사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

자체 선별시설을 갖추고 택배 등을 이용해 1일 300kg 초과 직거래하는 경우에도 품질검사원 1명 이상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례가 감귤의 적정 생산과 품질향상이란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발전 등에 따른 국내 유통 시스템의 변화는 반영하지 못해 조례가 감귤 생산 농가의 수익 증대에는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국내 유통 환경을 반영하고, 농가보다 유통인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 등을 바꾸기 위해 감귤 조례 전면 개정과 유통 시스템 혁신 등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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