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124)

겨울의 별미 붕어빵에는 붕어가 들어있을까? 국화빵에는 국화가 들어있을까? 당연히 없다. 붕어빵은 붕어의 모양을 하고 있는 빵이고, 국화빵은 국화의 모양을 하고 있는 빵이다.

오름 중에도 ‘무엇’이 없는데 “무슨오름‘이라고 부르고 있는 오름이 있다.

물오름, 즉, 수악(水岳)이다.

수악은 남원읍 하례리 지경의 오름으로, 5.16도로 수악교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5.16도로에서 보이는 수악
5.16도로에서 보이는 수악

▲이름의 유래
물오름이라는 이름은 산정에 호수가 있어서 물이 고여 있거나, 오름 근처에 물이 고여있는 연못이 있거나 하여 물과 관련이 있을 때 붙일 수 있는 오름이지만, 이 오름에는 물이 고여있는 호수나 연못이나 웅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물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마도 옛날에는 산정에 화구호가 있었는데, 후에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인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화구호가 없어지고 산정이 변형이 되어서 이제는 물을 찾아볼 수 없지만 여전히 ‘물오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자로는 ‘수악(水岳)’으로 표기하고 있다.

▲수악을 찾아가는 길
물오름을 찾아가는 길을 안내하면 아래와 같다.

서귀포 쪽에서 5.16도로를 달리다가 서성로와 만나는 지점인 서성로 입구 삼거리 교차로에서부터 북쪽의 제주시 방향으로 약 2.3km를 가면 도로 동쪽에 주차 공간이 있고 파고라 쉼터가 세워져 있는 곳에 이르게 된다. 파고라 북쪽 50m 지점에는 도로 양쪽으로 한라산 둘레길 수악길이 이어지는 소로가 있으며, 동쪽편 소로를 따라 약 500m를 가면 수악 정상으로 향하는 탐방로가 입구가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수악 정상에 오르려면 앞에서 안내한 길 하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 또 다른 탐방로를 통해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생길 예정이다. 그 길은 오름 남쪽 서성로변에 위치한 제주국립산림생태관리센터에서 개설해서 준비하고 있는 탐방로로, 개통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이에 대한 안내는 뒤쪽에 자세하고 하고자 한다.

▲오름의 지형과 식생
이 오름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 높이가 다르게 보인다. 남쪽 편의 서성로에서와 서성로 갈림길을 지나 5.16도로 예이츠 산장 가기 전 도로에서 바라보면 상당히 높은 오름으로 올려다보이는데, 오름 북쪽 편 탐방로 입구에서는 오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북쪽 편 탐방로를 통해서 정상부로 올라가게 되면 그리 높지 않는 오름으로 느껴지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체 높이가 149m인 상당히 높은 오름으로, 제주국립산림생태관리센터 맞은편의 도시숲에서부터 수악오름 탐방로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수악오름의 높이가 시작되고 있음으로, 상당한 높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북쪽 편의 탐방로 임구에서 남쪽 편과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형으로 인하여 정상까지 오르는 높이가 40여 m 밖에 되지 않아 낮은 오름으로 느껴진다.

수악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수악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이 오름은 수악(水岳)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오름과 그 주변에서 물이 고여있는 곳은 오름 동쪽 멀리로 흐르는 신례천 시내 외에는 찾를 수 없다. 그런데도 수악이라 불리는 이유를 오름 전문 사이트인 [오름오름들]에서는 다음과 같이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고어에서 물은 물(水)이 아니라 무리(衆)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을 보면 이 오름들에서의 물을 물(水)로 해석하기보다 성판악 탐방로 입구의 물오름과의 사이에 동수악, 논고오름, 보리오름, 거믄오름, 이승이 등이 대열(隊列)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인해 무리(衆)의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수악을 탐방하면서 살펴본 바로는, 수악과 그 동쪽의 난대아열대 산림연구원에서 조성한 채종원과의 사이, 정상부에서 동쪽으로 내려가는 탐방로 중간 쯤에 말굽형 굼부리처럼 약간 휘어져 내려간 지형이 있는데, 그곳이 편평한 것으로 보아 원래는 그곳에 물이 고여있는 작은 호수가 있었을 듯하게 보였다. 그러다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쪽이 함몰되고 지형이 변하여 호수가 사라진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이 오름과 그 주변에는 사유지와 경작지, 정상부 전망대 주변을 제외한 곳은 전체가 소나무, 삼나무 등 숲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특히 북쪽 편 탐방로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동쪽으로 약 400m 쯤 가면 난대아열대 산림연구원에서 조성한 12.3ha(123,000㎡, 37,207.5평)의 채종원이 있어서 여러 종의 수종을 심어서 연구하고 있다.

▲ 수악오름 도시숲
수악오름 남쪽의 서성로 변에는 2021년 11월 26일 새롭게 문을 연 제주국립산림생태관리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곶자왈, 산림습원 등 보전가치가 높은 제주의 산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문을 연 시설이다. 제주 지역은 제주고사리삼, 금새우란, 밤일엽, 호랑가시나무 등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고, 상록활엽수, 곶자왈 등 고유한 산림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어서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 9곳, 약 1,201ha이다.

이에 따라 이 센터에서는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확대 및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산림 생물다양성을 유지, 증진하고, 산림 생태, 문화, 교육 공간으로서 대국민 산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이 센터에서는 센터 시설 맞은 편 수악오름 남쪽 기슭에 수악오름 도시숲을 조성하였는데, 이곳에는 느릿길, 산수국길, 억새밭, 편백숲, 향기원, 무늬나무숲, 빛의화원, 소리정원 등 여러 가지 공간을 갖추어 놓고 개방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또 도시숲에서부터 수악오름으로 올라가는 탐방로 시설과 전망대, 대피소 등을 시설해 놓고 있다. 아직 관련 기관과의 협의 절차 등 행정적인 절차 등을 완료한 후에 개방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름을 오르며
5.16도로를 달려 서성로 입구 교차로를 지난 다음 한라산 둘레길과 만나는 지점의 파고라 앞에 차를 세워두고 수악오름 탐방을 시작했다.

동쪽으로 들어가는 임도를 따라 걸어가다가 한라산 둘레길 수악길이 이어지는 지점을 지나 길을 구부러져 들어가서 오름 정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지점에 왔다. 입구에는 물오름 탐방로라고 쓰여있는 안내판과 국가지점번호판, 오름관리단체 표지판 등이 세워져 있었다.

얼마 전 비가 와서 조금 질퍽한 탐방로를 따라 들어갔다. 탐방로는 약 230m 쯤을 걸어가는 지점까지는 경사가 없이 편평한 숲길이었다. 그런데 그 지점에 에전에 탐방을 왔을 때는 없었던 길이 새롭게 만들어져 시작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도시숲이라고 안내되어 있었고, 숲 사이로 야자매트가 새롭게 깔려 있었다. 나는 새로운 길이 보이면 꼭 가 보고 싶어지는 습성이 있어서 정상에 오른 후 이 숲길을 가 보기로 마음 먹었다.

도시숲 시작점과의 갈림길부터는 정상부 쪽으로 비스듬하게 경사가 지고 있었다. 정상부에 올라서니 전망대가 높이 세워져 있었고, 전망대 아래에는 산불 감시 초소가 있었으며, 산불 감시 요원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전망대 위로 올라가서 사방을 바라보았다. 전망대 위에서는 동서남북 사방이 모두 바라보였는데, 북서쪽으로 구름 낀 한라산, 능선을 따라 동쪽으로 내려오면서 성널오름, 논고오름, 동수악, 이승이오름, 사려니오름, 머체오름이 이어져 있었으며, 남쪽으로 눈을 돌려서 돌아보니 영천오름과 칡오름, 제지기오름, 예촌망, 삼매봉, 솔오름 등의 오름들과 지귀도, 섶섬, 문섬, 범섬이 바라보였고, 서귀포 시내도 일부 내려다보였다.

정상부에서 오름 동쪽으로 내려가는 탐방로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중간중간에 큰 바위들도 몇 개 있었고 경사는 약간 가파른 편이었지만 굵은 밧줄이 묶여있어서 가파른 곳은 밧줄을 잡고 내려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동쪽편 탐방로까지 한 바퀴 다 돌고나서 도시숲 입구로 가서 수악오름 도시숲을 걸었다. 서성로 방향으로 내려가는 숲길이었는데, 이제야 만들어져서 아직 개통은 하지 않았지만 아주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내려가는 탐방로 중간에 전망대가 있어서 남쪽의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이 전망대에서는 법호촌 마을의 영천오름과 토평의 인정오름, 서귀포 시내 남서쪽의 삼매봉이 내려다보였으며, 그 너머로 서귀포 바다와 문섬이 바라보였다. 숲길을 걸어 내려가서 도시숲 느릿길까지 갔다가 왔던 숲길을 되돌아 나왔다.

제주국립산림 생태관리센터에서 관련 기관과의 조속한 협의를 통해서 도시숲이 개방되고 오름으로 오르내리는 숲길이 개통되어서 많은 시민들이 숲에서의 힐링을 하는 날이 속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돌아나왔다.

한천민 한라오름연구소장·동화작가·시인

▶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지경▶ 굼부리 형태 : 원추형▶ 해발높이 474.3m, 자체높이 149m, 면적 273,067㎡
▶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지경▶ 굼부리 형태 : 원추형▶ 해발높이 474.3m, 자체높이 149m, 면적 273,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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