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좋아 모인 친구들
조금씩 조금씩 스며드는
소통하며 위로받는 시간
내 학창 시절의 한 자락

지난달 28일 표선청소년문화의집 동아리실에서 만난 김유진, 허연서, 김나희, 장민이, 오수아.
지난달 28일 표선청소년문화의집 동아리실에서 만난 김유진, 허연서, 김나희, 장민이, 오수아.

서귀포시 관내 청소년 수련 시설은 청소년수련관 2곳, 청소년문화의집 12곳이 있다. 
청소년기본법에 근거해 청소년 활동, 청소년 복지 및 청소년 보호 등의 기능을 통해 청소년 육성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시설별로 청소년이 주체가 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또래의 친구들이 모여 주체적,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동아리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청소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표선청소년문화의집 미술 동아리 ‘시나브로’

도파민은 우리 몸과 뇌에서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경험할 때 분비된다.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 도파민에 취하는 시간”이라 말하는 시나브로 친구들. 이들의 공간에는 행복 바이러스가 넘친다. 

미술 동아리 ‘시나브로’는 미술 전공을 하는 친구,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는 것이 취미인 친구, 그림은 못 그리지만 그저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좋은 친구 등 또래의 친구들이 모여 매 순간이 재미있다. 

11명이 활동하는 시나브로 청소년들은 표선청소년문화의집 길 건너 표선고등학교에 다닌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이제 20살의 새로운 출발점에 선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몇몇은 유아교육, 웹툰애니메이션, 게임애니메이션, 임상병리학 등 가지각색의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2022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시나브로는 평소 청소년문화의집을 이용하는 친구들의 특징을 눈여겨보던 지도사 선생님이 미술 동아리를 추천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둘씩 동아리원들이 모였다. 

담당 청소년지도사 선생님이 미술을 전공한 덕에 미술에 관한 기초 교육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다. 

일주일에 하루, 시나브로 친구들은 동아리실의 문을 연다. 11명의 친구가 매번 모두 모이기는 어렵지만 한 명도 모이지 않은 적은 없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도 있고, 어쩌다 보니 재능을 발견한 친구도 있다. 잘 그리지 못하는 그림이지만 나름의 그림으로 친구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렇게 이들은 미술이라는 공통점으로 한 공간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진학 고민을 나누고 서로가 조언을 건네며 함께 성장한다. 

강사를 초빙해 새로운 활동도 한다. 일러스트, 레고, 헤나, 향수 만들기 등. 그리고 동아리실에는 항상 다양한 재료가 준비되어 있다. 동아리 활동은 정해진 틀은 없고 자율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술 활동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동아리실에 앉아 무언가를 한다.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실에 오는 것은 그냥 당연한 일상이 됐다.  

청소년문화의집 곳곳에는 시나브로의 결과물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벽면에는 다양한 개성의 작품이 자리하고, 삭막해 보일 텅 빈 벽면에도 이들의 액션 페인팅 작품으로 활기를 더한다. 

동아리실에서의 개별적인 활동 외에도 청소년 축제 부스를 열고 봉사활동을 한다. 직접 그린 타투 스티커 만들기, 헤나 그려주기 등 지역 내 다양한 청소년 축제에서 외부 활동을 했다. 이 외에도 지역에서 동화책 표지 만들기 공모전에 출품해 전시도 진행했다. 

학업으로 바쁜 고등학교 시절이지만 매주 동아리실에서 모이는 시간은 이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방해받지 않는 공간을 찾으려면 도서관이나 카페를 가야 하는데 동아리실은 우리만의 공간이고 늘 재료도 준비되어 있다.

이곳에선 입시를 위해 포트폴리오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친구들로부터 조언도 얻을 수 있다.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얻고 같이 고민한다. 독려해 주는 친구들이 있어 좋다. 

한 친구는 “어느 책에서 일을 할 때 가장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은 친한 친구와 작업을 하는 것이라는 글을 봤다”며 “매주 한 번 애들과 같이 있으면서 그냥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친한 친구,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그냥 좋다”고 말했다. 

결과물에 대한 부담보다는 하나의 경험, 미술의 다양한 경험, 학교와 집 쳇바퀴 도는 시간 속에서 힐링의 도피처, 입시의 불안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놀 수 있는 시간, 부담 없이 즐기는 도파민이 발산되는 곳. 그곳이 내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한 시나브로이다. 

▲초중고 근접 시설 이용률 높아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중앙로 13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표선청소년문화의집은 2009년 신축해 지하 1층, 지상 2층의 규모이다. 독립된 건물에서 층별로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담당하는 정윤지 청소년지도사는 “사실 청소년운영위원회, 동아리 등 청소년의 자발적 참여에 대한 모집이 쉽지 않다.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운영되는 활동이다 보니 아무래도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운영이 잘되어야 하는데,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성가족과에서도 지원받고, 표선면에서도 지원을 받다 보니 재정이 부족하진 않고 수요자도 많은 편이라 연간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 특히, 표선 지역에서 교육을 위해 육지에서 이주해 온 가정이 늘어났는데, 육지에서는 일반화된 문화라서 문화센터 등을 많이 찾는다. 초중고도 근접해 있어 이용률은 높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표선청소년문화의집은 올해 30여 개 프로그램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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