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고, 마을 공동체 붕괴 위기까지 직면했던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제주해군기지에 크루즈선 등 관광항 기능을 더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제주도와 서귀포시 등에 따르면 올해 지난달 29일 기준 21개 글로벌 선사가 운항하는 국제 크루즈 29척이 314항차에 걸쳐 제주를 찾을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는 168항차 기항할 계획이다.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크루즈선이 찾으면서 서귀포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크루즈선이 입항할 때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위치한 서귀포시 강정마을에는 외국인이 동네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강정마을과 가까운 중문관광단지와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등 주변 관광지와 골목상권까지 외국인 관광객이 찾으면서 ‘관광 1번지’ 모습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란 게 서귀포 시민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국 등 국제 관광객의 달라진 소비 패턴 등으로 크루즈선 효과가 줄어들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국제 크루즈 관광객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의 쇼핑 및 여행 패턴이 중국의 현재 부동산 경기침체와 내수 부진 등 각종 악재가 지속되면서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에서 싼커(개별관광객)로, 쇼핑에서 체험으로, 대량소비에서 합리적 소비로, 해외여행에서 국내 여행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학계와 전문가 등의 분석이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외국 관광객의 관광 패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지역 주민이다. 강정마을은 지난 2021년 12월 제주도에 시내면세점 유치 사업을 건의하는 등 이미 크루즈 효과 극대화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내면세점 유치 사업은 서귀포시 강정 지역 발전사업 중 ‘쇼핑 아웃렛 조성 사업’이 지역 상권 반발 등으로 어렵게 되자 추진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관세청의 현장 방문에 따른 실무협의와 대기업 면세사업자 5곳의 참여 의향을 묻고, 기획재정부와 강정지역 한정한 특허 방안도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지역 갈등의 상징이었던 해군기지가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버팀목으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주민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강정마을 주민이 제안하는 것은 정부와 제주도,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수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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