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칼럼]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곶자왈 조례가 도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되었다. 앞으로 곶자왈 훼손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법으로는 곶자왈 훼손을 막을 수 없다. 이번 개정 조례는 개발 사업으로 점차 사라져가는 곶자왈을 지켜내기 위하여 장기간에 걸친 조사 끝에 마련된 것이었다. 한마디로 도지사의 의지 부족, 도의회의 이해 부족, 환경단체의 인식 부족의 결과다. 배후에 민원을 의식한 정치적 배려가 깔려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조례는 곶자왈 실태조사의 결과물로 만들어졌다. 이 조사에 참여했던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서 여기에 내용을 일부 설명하여 이해를 돕고자 한다. 우선 곶자왈의 정의를 비롯한 곶자왈의 경계가 문제였다. 도대체 곶자왈이란 어디를 가리키는 것일까. 요즘 백서향 향기가 코를 찌르는 저지곶이나 무릉곶을 간다고 하자. 올레 코스이기도 한 입구에서 곶자왈 숲속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간다. 숲속에서는 곶자왈 전체를 파악할 수 없다. 드론과 같이 하늘에서 조망해야만 오름 분화구에서부터 하류로 이어진 드넓은 곶자왈의 분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곶자왈 숲의 옆구리를 파고들어 일부 구간만을 보고 나오는 것이다. 화순곶자왈을 전체적으로 보려고 한다면 용암의 발원지인 병악오름에 올라서 하류로 이어지며 화순해수욕장까지 구불구불 이어진 곶자왈 숲을 바라봐야 한다. 지금 숲으로 덮여있는 푸른 숲의 색깔을 바꿔 과거 붉은색의 용암류가 흐르는 광경을 상상해야만 한다. 이것이 곶자왈의 형성과정이다. 그러니까 곶자왈은 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류가 하류로 길게 이어진 곳으로, 지금은 자연림의 숲으로 덮여있는 곳을 말한다. 곶자왈의 경계는 화산지질학적으로 용암류가 흐른 곳이다.

현재 사용중인 GIS 곶자왈 도면을 들고 현지조사에 나섰다. 2003년에 구축된 소위 지하수 2등급지인 곶자왈 도면이다. 저지리에 곶자왈 환상숲이라는 유명 관광지가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자연적인 곶자왈 공원이다. 저지곶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이곳은 도너리오름에서 유출된 용암류가 이곳까지 흘러 만들어진 전형적인 곶자왈지대다. 그런데 곶자왈 도면에는 곶자왈이 아니였다. 무슨 말이냐. 정글 숲의 울창한 이곳이 곶자왈이 아니라니. 당시 곶자왈 조사가 잘못된 것이다. 이유는 대강 알겠지만 굳이 말하지 않겠다. 평소 잘아는 이형철 대표님께 말씀드리고 당연히 곶자왈 지역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경계를 새로 그려서 새롭게 곶자왈에 포함된 지역이 무려 33로 전체 곶자왈 면적의 약 35%에 달한다. 선흘곶 대부분이 신규 곶자왈로 편입되었다. 제대로된 곶자왈 정의와 경계를 가지고 곶자왈을 관리해야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이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곶자왈 경계 속에는 골프장과 같은 훼손지역도 곶자왈에 포함시켰다. 원래는 곶자왈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곶자왈은 개발이 가능하다. 생태계 3등급지인 경우 30% 내에서 산림훼손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곶자왈 속에서 이미 개발된 대규모 시설지들은 나머지 70%는 원형보존지구로 남아있게 된다. 남아있는 수림도 관리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원형 훼손지역도 앞으로 곶자왈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특별법에 의한 곶자왈 보호지역은 울창한 수림의 생태계 1, 2 등급지나 보호식물이 분포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절대 보존해야 할 지역이다. 그런데 보호지역의 65%가 사유지였다.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곶자왈 토지를 개발하지 못하게 묶어버린다면 소유자는 당연히 반발한다. 그래서 매수청구권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곶자왈 보호지역 내 사유지(1,610필지, 22.1)에 대한 개략적인 공시지가 평당 가격 31천원 수준으로 보면 2,089억원에 이른다. 앞으로 반드시 매입하여 공유화 시켜야 하는 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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