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칼럼] 안은주 / 사단법인 제주올레 대표

제주올레 길은 2007년 서귀포에서 시작해 제주도 한 바퀴를 다 연결하고, 일본과 몽골까지 이어졌다. 제주도 하면 한라산 다음으로 ‘제주올레’를 떠올리는 여행객이 많을 정도로 꽤 유명하다. 서귀포 원도심에서는 매일올레시장과 제주올레여행자센터를 중심으로 등산복 차림의 올레꾼들을 적잖게 발견할 수 있다. 제주올레가 시작되고 제주올레여행자센터가 있는 서귀포가 걷기 여행의 출발지이자 성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걷기 여행의 성지인 제주도는 전국에서 비만율이 가장 높다. 질병관리청과 통계청 자료를 종합하면 2022년 제주지역 비만율은 36.5%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청소년 비만율까지 10년째 부동의 1위다. 최근 (사)제주올레가 대한보건협회, 한국환경건강연구소와 공동으로 제주올레 길 437km를 완주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 조사 보고서를 보면 제주올레 걷기가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완주자 97.2%는 정신적 건강이 좋아졌다고 응답했고, 신체적 건강은 87.2%, 사회적 건강은 88.1%가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인들이 걷기만 꾸준하게 잘해도 전국 최고 비만 지역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제주올레 길을 걷는다면 우리가 사는 지역을 더 깊고 자세하게 알 수 있는 덤까지 얻는다. 지난 겨울, 서귀포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주올레 7코스를 걷기 위해 출발지에 섰다.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칠십리시공원을 향해 걸어가야 하는데, “칠십리시공원이 어디지?”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집과 학교, 학원만 오갔던 그들에게는 서귀포 한가운데 있는 공원조차 금시초문이란다. 이들 가운데는 대학과 취업을 위해 육지로, 해외로 나가는 이들이 적지 않을텐테, 제주도와 서귀포에 대해 얼마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될까. 제주의 미래 세대들이 제주올레를 걸어야 할 이유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과 우정의 길 협약을 맺기 위해 산티아고를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산티아고 길을 ‘떼’로 걷는 청소년들이었다. 산티아고 길 인근 학교에서는 매년 학생들로 하여금 산티아고 길 100km 이상을 걷게 한단다. 걸으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도모할 수 있고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더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순례자가 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부터 제주도 청소년들의 걷기 문화가 본격 시작된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제주도 청소년들이 제주올레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교과과정에 제주올레 걷기를 넣었다. 초등학교 4학년 사회과 교과서에 ‘우리 지역 제주도에서 시작된 제주올레 길이 세계로 수출되고 뻗어 나가는’ 내용을 소개하고, ‘자랑스러운 제주올레 길 가운데 내가 걷고 싶은 코스는 몇 코스일까?’라는 과제를 던져 학생들이 원하는 코스를 선택해 걸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제주대학교도 올해부터 ‘제주올레 길과 자아성찰’이라는 교양과목을 신설해 총장을 비롯한 멘토단과 함께 제주대 학생들이 제주올레 길 6개 코스를 걷는다. 

제주 미래 세대들의 발걸음이 나아가 이 나라와 지구촌 모두를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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