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화의 뉴스와 책으로 만나는 인권이야기 (1)

#프롤로그

‘인권’이라는 단어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단어다. 인권강사로 활동하는 필자에게도 그렇다. 물론 인권을 정의하면 사람답게 살아가는 보편적 권리를 의미하며 사회에서 누구나 이 보편적 권리를 누리며 살면 된다. 하지만 인권은 나 혼자 소중히 여긴다고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권리를 상대가 억압하거나 무시할 때 문제가 되는데 이를 알면서 하는 경우도 있고, 모르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교육은 어려서부터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렇듯 인권의 정의는 무엇이고 우리 사회 속에서 인권을 지켜야 하는 이야기들을 꺼내놓다 보면 마치 다른 세대를 이해 못하는 꼰대처럼 주저리주저리 겉도는 이야기를 하게 되기 일쑤이다. 

인권을 다 알고있는 것 같지만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 생활 속 ‘인권’으로 자리잡게 하고 싶었다. 

여러 가지 시도 중 신문활용수업을 12년째 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뉴스 속 이슈를 가지고 ‘인권’과 연결되는 질문을 통해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꽤나 효과적인 듯 보였다. 매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보여주는 뉴스는 어떨 때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어떨 때는 우리 속의 혐오와 차별을 반영하는 기사가 넘치기 때문이다. 다만 뉴스로 시작 된 ‘인권’이야기는 공감과 다양한 상황에서의 관점을 넓히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 추가로 선택한 방법이 인권 그림책 읽고 이야기 나누기였다. 

인권 그림책을 활용한 ‘인권’이야기는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이 다양한 생각들을 만들어 내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같은 주제를 다루는 듯 보이지만 다른 입장에서의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인권감수성을 만들어 내는 힘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선택하는 뉴스와 그림책에 따라 ‘인권’이야기의 주제는 매번 달라지겠지만 ‘나’의 소중함을 알고 ‘너’의 소중함을 인정하며, ‘우리’로 함께 하는 인권교육의 진정한 목표를 만들어 나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뉴스와 그림책을 통해 인권의 가치를 하나씩 살펴보려고 한다. 지속되는 인권교육 속에서 필자가 느낀 변화의 소중한 감동의 순간을 ‘서귀포신문’의 독자들과 함께 나눈다. 따끈따끈한 이슈와 그림책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더욱 공감하기를 기대한다.

#뉴스를 통해 살피는 인권 이슈 

2024년 파리올림픽 공식 포스터가 공개됐다. 공개되자마자 화제성을 낳은 건 역대 올림픽 포스터 스타일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번 파리올림픽 포스터 작가의 이력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비단 이런 사실외에도 파리올림픽 포스터를 보자마자 미술관에 걸릴 것 같은 정교한 미술작품 같아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포스터의 가장 큰 특징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일반 선수 경기와 장애인 선수 경기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포스터는 각각의 포스터로 보이지만, 옆으로 이어주면 하나의 그림이 된다. 이런 방식의 포스터는 하계 올림픽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어쩌면 파리올림픽 포스터와 패럴림픽 포스터가 나란히 있지 않았으면 내게는 스쳐 지나가는 뉴스가 됐을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전의 올림픽 포스터와 다른 이미지, 2024 올림픽 포스터 뒷 이야기로 흥미로운 수업을 준비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패럴림픽을 같은 위치에 하나를 함께 만든 포스터로 나는 ‘장애인 인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권 이슈 : 장애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보기 

인권이란? 나이, 성별, 장애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의미한다. 물론 장애 인권이란 의미에 이렇게 단순히 내린 정의가 아닌 장애의 정의, 장애의 구분, 나라별 장애를 규정하는 다른 차이, 장애인의 권리,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근거 법령 등 함께 정의 내리고 익혀야 할 개념이 많다. 어떠한 개념보다 장애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없는 눈으로 장애인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요구가 항상 먼저 듣는 말이다. 다만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장애인과 비장애인마다, 또 장소에 따라 각각 다를 뿐이다.

#장애인 인권을 함께 이야기하기 좋은 책

올림픽 일정이 왜 다른지, 무엇이 공평한 조건인지, 호기심을 충족하는 몇 개의 질문을 던지고, ‘장애 인권’을 동화책으로 연결지어 이야기하면 개념적, 인지적 교육에서 마음에 다가가는 정서적 교육으로 전환되기에 아주 훌륭한 도구이다. 장애인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너의 생각은 어떤지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다 보면 나와 다른 상황이지만 책 속 주인공의 입장에서 헤아려 보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장애인으로서, 장애가정의 일원으로서 다른 사람의 시선은 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향하는지, 그런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 드는지 몇 권의 책을 통해 들여다보고 공감해 보자. 

첫번째 소개하는 ‘늘보씨, 집을 나서다’는 30년 넘게 신장장애로 투병 중인 김준철 작가의 책이다. 장애인들이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미안해 하지 않으면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느리지만 천천히 매일을 살아내는 지체장애인 늘보 씨의 하루를 통해 장애인을 대하는 비장애인들의 시선과 태도, 그리고 장애인이동권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할 수가 없어’는 동생을 좋아하지만 조금 창피한 생각도 드는, 마구 구겨진 종이 같은 마음이 들 때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현직 소아과 의사가 장애가 있는 동생과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쓴 그림책이다. 장애가 있는 형제가 있으면 그 형제에게 부모의 관심도 지원도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내적 갈등을 겪으면서 순간 나쁜 선택을 했을 때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할 비밀을 가진 것처럼 자신을 짓눌리게 하는 마음의 병을 만들어 낸다는 연구 분석이 있는 것처럼 장애 가족의 일원으로 또 다른 관심 대상을 찾아내고 치유해 줄 수도 있다.

‘빨간 모자가 앞을 볼 수 없대’의 주인공 빨간 모자는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다. 오늘 빨간 모자는 난생처음 숲을 건너 할머니께 생일 케이크를 가져다 드리려고 집 밖을 나선다. 빨간 모자에게 세상은 낯설고 두렵지만, 빨간 모자는 용기를 내어 숲 속 동물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안녕? 난 빨간 모자야. 할머니 집에 심부름을 가는 길인데 나를 도와줄래? 난 앞을 볼 수 없거든” 이렇게 청한 도움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까? 내가 만약 시각장애인이라면 어떤 기분이고, 미션을 수행하려면 세상에 어떤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나름의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이야기 활동이다. 특히 이 그림책은 단순한 듯 하지만 그림책 전반에 어둠이 만들어 낸 듯한 멋진 작품이 들어가 있다. 살짝 한 걸음 물러서면 보이는 세상 이치처럼 소소한 재미도 찾아내길 바란다.

# 한뼘 더 나아가기 활동 책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는 현직 교사가 펴낸 알려주고 싶은 시리즈물이다. 지하철 손잡이가 왜 들쭉날쭉한가요? 등의 재미있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건강과 일터를 지키고, 차별을 없애는 모두를 위한 ‘착한 디자인’과 사람을 위한 과학 디자인인 ‘디자인 공학’에 대해서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또한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으로 사람에 맞춘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수없이 많은 늘보씨들을 위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얘기해 주면 어떨까? 

몇 년 전 한 제주언론사 주관으로 제주대학교병원의 인도가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 적합치 않다는 보도를 접하고 청소년들이 직접 실태를 취재하는 청소년 캠프를 진행한 적이 있다. 장애가 없지만 휠체어에 앉고 한 친구는 휠체어를 밀면서 제주대학교병원을 구석구석 다니다보니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되는 자리가 엄청 공포스러웠다는 소감을 발표했던 것이 인상깊었다. 

인권교육을 인권이 무엇인지 알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길러지게 하는 교육이라고 한다면 지식전달의 교육만으로는 결코 마음 속 편견을 깰 수 없다.

내 마음 속에 자리잡은 편견은 없는가? 나도 미완성이지만 오늘도 인권이야기를 꺼내 든 이유는 느리고 거추장스럽고 불편할지라도, 힘들지만 천천히 조금씩 같이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때문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늘보씨, 집을 나서다’ 속 내용으로 대신한다. 

“힘을 내어 힘껏 바퀴를 밀어
한 번, 두 번, 다시 또 한번
힘껏 바퀴를 굴러오길 잘했지?”

                               이현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강사·제주인권강사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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