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나의 여행’ (제주산책, 2023)

책의 표지
책의 표지

“너는 어디서 왔고 종착지는 어디니?" 

물의 탄생에 대해 궁금했던 적이 있던가.

얼마전 유럽 여행에 관한 책을 주로 쓰는 육지 출신의 여행 작가가 독특하게 제주도물의 시선으로 아주 섬세하면서도 생생하게 잘 표현을 해내고 있는 제주도물의 시작과 끝에 관한 그림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해 읽어보게 됐다. 

은은한 옥색빛깔의 잔잔한 파도가 일렁거리는 숨결이 읽어보라고 손짓을 하는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책은 제주도 물이라는 주제를 통해 제주도 물의 탄생과정과 어떻게 끝을 맺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나 제주도물의 탄생과 어떻게 서로를 돕고 협력을 해나가며 지구상에서 가장 큰 바다이자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저 머나먼 태평양바다로 까지 흘러 들어가게 되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다. 

“드디어 찾았다! 여기네요, 언니. 여기서 물이 시작되나 봐요. 애들이 노는 물이 왜 이렇게 차가운가 했더니 물이 땅속에서 솟아나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맑고 투명하구나. 마셔도 되겠어요. 요즘은 집집마다 수도가 있어서 먹지 않지만, 옛날에는 다 이 물을 길어다 먹었어. 여기 물은 엄청 차가워.” P-22 중에서...

육지에 살던 저자가 제주에 내려와 맞이했던 무더운 어느 여름날, 우연히 서귀포 서홍동의 솜반천에서 한나절 보내며 얼음장 같이 차가웠던 솜반천내의 물감촉이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한다. 

사실 여행작가인 저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솜반천 물은 ‘선반내’란 이름으로 부르곤 했던 곳이다. 토박이인 나에게는 더위를 피해 친구들과 옷 입은 채로 풍덩 물웅덩이에 뛰어 들며 물놀이를 하거나 달궈진 바위 위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며 옷을 말리고 집으로 돌아갔던 유년시절 추억이 깃든 곳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나 어린 시절부터 서귀포 바닷가에 인접한 곳에서 나고 자랐던 나에게는 이 솜반천(선반내)를 비롯한 서귀포와 제주시의 하천과 바닷물이 궁금증과 호기심의 대상이 되진 못했다. 

그런데 저자는 사시사철 용천수가 흘러 천지연폭포의 원류가 되는 이곳의 물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궁금해졌다고 말한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본인만의 시선으로 그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의 삶을 관찰한 여행작가답게 로컬들이 발견해내지 못했던 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제주도에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태평양바다로 떠나는 제주도물 한방울의 여정을 그려내고 있어 제주도 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게 해줘 놀라웠다. 

“너희들은 정말 힘이 세, 이 엄청난 소리도 말이야.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어. 뜨거운 용암에서 태어나 단단하게 굳은 우리를 조금씩 깎아 이렇게 커다란 웅덩이를 만든 것도 너희지. 처음엔 몇 방울씩 떨어지더니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렇게 거대한 물줄기가 된 거야.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존재지. 무엇보다 이렇게 두려움 없이 바다로 뛰어내리는 용기를 가진 것은 너희밖에 없어.” P-38중에서... 

망망대해를 이루는 태평양바다도 처음 시작을 이렇게 한방울씩 개별적으로 본다면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들로 보여질 것이다.  

하지만 한 방울의 작은 존재들이 하나둘씩 모여 냇물과 폭포가 되고 동해와 서해 그리고 남해를 넘어서 세계와 맞닿아 있는 듯한 깊이의 태평양 바다로까지 나아가 제주물들의 인내와 용기 그리고 우정들이 빛을 발하는 아름답고 위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이처럼 작디 작은 제주의 물 한방울들이 모여 하나둘 힘을 모은 뒤 태평양 바다로 여정을 떠나는 여행 작가가 쓴 제주도 물의 여행 이야기를 읽으며 함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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