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피는 동백꽃'
강정청소년문화의집, 4·3 기억
동백 송편 등 체험형 역사 교육
청소년들 “다신 반복하지 말길”
여느 때라면 늦은 아침식사를 즐길 토요일 이른 오전, 강정청소년문화의집에는 10여명의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들은 강정청소년문화의집의 프로그램인 ‘4월에 피는 동백꽃’에 참여 학생들이었다. 제주 4·3의 의미를 동백꽃 모양의 송편 만들기로 배우는 프로그램으로 강주연 청소년지도사와 강명희 요리강사가 이 날 행사를 이끌었다.
이 날 ‘4월에 피는 동백꽃’은 4·3의 아픈 역사를 식문화와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동백꽃 송편 만들기, 4·3 역사 배우기, 소감 나누기의 순서로 약 두시간 동안 진행됐다.
송편 만들기 실습에서 아이들은 붉은 ‘홍국쌀’을 낸 반죽으로 동백꽃을, 녹차가루를 섞은 초록색 반죽으로 푸른 동백잎을 표현했다. 특히 제주 전통 식문화를 반영해 완두콩을 소로 사용한 점이 돋보였다.
“제주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랐던 콩은 오랫동안 제주 식문화의 중요한 재료였다”는 강명희 강사의 설명에 아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고 자그마한 손으로 꼼꼼하게 동백꽃과 닮은 송편을 빚으려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진지했다.
강명희 강사는 “재료를 통해 아이들이 4·3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작년 교육청 마을활동가 양성과정에서 처음 시작했고 강의계획서를 제출할 때 이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편이 찜기에서 익는 동안, 강명희 강사는 4·3의 역사와 동백꽃이 그 상징이 된 이유를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동백꽃은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지 않고 꽃 전체가 통째로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이 모습이 한 생명이 오롯이 희생된 4·3의 아픔과 닮았다는 의미가 있다. 이를 1990년대 초에 강요배 화백이 작품을 통해 표현했고 이로써 4·3의 상징꽃이 된 것”이라는 이야기에 아이들의 표정은 숙연해졌다.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을 넘어 감각적 체험으로 역사를 이해하는 기회를 가졌다.
서귀포시 새서귀초등학교 5학년 김재진 학생은 “4·3은 우리가 사는 제주의 아픔이 담긴 역사니까 꼭 기억해야겠다”며 “만든 송편을 가족과 나눠 먹으며 오늘 들은 4·3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학교 3학년인 권시윤 학생은 “4·3은 너무 마음 아픈 사건인 것 같다.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강주연 청소년지도사는 “교과서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도록 대중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4·3 주간에는 수련시설과 학교가 연계해 학교 안팎에서 통합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날 프로그램은 참여학생이 직접 4·3에 관한 자신의 생각과 소감을 적은 메모지를 동백나무 판넬에 붙이며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강정청소년문화의집은 앞으로 역사와 문화 융합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강주연 청소년지도사는 “제주에서 가장 중요한 근대사는 4·3이다. 아이들이 4·3에 대해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완성된 동백송편을 집으로 가져가 가족과 나누며 4·3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