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 전 제주감귤농협 조합장
폭염과 열대야 기간이 길어져 견뎌내기가 힘들다고들 한다.
작년부터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었다. 폭염과 열대야가 길어져 고온기간이 지속되고 겨울은 춥고 한파가 발생하지만 그 기간이 짧아져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커지는 기후대는 냉대권에 속하는데, 이처럼 무더운 여름철이 길어지고 한파가 발생하는 겨울이 짧아지는 기후대는 아열대 습윤대에 이르렀다고 한다.
장마철이 없어지고 아열대 기후대의 전 단계에 달해 머지않아 겨울 기간이 더 짧아지고 여름이 더욱 길어지는 아열대권에 진입한다고 한다.
아열대권에 진입하게 되면 자연생태가 바뀌게 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변화된 환경에서 적응하기란 무척 힘들다.
자연생태계는 민첩하게 반응해 적응하면서 종래와는 다르게 변모한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과는 달리 자연생태계가 인간이 바라는 방향으로 변화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생태계는 이와 관계없이 환경의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변화된 생체리듬이 작동되는데 고온 환경을 선호하는 생물은 변화의 폭이 클 것이고, 이 보다 낮은 기온을 좋아하는 생물은 적응하지 못하여 도태가 될 것이다.
고온 환경에서도 수분이 많으면 생장속도가 왕성할 것이고, 한발이 지속되어 건조하게 되면 위축되어 비가 오기를 기다릴 것이나 그렇지 않으면 고사하게 될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 의해 적은 양의 우량에 의해 생존하는 새로운 생물이 발생될 수도 있어 기후변화는 생태계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감귤만 하더라도 눈에 크게 띄지 않지만 많은 변화를 하고 있다.
개화기가 빨라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마가 사라져 2차 생리낙과기가 앞당겨졌으나 낙과량은 적은 편이었다. 7월부터 폭염이 시작되고 강우량이 적다보니 나무가 위조되어 물을 주는 감귤원도 있었다. 그만큼 일사량이 강해 기온이 높아지고, 토양건조는 가속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3일 기준 예래동 소재 비가림하우스 밀감과 노지밀감의 당도가 9브릭스 이상이 되었다.
비가림 하우스 밀감이 노지에 비해 당도가 높을 것으로 믿고 있지만 비닐에 먼지가 묻어있어 차광이 되고 있고 일사량이 노지에 비해 적어 광합성 작용이 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일품종이라도 노지밀감의 당도는 비가림에 비해 10월까지는 높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후 강우량이 많을 경우에는 부피발생이 많아져 상품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비가림 하우스에서도 계속 당도가 높아질 수는 있지만 재배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열대환경에서는 장마철에 집중됐던 강우가 분산되어 국지성 호우, 태풍, 가을장마에 의해 우량이 증가될 가능성이 많아 감귤 성숙기에 집중된다면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선진국에서는 배수촉진을 위해 경사지를 계단식으로 조성하여 개원하고 있는데 이를 생산기반 조성이라고 한다. 집단적으로 생산단지를 조성할 경우 생산단지, 또는 생산기지라고 한다.
이렇게 집단적으로 단지를 조성하지 못할 경우에는 부분적 혹은 개인적으로라도 조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시도조차 못하고 있어 정책이 있는지 아쉽기도 하다.
생산기반이 조성되어야 고당도 감귤을 생산할 수 있고 완숙재배를 할 수 있을 터인데 과거에 행했던 재배방법도 기후변화에 의해 행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기후변화 대응책은 부분적으로는 힘들고 전면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제도도 조정할 것이 있거나 새로이 신설할 것이 있으면 과감히 시정해야 한다.
지식을 생산하는 조직에서는 선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사업을 추진해 이끌어갈 수 있지만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지 못하는 조직은 이미 익히 알려진 지식이나 선진국의 지식을 도입해 선진국을 추격하는 입장이다.
추격하는 상태에 있어서는 추종ㆍ종속이 되어 새로운 일에 직면하더라도 전통적인 지식으로만 대책을 세우다 보니 번번히 실패하고, 세월이 흘러도 전통방식으로 매사를 영위하기에 후진국 산업에 머무른다.
기후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할 수 없이 조직원은 세대교체될 뿐 후진산업으로 제자리걸음을 할 뿐인 것이다.
안정되고 혁신적인 제도권에 진입한 조직이라면 제도를 다스리는 철학 즉 비젼이 있을 것이고, 구성원들은 이에 맞춰 역량을 갖춘 조직원이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지적(知的)으로 대처하려 노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