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언 / (사)제주중독예방교육원장
제주는 그동안 마약류 청정 안전지대로 알려졌으나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딱히 안전지대라고 안심할 수 없으며 더 이상 방심할 수 없게 됐다.
제주지역에서 검거되는 마약류 사범 인원이 매년 증가하는 등 일상 속 만연해진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과 특단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상반기 마약류 범죄 단속에서 모두 60명이 검거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2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검거된 피의자 가운데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이 55명으로 대부분 차지했고 대마 사범은 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도민은 28명(46.7%), 타지역은 32명(53.3%)이고 공급사범 21명, 투약사범은 모두 39명이다.
또한, 온라인 마약 사범이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검거된 마약사범 60명 가운데 11명(18.3%)은 온라인 마약 사범으로 전년 같은 기간 4명(12.5%)보다 늘어났다. 이제 마약 청정지역이라는 제주에서 마약류 오·남용문제가 심각하게 사회문제로 제기되는 시점에 와 있다.
그 내용은 마약류 복용자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 마약류 복용자의 직업군이 다양화되고 저변에 확대되고 있는 점, 마약류 복용하는 연령이 점차 연소화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마약류 남용으로 인한 사회문제는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마약류의 국내 반입이나 국내 생산 및 유통은 미비한 상태이고 이를 규제할 수사기관마저 없는 상황이어서 마약류 남용 문제는 일부 부유층이나 연예인, 유흥업소 종사자 등 사회 특수계층 사이에서나 유행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약류 남용은 사회 일부계층에 국한하지 않고 회사원, 농어민, 학생, 가정주부, 외국인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점차 침투폭이 넓어지고, 마약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마약류란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통칭하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약에 대해 ‘약물 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며(의존성), 사용 약물의 양이 증가하는 현상이 있고(내성), 중단할 경우 신체적 고통과 부작용이 있으며(금단증상),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을 말한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마약류가 지니는 환각효과를 즐기기 위해 투약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향락추구를 위해 혹은 피로회복과 체력유지를 위해 마약류를 복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진통 혹은 치료효과를 기대하고 마약류를 복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기에 앞서 두려움 극복을 위해 마약류를 복용하는 사례도 있다.
그 밖에 친구 혹은 선후배의 강요에 의하거나 우쭐감에서 마약류를 남용하는 사례도 있다.
마약을 하는 동안은 잠시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무아지경 속에서 마약 구입자금을 위한 강·절도와 처방전 위조 등 부수적 범죄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강간이나 폭력 등의 집단범죄를 저지르거나 쾌락에 기대어 쉽게 자살 또는 타살행위에 이르는 등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약류 유입과 확산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이유는 방치할 경우 개인의 파멸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 국가, 그리고 더 나아가 인류전체가 공멸하는 최악의 상황이 야기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또한 마약 확산을 막고 국민과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마약류의 제조, 수입, 매매, 소지를 금지하는 것이다.
마약은 모든 사람에게 해롭지만 신체적ㆍ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에게 특히 해롭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호기심, 과대한 행동충격, 내적불안, 성욕불만 등을 해소하고 싶어하는 청소년은 마약 판매로 폭리를 얻으려는 어른의 속임수에 넘어갈 우려가 크기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한편, 우리나라의 국제범죄 환경 역시 갈수록 외국산 신종 마약루 유입이 증가추세에 있으며 최근에는 주변국 범죄조직의 국내 침입도 가시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제범죄조직의 도전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정보협력 및 유관기관간 공조체제 구축이 긴요한 시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약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어느 한 집단과 기관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사회전반과 범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집결돼 우리사회가 마약없는 건강한 사회로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