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환 / 제주펫스쿨 훈련사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가축화된 개들은 인간 사회와 더불어 진화해 왔다. 특히 18세기 유럽의 산업화 시기에는 인간보다 뛰어난 후각·청각 등 감각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목적견이 탄생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개는 사냥, 목축, 경비, 구조 등 인간의 삶과 직결되는 영역에서 많은 역할을 맡게 되었고 이는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반려견 문화의 초석이 되었다.

현재 세계애견연맹(FCI)’에는 400여종이 넘는 견종이 등록되어 있으며, 사냥을 돕는 조렵견을 시작으로 경찰견, 군견, 인명구조견, 시각·청각 안내견까지 인간의 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반려인구 1500만 시대를 맞이하며 반려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유럽과 같은 선진 반려문화에 비해 제도적 기반이나 인식 개선 면에서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진돗개, 풍산개, 삽살개, 동경이와 같은 토종견이 존재하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귀중한 문화 유산으로 평가된다.

제주 역시 고유 품종인 제주개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바 있으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토종견 보존은 단순히 지역적 상징을 넘어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기에, 제주도의 반려 문화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제주의 반려 문제에서 자주 언급되는 주제가 바로 들개문제다. 흔히 길고양이라는 표현은 익숙하지만, ‘길개라는 말은 낯설게 들린다. 개는 애초에 인간에 의해 가축화된 동물이기 때문에 주인없는 개는 유기견이라 부른다. 이들이 방치되거나 무분별한 번식으로 이어질 경우 야생성을 되찾아 들개라 불리며, 가축이나 사람에게 위협을 주기도 한다. 제주도는 몇 년 전부터 대규모 중성화(TNR) 사업을 추진하며 유기견 번식을 차단하는 노력을 이어왔다. 그 결과, 개체 수가 점차 감소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지역사회가 반려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적으로 대응한 긍정적 사례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는 결코 완결된 대책이라 보기 어렵다. 꾸준한 관리, 그리고 반려견과 보호자의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 제주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과제는 무분별한 입양이다. 반려견을 단순히 외모나 이미지로만 바라보는 태도는 위험하다. 골든 리트리버는 천사견으로 불리며 시각안내견으로도 유명해 많은 이들이 착하고 온순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대형견은 성장하면서 힘이 세지고 그에 따른 관리가 필요하다. 초기 사회화 교육과 지속적인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산책이 너무 힘들다’, ‘집안을 어지럽힌다와 같은 이유로 파양이나 유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불편을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는 문제다. 보호소 운영, 구조 활동, 사회적 갈등 등 결국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하는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려견을 맞이하기 전에는 가족 구성원 간의 충분한 대화와 준비가 필요하다. 주거 환경, 생활 패턴, 가족 성향에 따라 반려견의 크기와 기질은 달라진다. 좁은 공간에서 대형견을 키우면 불편함이 생기고, 반대로 활동량이 많은 가족에게 지나치게 얌전한 소형견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반려견 행동 전문가나 훈련사와의 상담을 통해 현실적인 조언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문가의 시선이 더해진다면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 행복한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려견은 자신을 존중하는 보호자에게 행복한 미소와 헬리콥터 꼬리를 흔들며 온 몸으로 애정을 표현한다.

준비된 반려인이 많아질수록 반려동물과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기회도 늘어난다. 이는 한 가정을 넘어 지역 사회의 문화적 기반이 되며 나아가 반려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제주가 진정한 반려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려인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책임 있는 선택과 꾸준한 배움이 있을 때 제주의 반려문화는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존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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