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숨은 비경 탐방>③ 위미3리 테웃개

# 주민들 사이에 숨은 ‘인기 피서지’
남원읍 위미3리 해변에 자리 잡은 ‘테웃개’는 마을에서 꼭 ‘마음의 생명수’와 같은 공간이다. 마을 어귀에 있는 동네 슈퍼 옆 골목을 따라 500m쯤 내려가면 보인다.
테웃개로 향하는 관문인 동네 슈퍼 주인 김옥단(75세)씨는 “빨래도 하고 마시기도 하고 목욕도 하던 곳”이라며 “발을 5분 이상 담글 수 없을 정도로 시원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운을 떼니, 방문객들은 좁은 마을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음에 틀림없다.

양석환 이장은 “피서철 주말에는 300명이 모여 든다”고 귀띔했다. 마을 전체 인구가 100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이에 맞먹는 인파가 이곳에 붐빈다는 얘기다. 알리는 표지판도, 그럴싸한 홍보도 없는 데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건 거의 ‘입소문’임이 유력하다. 마을 인근 주민들만 몰래 알고 있는 ‘인기 피서지’다.

테웃개는 옛날 ‘떼배’(테우)를 대는 포구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큰 배는 정박할 수 없고 떼배 서너개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정도의 면적이다. 지금은 배가 드나들지 않는다. 이 공간 안에는 용천수가 검은 바위의 틈을 타고 흘러나온다. 이 곳 용천수는 바닥에서 5.5m의 높이에 하루 평균 9000㎥가량 내뿜으며 시원하게 테웃개를 드리운다.

옛 싱그물 터는 테웃개에서 동쪽으로 50m가량 떨어진 ‘빌레’(너럭바위)일대에 나오는 물이다. 무분별한 해안매립과 지하수 개발로 20년 전부터 급격히 줄어 지금은 ‘찔끔’ 나오는 수준이다. ‘싱겁다’라는 어원에서 유래한 싱그물과는 달리 테웃개 물은 “짭쪼롬 하다(짜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4~50년 전만 해도 테웃개 앞에는 갯돔이며, 다금바리며 고기떼들이 엄청 많았지. 마을 사람들은 건져 내기가 바빴으니까. 고기들이 차츰 사라지는가 싶더니 물도 조금씩 말라가고 있는 것 같아.” 이 마을의 터줏대감인 오상문 전 노인회 총무(75세)의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테웃개를 중심으로 마을을 일궈온 주민들의 삶과 변화하는 생태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오상문 전 총무는 “자연은 받은 만큼 토해 낸다”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슬며시 조언한다. 지귀도 앞 빼어난 절경과 시원한 용천수를 자랑하는 테웃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가짐과 함께 동네 어르신들 이야기를 두런두런 들어보는 것은 이 곳 방문의 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