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를 놀라게 하다

한국축구가 4천만 대한민국 국민의 열렬한 응원속에 8강진출의 신화를 창조했다. 지난 18일 벌어진 대 이탈리아전은 세계축구를 이끄는 팀과의 경기라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온 국민은 집에서, 거리에서, 경기장에서 환호했고 선수들은 처절한 전투에서의 승리를 만끽했다. 5: 0 감독의 히딩크는 이제 국민적 영웅으로 한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불굴의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과 묵묵히 한국축구팀을 정상으로 이끌어온 그에게 우리는 찬사와 박수를 보내는데 인색하지 않고자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다.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끈끈히 이어져온 지역분열, 영·호남의 대립구도가 일거에 “대한민국”이라는 한 목소리에 파묻혀가는 아름다운 광경을 스스로 창출해 낸 것이다. 우리는 국민적 염원인 16강 진출을 이루기 바라면서 그 토대위에서 국민대통합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 이유는 정치인들의 자각을 통해 한국사회, 한국정치의 또 다른 16강을 원했기 때문이다. 히딩크 대통령이 등장하는 우리사회의 병적인 현상은 단순히 좋아하는 의미를 넘어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을 지니고 있다. 한나라당도 아니고 민주당도 아닌 단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적 일체감이 반영인 것이다. 정치인들이 갈라놓은 분열과 갈등이 한국사회를 통합이라는 대명제로 그 구성원들이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이 역사적 현장을 잊지말자. 그리고 이 순간을 이용하려는 어떤 정치적 음모가 있어서도 안되고 이용당하지도 말자. 히딩크의 당당한 말을 우리는 기억한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얼마나 준비를 철저히 했으면, 온 국민은 이 말을 신뢰했겠는가? 준비된 히딩크, 준비된 한국대표팀, 준비된 응원열기, 한국정치도 이러한 믿음성을 기초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6·13 지방선거후 극심한 후유증을 겪고있는 이유도 공동체적 일체감을 상실한 너 죽고, 나 살자는 준비안된 어거지성 개인주의의 폐해때문임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대표팀의 조직력, 강인한 체력을 대한민국이라는 큰 틀로 묶어 한국사회의 통합을 이루자. 한국축구의 승승장구를 기대한다.제318호(2002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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