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중의 문화엿보기<91>

쇼핑의 즐거움플로리다에서 공부를 할 때 여행 가이드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여행 정보에 능통하고 관광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등 즐거운 여행이 되기 위해 여행 가이드가 할 일들은 많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 볼 때 여행의 즐거움을 마지막으로 장식하는 것은 항상 쇼핑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원하는 상품을 제 값에 샀을 때, 선물할 그 기쁨을 생각하면서 관광객들은 이 번 여행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 노(老)부부께서 손녀에게 줄 예쁜 옷 사는 것을 도와드렸을 때, 그 분들은 하루 종일 그 옷을 보시고 또 보시면서 좋아하셨다. 가격도 비싼 옷도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디자인의 옷을 볼 수 없다며 당신 손녀가 이 옷을 입고 학교 가는 것을 기다리실 수 없다며 웃으셨다. 어떤 관광객은 초음파 기계를 사야한다며 여행지보다는 가계를 찾는데 더 열심인 경우도 있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을 하겠지만 쇼핑은 관광객에게 여행의 감흥을 간직할 수 있는 기념품이 된다. 관광지 이름이나 풍경이 그려진 셔츠를 입을 때마다 그 곳의 여행을 은연중에 떠올리는 것처럼, 기념품 사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분명 그 노부부는 손녀가 그 옷을 입을 때마다 플로리다를 기억하실 것이다.기념품이란 것은 관광지의 이미지와 희소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요소다. 하지만 넓은 의미로 봤을 때는 꼭, 그 이미지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기념품이라는 것은 인간이 특정 상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이다. 그 노부부가 산 옷은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옷이 아니었다. 일반 사람들이 가는 가게에서 산 옷이지만 당신들이 그 옷에다가 플로리다 방문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들의 쇼핑행동을 보면 일반적인 기념품을 살 때는 작은 것을 산다. 엽서, 우표, 열쇠고리 등이 고작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평소에 사고 싶었던 물건을 구입하는데 많은 돈을 쓴다. 미국방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청바지는 같은 브랜드를 한국에서 살 수도 있겠지만, 저렴한 가격에 원산지에서 샀다는 의미로 구입을 한다. 뉴질랜드를 방문객들이 좋아하는 양모제품은 한국에서는 고가인 캐시미어 스웨터, 양가죽 잠바, 양모 담요 등을 선호한다.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전 가족의 겨울옷을 구입하는 일본 관광객을 만난 적도 있다. 그 관광객에 의하면 일본에서 같은 제품을 구입하는 비용이면 뉴질랜드를 방문하고도 남는 다는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로 홍콩을 방문하고 싶으면 컴퓨터로 홍콩에 대한 정보를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는 때다. 아마 관광객들은 이 인터넷을 통해서 과연 홍콩에서 자기가 원하는 상품을 어떤 가격으로 살 수 있느냐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면세점이 발달한 관광지인 경우는 세일을 할 때마다 전 세계에 광고를 한다. 그 광고를 보면 마치 그 관광지 전체가 마치 쇼핑장소로 묘사되어 있다. 지역 경제에 바탕을 둔 토산품의 개발이 중심이 되야 하지만 국제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경쟁력 있게 구비하는 것도 국제적인 관광지로써 갖추어야할 조건임을 엿볼 수 있다. 제320호(2002년 7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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