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중의 문화엿보기<104>

작지만 큰 호텔오직 4개의 객실만 있는 호텔이 이번 2002 관광상(Supreme New Zealand Tourism Award)을 수여 받았다. 남 섬 퀸스타운(Queenstown)에 위치한 에버그린 호텔(Evergreen Lodge)은 일반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숙박 업소다. 4개의 고급 스위트(suite) 객실이 있으며 객실 요금에 아침식사가 포함됐다. 이런 형태의 숙박 시설을 부티끄 랏지(Boutique Lodge)라 하는데, 랏지(Lodge)라 하면 사전적 의미로는 산장, 오두막이란 의미를 가지지만 소수의 특급 호텔 수준의 객실을 가진 한국의 민박집 형태로 보면 된다. 그러나, 객실만 고급스럽게 꾸민다고 해서 부띠끄 랏지(Boutique Lodge)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숙박 시설이 가지는 공통적 특징이 있는데 첫째, 전경이 뛰어나고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위치를 하고 있다. 이용 고객은 잠만 자러 온 것이 아니라 며칠 간의 조용한 휴식을 찾기 때문에 대중이나 사회에서 떨어져 있기를 원한다. 또한 이용 고객들도 유명인사나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많아 휴가 때만큼이라도 개인 생활이 보장되는 곳에서 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치적으로 일반 대중 교통이 없고 자가용으로만 접근이 가능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둘째, 고급스럽지만 집 같은 분위기를 내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객실, 거실을 포함한 모든 시설은 특급호텔 이상으로 고급스럽게 갖추었으며 특히 욕실내부 시설과 디자인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그 외 거실, 서재, 부엌 및 식당은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도록, 집안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서 손님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호텔의 경우는 객실 밖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인식해야 하지만, 이 랏지에서는 몇몇 안되는 다른 손님들과도 금방 친해지기 때문에 객실 밖의 공유공간- 거실, 서재- 에서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다. 셋째, 수준 높은 주인의 환대 능력이 절대적이다. 손님을 맞이하고 보낼 때까지 주인의 세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큰 호텔의 경우는 종업원들이 분업화 된 일에 맞춰 서비스를 하지만 이 랏지는 주인이 손님을 맞이하고 요리를 겸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 특히, 까다롭고 특급 호텔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그 호텔들을 피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그 손님들과 대등한 수준의 지적, 경험적 능력이 요구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다른 손님들도 친구처럼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랏지의 규모에 따라서 주인 또는 주인 가족이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전문적인 경영인을 고용하여 운영되는 곳도 있다. 뉴질랜드 타우포 호수(Lake Taupo)에 위치한 후카 랏지(Huka Lodge)가 후자의 대표적인 곳으로 손님이 공항에서 도착하면 리무진으로 마중을 나가며 전용 요리사가 준비하는 아침 및 저녁 식사와 칵테일까지 모든 것을 제공한다. 올해 연말 숙박료가 하루에 팔십 오만원(2명 기준)에 이르며 유럽 왕실 가족과 미국 헐리우드 영화 배우 등이 뉴질랜드를 방문할 때 숙박하는 곳이라 한다.개인적으로 볼 때 뉴질랜드보다 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도는 이런 랏지를 세울 수 있는 적합한 장소라 생각한다. 다만 시장이 적어서 현재 일반 민박, 아니면 거기서 조금 벗어난 고급형 민박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난관을 경험하고 있는 국제 자유화 도시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외국 관광객 방문 수가 증가하면 부티끄 랏지(Boutique Lodge)의 수요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 되는 사업이라 하여 우르르 몰려들어 한 곳의 시장만을 집중 공략하기보다는, 다양한 고객의 욕구를 이해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한다면 현재 민박 시장의 경영적인 어려움은 극복될 것이라 생각한다. 제333호(2002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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