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탐방- (37)] 보목동 연대기

▲ 연대기는 삼포왜란 때 섶섬 '동군좌지'와 연기를 피우면 신호하던 곳이다. 지금 그 흔적을 찾기란 힘들지만 '연대기' 지명은 남아있다.
'간세다리'의 도보여행, 제주올레 여행이 인기를 얻으면서 서귀포시 보목마을을 지나는 나그네들도 부쩍 늘었다.

바다와 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해안도로변을 따라 섶섬을 조망하고 헉헉 거리기는 하되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닌, 간단한 도보여행의 재미를 덧붙여주는 제지기오름을 오르면 보목 해안변 구경을 끝내노라고 말하는 사람도 여럿이다.

분명 '연대기'를 알면 내뱉지 못할 말들이다.

▲ 연대기 들어가는 입구
보목동 해안가 '엉캐물' 동산 부근에 위치한 '연대기'는 1510년(중종5년) 부산포(釜山浦) · 내이포(乃而浦), 염포(鹽浦) 등 삼포(三浦)에서 거주하고 있던 왜인들이 대마도의 지원을 받아 일으킨 삼포왜란 때 돌로 연대를 높이 쌓아 올리고 '섶섬'에 배치된 '동군좌지'와 봉화와 연기를 피워 신호하던 곳으로 알려지고 있는 곳이다.

보목 1펌프장에서 서쪽으로 100m 지나면 바다방향으로 폭 1m도 채 안 되는 좁은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희귀모양의 기암과 주변으로 소나무가 울창한 코지가 나오는 곳, 그곳이 '연대기'다.

▲ 손 내밀면 섶섬이 잡힐듯 가까이 다가온다.
▲ 보리수나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제지기 오름도 보인다.
오랜 세월을 감지하게 하는 키 큰 소나무들 사이로 걸어가면 '볼래낭(보리수나무의 제주어)'이 많은데서 보목마을의 이름이 연유했다는 것을 말해주듯 보리수나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시원시원한 큰 키를 자랑이라도 하듯 멋드러진 해송도 볼거리중 하나다.
눈 앞으로 섶섬이 바짝 다가와 금방이라도 손을 내밀면 금방이라도 닿을듯 하다.

특히 이곳에 서면 보목방파제 등 이후 생겨난 시설들이 시야를 가리지만 이전에는 동서로 훤하게 시야가 트여 연대로서의 최적지였음을 짐작케한다.

'제주삼읍봉수연대급장종총록'에 보면 '보목연대'는 동쪽으로 위미연대와 서쪽으로는 수모루 아래에 있는 연동연대와 교신을 했다고 기록돼 있다.

'연대기'에서 몇 걸음 내려가면 기이하게 생긴 큰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가끔 이곳에서 마을 아낙들이 가정과 마을의 안녕을 위해 치성을 들인다고 하더니 멀리서 보면 사람모형으로 자칫 오해할 수도 있을 듯한 바위는 만약 신이 있다면 마을을 보호하기 빚어놓았을 법하다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당신의 소망과 자연환경의 보존은 똑같이 중요한 일입니다.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 가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당신의 소원성취를 바라지만 때로는 원망하며 이곳을 청소해야 하는 사람'이 썼다는 환경보호 경고문은 혼자 웃음을 웃게 하면서 때론 정막한 이곳을 사람냄새 나는 '정겨운 곳'으로 금새 바꾸어놓는다.

▲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꽃은 질기고도 강한 생명력을 드리운다.
강태공들이 숨겨놓은 낚시명소로도 유명하다는 이곳은 넘치는 생명력을 체험한다.

'쉬이 쉬이' 바위를 감는 파도와 기암 위에 솟아난 상록수, 소나무는 찾아오는 이들에게 '초록에너지'를 전해준다. 방금 전까지 산딸기와 보리수나무 열매를 구경하며 들어온 세계와 달리 바위틈에 뿌리내려 살아가는 질기면서도 강한 생명력의 해변 식물들은 나른한 봄에 활력을 되찾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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