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탐방] 안덕면 화순리 임금내

벌써부터 흘러나오는 올 여름이 유난히 무덥다는 예보는 다가오는 여름을 기피하게 만든다. 무더운 여름이라고 해도 계곡물에 발 담그고, 그늘에 앉아 제철 과일을 먹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이겨내던 때가 있었을텐데 까마득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니 자꾸 고향 집 근처 피서지가 그리울 수 밖에.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임금내도 그런 추억장소다.

▲ 안덕면 화순리 임금내. 울창한 숲과 그 사이로 흐르는 계곡이 아름다운 곳이다.
여름이면 멱 감고 물놀이를 하던 아련한 추억과 그림움이 있는 곳. 그곳에 가면 약속하지 않은 친구들도 다 만날 수 있던 곳. 입술이 검게 변할 때까지 놀면서도 추운 줄 모르고 해 진 것도 몰랐던 곳.

안덕중학교 맞은편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어 감귤꽃 향기가 이끄는 곳을 찾아가면 길 끝에 울창한 숲 사이로 흐르는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주변이 감귤밭이나 축사로 둘러쌓여 인적이 드문 곳이다.  가끔 날아다니는 새들과 '음~머, 음~머' 소들만이 고요함을 달래준다.

5월의 임금내는 울창한 나무와 나무를 둘러싼 덩굴들로 싱그러움을 주기에는 그만이다.

닥나무, 단풍나무, 삼동나무 등 햇빛을 받아 투명한 연둣빛을 발산하는 나뭇잎들은 싱그럽다 못해 아름답고, 범상치 않은 바위들은 신선들이 놀다간 정자인 듯하다.

▲ 임금내를 찾으면 녹색 싱그러움을 원없이 만끽할 수 있다.
울창한 녹색숲과 어우러진 계곡 절경
한 때 토종민물고기 서식지로 유명세

바위 틈을 든든한 지반 삼아 자라난 수려한 숲이 경이로울 뿐이다. 물 위에 반영된 나무들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게도 한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심취해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때늦은 반성과 후회를 하게 된다.

도심 속 피로한 눈을 쉬게 하고 들숨을 상쾌하게 하는 이곳 공기는 색깔이 있었다면 단연 녹색공기였으리라.

특히 이곳은 토종 민물고기 서식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은어와 뱀장어, 버들치, 숭어, 참게 등 다양한 수산동물이 살고 있다. 기대 없이 찾아간 길은 토종 민물고기를 보는 행운의 보너스를 선사할 지도 모를 일이다.

지연백 화순노인회장은 "이만한 피서지가 없었다면서 화순에 바다도 있지만 오히려 계곡을 좋아해서 임금내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 이곳은 토종 민물고기 서식시로도 유명했었다.
지 회장은 "하지만 수질이 예전만 못해서 과거에 살던 생물들이 그대로 있지는 못한 상태"라면서 가능하다면 이곳을 깨끗하게 만들어서 추억의 장소를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금물 원래 한 줄기로 흘러오던 물줄기가 두 갈래로 오그라지고 구부러져서 이곡내(二曲川)라 했었는데 훗날 발음을 하는 과정에서 임금내로 굳어졌다들 한다.

▲ 산을 넘으면 또 산이 있을 것 같은 임금내 가는 길. 아름다운 서귀포 해안길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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