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명품거리 현장 가다-문화예술의 거리
박제된 전통문화, 현대 감각에 맞춰 리모델링

서귀포시가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중심상권 중정로를 명품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지난 2월 발표해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정로 명품거리 조성의 기본 컨셉은 23년전 지정된 도시계획도로를 폐지하는 대신 차 없는 거리, 물 흐르는 거리, 문화예술의 거리로 만든다는 것.
 이같은 서귀포시 방침에 대해 상인들과 시민 일각에서는 상권 침체를 더욱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제기하기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중정로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 국내의 대표적 명품거리 만들기 사례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 전통과 현대 공존하는 관광명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문화지구 

  

▲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인사동의 주말 차없는 거리 전경.
현대와 과거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문화지구가 한국의 대표적 문화예술 도시로서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인사동 문화지구는 종로 2가에서 인사동을 지나 관훈동 북쪽의 안국동 사거리까지 길이 690여m에 너비 12m 정도의 거리를 말한다.

▲ <가장 한국다운 거리> 인사동에는 전세계 물건들이 널려 있어 외국 관광객들에 인기가 높다.
인사동 일대에는 조선시대에 유명한 가구점과 병원, 규모가 큰 전통 한옥이 많았고, 1930년대 들어 고미술품과 고서적 골동품 거리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화랑 화방 민속공예품 판매점포 등이 속속 집결하면서 서울의 전통문화예술 중심지로 떠올랐다.   

▲ 국내외 관광객들로 인파가 넘쳐난다.
무분별한 개발 압력과 비문화 업종 유입의 확산에서 전통문화를 보존 육성하기 위해 2002년에 전국 최초로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업소당 한글 간판을 2개까지로 제한하고 노점상 허가구역도 지정됐다. 골동품점 표구점 필방 화랑 공예품점 등을 문화지구 권장시설로 정해 조세감면 저리융자 혜택이 제공됐다.

▲ 출처가 분명치 않은 세계 각국의 기념품과 액세서리.
▲ 거리 바닥에 진열된 세계 각국의 물건들.
인사동 일대에는 1997년에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10시에 차없는 거리가 조성되면서 국내외 관광객의 보행환경 개선과 지역경제 창출 효과를 거두었다. 이에 힘입어 2003년 6월부터는 토요일 오후 2시에도 차없는 거리를 확대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인사동은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축제문화가 풍성한 곳이어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서울의 몇 안 되는 거리다.

▲ 화랑과 전통찻집이 즐비한 인사동 골목길.
‘가장 한국다운 거리’이기에 거리 곳곳에서 외국인들의 모습도 쉽게 접할 수 있다. 1999년 4월 인사동을 방문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골동품 등 아름다운 예술품을 극찬하기도 했다.

화랑가에는 신구 작가들의 독특한 작품이 언제나 선보이고, 한집 건너 필방과 고서적, 민속공예품, 전통 찻집과 먹거리가 가득 차 있다. 

▲ 한국의 전통 팽이를 만드는 장면을 관광객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인사동에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말처럼 한국 외에 전 세계의 골동품이나 액세서리, 잡동사니가 총 집결돼 살아있는 박물관 역할을 다 한다. 당초 고미술품 거리의 이미지가 많이 상실됐지만, 온갖 물건이 거리에 널려 있어 내외국인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에 제격이다. 

▲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맛을 즐길수 있는 먹거리 코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말에는 거리 곳곳에서 노래 공연이나 시낭송, 전통 무술시연, 국악 공연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선보인다. 종로구청 공무원들은 2003년 5월부터 자체 개발한 ‘포도대장과 그 순라꾼’이라는 전통 야사극을 길거리에서 공연해 호응을 얻고 있다.  

▲ 북 인사마당에 설치된 전통 놀이마당.
▲ 남 인사마당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공연.
인사동이 서귀포시에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지난해 5월 정방동 자치위원회와 자매결연을 체결한 때문. 이중섭 미술관과 소암기념관, 서복전시관 등을 갖춘 정방동은 인사동과의 결연을 계기로 문화예술 도시로서의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지난해 합동 워크숍도 개최했다.   

▲ 지난해 5월 정방동자치위원회와 자매결연한 인사동(종로 1.2.3.4동) 주민들이 서귀포시를 방문해 교류가 본격 이뤄지고 있다.
최근 인사동에는 차없는 거리가 확대되고 젊은 세대가 몰리면서 높은 임대료로 인해 전통 화랑이나 고서점 등이 밀려나는 현상도 발생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인사동 거리 옆 창덕궁~종로3가역 돈화문로 600여m를 새로운 고품격 전통문화거리로 재조성키로 했다.  
 
▲ 천년고도 시민들 자존심 깃든 명소    
-  전주시 한옥마을

▲ 천년 고도 전주 시민의 자조심이 깃든 전주 한옥마을 전경.
인구 63만의 천년 고도(古都) 전라북도 전주시가 한옥마을을 간판으로 내세워 한국 최고의 전통문화도시를 꿈꾸고 있다.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와 교동 일대 25만2307㎡ 부지에 조성된 한옥마을에는 1299세대 39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10여개의 블록에 걸쳐 700여동의 한옥이 밀집된  한옥마을은 도심 속에 위치한 한국 최대 규모의 한옥 주거지다. 

▲ 전주 옥마을 야경. 한옥마을의 85%에 실제 주민이 거주하고 있어 사람나는 문화도시 이미지를 상징하고 있다.
한옥마을은 전주 시민들이 우리 것을 지키려는 자존심이 깃든 곳이다. 일제 강점기인 1938년 일본상인들에 의해 일본식 가옥이 들어서자 이에 대한 반발로 주민들이 한옥촌을 만들어 정착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들어 아파트 시대가 열리면서 1977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됐으나, 집을 개조하거나 신축할 수 없는 불편 등으로 주민들이 하나둘씩 신개발지로 떠났다.

이에 주민들의 한옥마을 지킴이 운동이 싹을 틔웠고, 전주시도 1999년 이곳을 전통문화특구로 지정해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정주기반을 적극 지원했다. 

▲ 한옥마을에 들어선 공예품 전시관.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계기로 한옥마을 일대가 전통문화 체험 테마마을로 조성하면서 ‘찾아오는 한옥마을’로 새롭게 변모했다. 우리 것을 지켜내려는 주민들의 100여년에 걸친 노력과 한국 최고의 전통문화 도시로 도약하려는 행정의 의지가 결실을 거둔 셈이다.

▲ 한옥마을의 커피전문점. 기와집 상가에 영어로 된 간판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전주 한옥마을은 실제 거주인구가 8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는 점에서 ‘민속촌’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마을 한쪽 마당에서는 널뛰기 투호 활쏘기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고, 전통한지와 부채 목공예품도 만들거나 구입할 수 있다. 

▲ 한옥마을의 토담길 골목. 골목마다 한옥체험관. 전통술 박물관. 전통음식점. 찻집 등이 들어서 있다.
토담길 골목에서는 판소리 가락과 차 향기가 흘러나오고, 술 박물관에서는 술 익는 냄새가 새어나온다. 전주의 대표 음식 비빔밥과 막걸리· 파전 등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조선시대의 생활문화가 온전하게 보전된 근· 현대 생활사 박물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보행자 중심의 도로와 골목길, 광장 조성은 마을 공동체 회복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파트에서 살던 주민들이 기와집을 다시 찾을 정도로 주거만족도는 높아갔다. 2006년에서는 정부가 실시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1위로 뽑히기도 했다. 

▲ 한옥마을 은행로에 조성된 실개천 거리.
▲ 실개천 거리의 야경.  
지난해 5월에는 총 공사비 130억이 투입돼 한옥마을 557m 구간에 걸쳐 실개천과 쌈지공원이 완공돼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실개천에는 지하 150m 암반에서 하루 30t 정도의 물이 공급되고 밤에는 광섬유를 이용해 무지갯빛 환상적인 경관 조명이 수놓는다.  

▲ 대하소설 최명희씨의 문학 혼을 기리는 <최명희 문학관>.  
한옥마을 중심인 은행로에는 주말에 차량의 통행이 전면 통제되는 대신 다양한 거리공연과 전통 문물 전시· 판매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주의 각종 문화예술 행사와 축제 등이 이 곳에서 열려 전주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주변에는 풍남문 경기전 향교 오목대 등 역사적 문화재와 전동성당 최명희문학관 남부시장 등 관광명소가 많아 매년 국내외 관광객이 130만 명씩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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