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 43]-동홍·서홍동 흙담소나무

햇살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것이 여름이 시작됐음을 새삼 알려준다.

이런 여름날 '나무 그늘'처럼 편안함을 주는 것도 드물다. 더욱이 지난 100년을 한 자리에서 모진 풍파를 견디며 뿌리는 내린 고목(古木)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도심 속의 마을 숲=서홍동과 동홍동을 잇고 있는 흙담소나무는 얼핏보면 가로수로 착각할 정도로 길을 따라 한줄로 길게 조성돼 있다. 서홍동과 동홍동을 구분하는 도로 하나를 가로질러 서홍동에 66그루, 동홍동에 22그루의 한세기를 살아온 해송이 어른 무릎 높이의 흙담위에 길게 심어져 있다.

마을 들머리 언덕에 수십에서 수백 그루의 나무가 옹기종기 모여 있거나 바람이나 홍수를 막기 위해 물길이나 바람방향에 맞춰 큰 띠 모양으로 길게 조성된 '보통의' 마을 숲과는 그 형태가 다르다.

△재앙을 막기 위한 선조들의 노력=지금의 서·동홍동은 고려초 세워진 유서깊은 마을로 마을 주변이 산으로 둘러있어 화로와 같은 모습을 지녔다 해서 홍로(烘爐)라 불렀다. 지금의 시가지 방향인 남쪽으로 기운이 허해 재앙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흙담을 쌓고 해송을 심어 지금과 같은 숲을 조성하게 됐다.

△주민들의 영원한 '벗'이 되길=이 유서깊고 아름다운 마을숲인 흙담소나무도 시간이 지나면서 바로 옆에 들어앉은 아파트와 학교, 대형 할인마트로 인해 위협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가지치기로 인한 원형훼손 논란이 있었지만 여전히 흙담소나무는 지역주민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앞으로도 보존과 개발문제가 충돌하겠지만 지역주민들의 '벗'으로 영원히 남아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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