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경제인>대정읍 출신 송경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제주출신 첫 금융공기업 임원, 자본시장 육성에 전력

▲ 대정읍이 고향으로 제주출신 중 처음으로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 반열에 오른 송경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대정읍이 고향인 송경철 금융감독원 부원장(53세)은 제주출신으로는 유일한 금융 공기업 분야 CEO(최고 경영인)다. 한국 자본시장의 초창기에 증권감독 업무에 뛰어들어 금융투자회사간 건전한 경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실과 신뢰를 밑천으로 서귀포인의 긍지를 드높이고 있는 송경철 부원장을 서울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본사에서 만나 직업과 인생, 고향 등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 모슬포 바닷가에서 지낸 어린시절  
 송경철 부원장은 대정읍 상모리 태생으로 부친의 고향은 신평리다. 대정교와 대정중 학 학창 시절은 대부분 하모리에서 지냈다. 2대 독자 집안의 '귀하신 몸'으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모슬포 바닷가에서 일상의 대부분을 보냈다. 힘들고 배고픈 시절, 또래 친구들과 물놀이 하고 소라도 잡으며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갔다.

고향 바닷가는 지금 콘크리트 포장의 매립지로 변모하면서 옛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썰렁한 풍경이다. 그는 최근에도 고향에 올 때면 바닷가 주변을 배회하며, 꿈과 희망이 넘쳤던 어린 시절의 옛 추억을 끄집으며 회상에 잠기곤 한다. 

그는 제주제일고(18회)와 연세대 법대를 졸업하며 점차 고향에서 멀어져 갔다.

▲ 자본시장 초창기, 증권감독원에 입사 

▲ 송경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대학졸업을 앞둔 그는 1982년, 우연히 한국증권감독원 취업공고를 접하며 금융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1977년에 설립된 증권감독원은 당시 주식투자가 특수계층의 전유물이던 자본시장 초창기의 산물. 법학도 출신으로 한국 자본시장 육성 과정에서 나름대로 역할이 많을 것이란 판단아래 입사를 결정했다.

이후 한국의 자본시장은 갈수록 성장했고, 1999년에 정부의 공기업 조직개편 방침 등에 의해 증권감독원과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금융감독원으로 통합됐다. 

 그는 '천연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두뇌를 팔아야 살아남는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특히 금융서비스 분야는 발전 가능성이 높아, 개인은 물론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며 후배들의 더많은 진출을 기대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에는 변호사들이 4~50명 활동하고 있는데, 경제·경영 보다 규제완화 감독업무 위주여서 법대 출신들이 노크할 만 하다는 귀띔이다. 
 
▲ 제주출신 첫 금융공기업 임원 발탁   
 4개 기관이 금융감독원으로 통합된 이후 그는 공시감독국 팀장과 인사팀장, 증권검사 1국장, 증권감독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어 2008년에는 변화추진단장으로 부원장보에 발탁됐다. 제주출신 중 처음으로 금융공기업 임원 대열에 합류한 것. 

특히 부원장보 발탁 한 달 만에 금융감독원 사상 처음으로 부원장에 전격 발탁되면서 국내 금융계의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공정하고 전문적인 감독업무 특성상 외부인사 수혈이 많은 금융감독원에서 내부 인사 출신으로 부원장을 맡기는 그가 처음이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부원장이 3명으로, 그는 증권분야 부원장을 맡고 있다.  

증권분야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쳐 업무에 밝은 데다, 장기간 인사팀장을 지내 내부사정에도 정통하다는 점이 고속 승진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 통합법’ 제정에 직접 참여하며 금융시장 내· 외부 모두 공감하는 인물이라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 고속승진 비결은 '성실과 신뢰'

▲ 송경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제주출신이란 한계에도 그가 다소 낯선 분야의 금융공기업에서 성장가도를 달리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는 이에대해 특별히 남보다 뛰어나다고 내세울 능력은 없다고 겸손해 한다. 

다만 그동안 나름대로 성실하고 열심히 근무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되돌아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신뢰감을 심어주었다고 말한다.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 모처럼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다는 것. 

그의 이같은 ‘능력 아닌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있다. 4개 기관 통합으로 금융감독이 어색한 동거생활에 접어든 초창기, 요직인 인사팀장을 3년간 맡으며 상·하 직원들의 신망 속에 원만히 일을 처리해낸 것이다. 

서울과 영.호남 등 '잘 나가는' 지역출신이 아니어도 실력과 능력이 갖춰졌기에 공정한 인사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그는 제주도 사람들은 대체로 성실하고 순박한 편이어서 주변에 호감을 줘 앞으로 능력 있는 후배들이 더 많은 요직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비록 제주도가 전국 인구의 1%에 불과하나, 제주출신 중 훌륭한 고위 공직자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돼 있어 인재 면에서는 이미 ‘전국의 1%’를 뛰어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제주출신들이 지연.혈연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어서 인사권자가  오히려 제주출신을 선호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시장친화적 금융서비스 제공에 노력 
그는 금융공기업 임원에 종사하면서 전문가와 고객간 신뢰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투자사들은 '팔고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고객에게 신뢰와 감동을 주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최근 금융감독원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고 권한도 강화되고 있지만, 외부에서는 아직도 ‘권력기관’이란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입사 초기에 동문회나 친목회 등 각종 모임에 많이 참여했지만, 고위간부가 된 이후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각종 모임에도 자주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재경 대정향우회나 제주출신 모임에는 꾸준히 참석하고자 한다. 자신을 포함한 제주출신들이 나름대로 객지생활에서 기반을 다지기까지 각계각층 고향 선· 후배들이 앞뒤에서 끌고 당겨준데 대해 적잖은 도움을 입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금융감독원 시장친화적 금융 서비스 공기업으로, 건전한 투자환경 조성과 투자자의 보호 등에 앞장서고 있다고 소개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에서의 역할은 자본시장 쪽 업무를 주로 맡으며, 증권관련 회사들 감독 검사역할을 총괄하고 있다. 기업자금 조달 지원을 위해 상장기업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에도 많이 관여하고 있다.
 

▲ 고향과 조상 등 뿌리에 대한 관심 ‘각별’  

▲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송경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그는 30여 년째 서울 생활을 지속하고 있지만, 고향 발전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각별하다. 특히 금융인으로서, 제주도가 보다 체계적인 준비과정 등을 거쳐 역외금융센터를 유치해 제주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최근 제주도가 최근 관광객 카지노를 비롯해 법인세인하, 투자개방형 병원 등 여러 과제를 한꺼번에 추진하려는 경향이 있어, 하나하나씩 단계적 추진이 필요한 것 같다고 조언한다.

그는 제주도가 궁긍적으로 발전하려면 인구유입 방안이 시급하지만, 해군기지 건립논란과 우주센터 무산사례에서 보듯 배타적 의견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또한 특별자치도 출범 여건을 활용해 제주도에 투자유치가 보다 활성화되도록 투자유치 전문가 양성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피력한다. 

그는 현역에서 은퇴한 후 고향 모슬포에 내려가 작은 짓을 짓고 정착할 계획을 갖고 있다. 2대 독자로서 부모님 산소를 돌보고 친지들과 자주 만나며 고향에서 여생을 마칠 계획이란다.

그는 비록 오랜 객지생활에서도 고향이나 조상 등 뿌리의 중요성에 대해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다만 객지에서 자립한 1세대와 달리, 객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대들이 성장한 이후 고향 제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희석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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