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서귀포시 하원동 출신 조수빈 아나운서
여대생의 우상 KBS <9시 뉴스> 앵커 맹활약

 

▲ 서귀포시 하원동 출신으로, KBS <9시 뉴스> 앵커를 맡고 있는 조수빈 아나운서.
‘안녕하십니까, KBS 9시 뉴스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KBS1 TV 간판뉴스인 9시뉴스 앵커를 맡고 있는 조수빈 아나운서(28세). 서귀포시 하원동 출신의 조수빈 앵커는 차분하고 안정된 진행으로 전국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긴박하고 생생한 방송 현장에서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조 아나운서는 고향 제주에 대한 긍지와 애정도 각별하다. 전국 여대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커리어우먼이자 ‘대한민국 1등 신부감’ 조수빈 아나운서. 서울 여의도 KBS 본사에서 그를 만나 삶과 직업, 고향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편집자>
 
▲ ‘아흔아홉골, 100번째 봉우리 세우겠다’
조수빈은 꿈 많은 유년시절을 서귀포시 하원동에서 보냈다. 농협 지점장인 아버지와 서귀포시 보목동 출신의 어머니 사이의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제주 교육계와 지역사회 원로이자 수필가인 조명철 제주문화원장(75세)의 장손녀로, 어릴 적부터 11명의 사촌동생들을 자상히 돌보는 큰누나· 맏언니 역할을 맡고 있다. 

밝고 활달한 성격의 수빈이는 책 읽기를 유난히 좋아했다. 특히 할아버지가 쓴 ‘아흔아홉골의 한(恨)’ 제목의 수필집을 읽고는 묘한 감동을 받았다. 제주도 아흔아홉골에는 100개에서 단 1개 모자란 99개의 봉우리가 있어, 앞으로 ‘큰 인물’이 나올 수 없다는 슬픈 줄거리. 

하지만 어린 수빈이는 수필에 나온 설화 내용에 좌절하기는커녕 ‘당찬 야망’을 품게 된다. ‘내가 커서 큰 인물이 됨으로써 100번째 봉우리를 완성하고 싶다’고 고사리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매사에 부정적 관념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자신감이 생기고 모든 것이 뜻대로 이뤄지는 것 같다고 훗날 털어놓는다.     

▲ 서울 KBS 본사에서 포즈를 취한 조수빈 아나운서.
▲ ‘공부벌레’에서 사회경험 눈 돌려  
수빈이는 여섯 살 때 아버지 직장을 따라 대구에 이사간 이후 경기도와 서울 등지에서 초중고교 시절을 보냈다. 학교 다닐 때 늘 1~2등을 차지할 정도로 성적이 뛰어났고, 남에게 뒤지기 싫어하는 승부사적 기질도 대단했다.

그런 수빈 양에게 주위에서는 판사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고3때 아나운서가 되기를 결심하게 된다. 자신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도 요인이지만, 당시 담인 선생님이 ‘아나운서를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조언한 것이 직접적 계기였다. 

수빈 양은 서울대 언어학과와 경제학과에서 대학시절을 보내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나갔다. 고교 시절까지는 최고만을 고집해 오로지 공부만 했지만, 책도 많이 읽고 연애도 하고 아나운서 학원에도 꾸준히 다녔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 대표로 미스월드 유니버시티에 참가해 베스트 의상상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국제입양인봉사회 등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며 그간의 이기적인 삶의 자세를 송두리째 바꾸는 값진 체험을 얻었다. 대학시절 다양한 경험은 현재의 아나운서 직업에 피와 살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 마침내 KBS의 간판뉴스 앵커에 

▲ 조수빈 아나운서.
고3 때보다 훨씬 열심히 입사시험을 준비해온 조수빈은 2005년 KBS 31기 공채에서 단박에 합격하며 아나운서의 꿈을 이뤄냈다. KBS에 입사한 이래 ‘남북의 창’,‘김방희-조수빈의 시사플러스’, ‘세상의 아침’ 등 시사프로그램과 월드컵 현지진행, ‘영화가 좋다’ 외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을 진행했다. 

‘KBS 2TV 8시 뉴스를 1년째 진행하던 지난해 11월, 간판 뉴스인 1TV <뉴스9> 앵커에 입사 4년차 만에 전격 발탁되며 방송계의 신데렐라로 화려한 조명을 받게 된다. 박영환 선배와 호흡을 맞춰 <뉴스9>를 진행하는 조수빈 앵커는 차분하고 안정된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쌓아가며 최근의 시청률 상승에도 한몫 거들고 있다. 

뉴스 준비를 위해 평소에 신문을 정독하고 주간지를 스크랩하며, 회의에도 참석하고 대본을 점검하는 등 숨가쁜 일과를 보낸다. 짧은 시간에 함축적 의미를 담은 뉴스 앵커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 멋진 트 만들기에도 골머리를 쥐어짠다.

‘지지부진한 故 장자연 사건 수사진행에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움직이는 휠체어가 개발됐다’ ‘비정규직은 피눈물 흘리는데 정치권은 입씨름만 하고 있다’는 등은 기억에 남는 멘트들이다. 

정신적 강도와 긴장감이 높은 <뉴스 9>를 8개월째 진행하면서, KBS 1TV <한밤의 문화산책>, KBS 2FM <조수빈의 상쾌한 아침>도 함께 맡고 있다. 새벽 5시부터 라디오 생방송이 시작된다. 빠듯한 방송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과 한의원 진료 등으로 평소에 체력을 비축해둔다. 

그런 한편으로 짬이 날 때마다 요가와 명상· 마사지· 꺾꽂이 등 취미활동과 영화 등 공연예술 관람, 짧은 여행 등을 즐긴다. ‘21세기에는 쉼표와 느낌표가 적절히 섞이고, EQ와 IQ의 조화된 여성이 성공할 수 있다’는 뚜렷한 소신에서다.

▲ 가슴 뭉클한 외할머니의 죽음 
짧은 기간에 KBS의 간판으로 부쩍 성장해 가는 조수빈 아나운서의 종착 목표는 어디일까. 이런 질문에 그에게서 다소 뜻밖의 답변이 들어왔다. ‘사회적 지위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가족 등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필요한 존재를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가 아나운서 생활 기간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은 어려서부터 자신을 키워온 외할머니가 지난 2월 돌아가신 때. 위암 투병 중이던 외할머니는 그가 9시 뉴스 앵커가 된 뒤 온동네에 손녀딸 자랑을 했다. 9시 뉴스를 빠지지 않고 시청하며 생명을 연장해 갔다. 

사망소식을 접하고 제주에 온 그는 외할머니가 자신이 진행하던 뉴스가 끝난 직후인 오후 10시5분에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는 얘기를 듣고는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것 못지않게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필요하고 인정받는 존재가 되는 것이 중요함을 절실히 느낀 순간이었다고. 

 

▲여건이 되면 제주도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싶다고 피력한 조수빈 아나운서.
▲ ‘여건 되면 제주도 홍보대사 활동하고 싶어’
어려서부터 ‘아흔아홉골의 100번째 봉우리를 세우자’고 다짐했던 조수빈은 고향 제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며 지금까지 수시로 즐기는 음식은 제주의 전통 자리젓. 자신이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자리젓을 많이 먹어, 커다란 눈망울을 갖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살짝 웃는다. 

그는 최근 제주도로부터 홍보대사 제의를 받았지만, 현재 다른 분야의 홍보대사 역할을 맡고 있어 고민 끝에 고사했다고 소개한다. 다만 제주도의 관광과 감귤 등 홍보를 위해 여건이 주어지면 언제든지 홍보 역할에 나서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바라는 미래의 제주 모습은 제주만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을 활용해 세계인이 즐겨 찾는 국제 관광지로 도약하는 것. 비록 면적은 작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못지않게 한류관광의 중심지 등 세계적 관광명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본다. 외국인이 부담 없이 찾을 있도록 표지판이나 안내 책자 등을 영어로 만들고, 영어 공용화를 처음 시도하는 등 제주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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