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 슬로푸드로서의 가치 재발견 ③]

바야흐로 느림이 대세다. 쫓기듯 바쁘게 살아온 현대인들은 휴식과 여유를 희망하며 느리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고, 재미있고, 맛있는 것을 찾아간다.
그동안 빨리 빨리에 익숙해져 느림의 미학을 잊어버리고 살았음을 일깨운다. 올레 열풍이 이를 상징한다. 천천히 걸어가는 도보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주고 있는 제주올레는 제주해안길의 아름다운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음식 또한 마찬가지다. 간단히 손쉽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는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오랜기간 음식을 만든 이의 정성을, 먹을 수 있는 것의 감사함을 간과하게 만들었다. 이제 상업이익을 떠나 좋은 품질의 식품생산을 통해 건강의 참맛을 주는 슬로푸드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음식은 지역의 산물이자 일들의 흔적이다. 소박하다 못해 투박한 제주전통음식에 숨겨진 슬로푸드의 가치를 발견하고, 전통음식을 명품화하고 있는 도외 사례를 통해 제주음식을 세계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5차례에 걸쳐 모색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슬로푸드 관점에서 바라본 제주음식
2. 전통음식에서 미래를 보다 -  국내 첫 슬로푸드 죽방멸치
3. 전통음식에서 미래를 보다 -  경기도 파주 장단콩마을
4. 소박한 맛과 멋 -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담다
5. 제주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과제

▲ 장단콩마을에 들어서면 구수한 된장 익어가는 냄새가 낯선이를 반긴다.
패스트푸드의 대안으로 떠오른 슬로푸드. 우리나라 전통음식 대부분을 슬로푸드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한국의 전통음식 중에서도 된장, 고추장, 간장을 빼고서는 전통음식을 논할 수 없는 법. 100가구도 채 안 되는 마을이 된장 하나로 농산물축제의 대표축제를 만들어낸 곳이 있다.

 전통음식, 된장으로 우리 입맛을 지키고, 슬로푸드 즉 우리 전통음식의 우수함을 입증해 보이고 있는 곳이다. 입맛도 체형도 서구화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입맛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곳이기에 슬로푸드 명소로 결코 들르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1954년 비무장지대(DMZ) 남쪽 철책선인 남방한계선에서 5~20㎞ 떨어진 곳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안쪽을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으로 삼았다. 바로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이다.

이 민통선 안에 자리잡은 곳,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통일촌에 있는 장단콩마을이다.

1990년대 들어 통제가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장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민통선에서 신분증을 맡겼다가 나올 때 찾아와야 하는 여전히 낯설고 근접이 꺼려지는 곳이다. 주민들 역시 자정이 넘어 외부로 나가려면 사전에 군부대에 신고를 해야 하는 곳이다.

▲ 장단콩으로 만들어진 두부, 된장으로 한 상이 차려졌다. 주말이면 전국의 미식가들이 까다로운 절차를 감행하고 장단콩마을로 들어와 푸짐한 한 상을 대접받고 간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20여 년간 버려졌던 이곳은 1973년 박정희 정권이 대북 선전마을 성격의 통일촌을 조성하면서 연고가 있는 80가구가 들어와 살기 시작해 현재는 14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장단콩마을.

수백 개의 장독대가 늘어서고 곳곳에서 메주 익는 냄새와 청국장 냄새가 구수한 이곳은 2004년 경기도가 슬로푸드마을로 지정한 곳이다. 당시 이곳 외 9곳을 슬로푸드마을로 지정했지만 장단콩마을이 슬로푸드 취지에 맞는 색깔을 잘 찾아가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노란껍질에 흰눈이 박힌 백목(白目)이라는 품목의 콩이 재배되고 있다. 서울지역보다도 평균기온이 7~8도 낮고,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콩 육질이 단단하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구수한 맛 또한 이곳 장단콩을 따라올 콩이 없다.

통제가 출입되기 때문에 천혜의 자연환경과 녹지를 보존해 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콩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장단콩마을 영농조합법인이 생산해 내는 콩은 한해 33만㎡(10만평)에서 70kg들이 5000가마인데, 가마당 35만원을 호가한다. 이곳에서 생사된 콩으로 메주를 쑤고, 된장, 간장 등 가공식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콩요리 전문 음식점도 운영하고 있다. 콩과 된장 전통제조 방식이 마을의 짭짤한 소득원이 되는 동시에 기성세대들에게 전통의 맛도 전해주고 있는 셈이다.

▲ 두부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상시 대기중이다.
이런 장단콩마을 음식은 전국에 알려져 줄을 이곳 두부와 된장찌개, 청국장찌개 등을 맛보기 위한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마을측에서는 콩타작과 멧돌체험, 두부만들기 체험을 운영하면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전통음식의 소중함과 맛을 전해주고 있다.

매년 11월에는 파주 장단콩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12차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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