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가 제주관광의 대명사로 떠오르면서 그 인기가 가히 하늘을 치솟고 있다. 제주올레 1코스가 조심스레 첫 선을 보인 지 불과 2년 만에 제주 관광의 패턴을 확 바꿔버렸다.
수학여행 코스나 신혼여행 메카, 골프 관광 등 그간의 제주 관광 이미지가 제주올레의 등장으로 시들해졌다. 대신 도보여행이라는 트렌드가 새로이 각광을 받으며, 제주는 물론 전국에까지 요원의 불길처럼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개장 첫해 3만 명이던 올레길 여행객은 올들어 8월말까지 무려 13만여명이 쇄도하기에 이르렀다. 한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수십 년 제주관광의 역사를 하루아침에 바꿔놓은 셈이다. 

제주올레 인기의 비결이야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차창(車窓)에선 볼 수 없던 제주의 바다와 해안, 숲 등 ‘속살’을 느린 걸음을 통해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의 하나다. 마치 시계바늘을 거꾸로 뒤돌려놓은 ‘느림의 미학’이 처녀림 같던 제주의 비경을 치유와 상생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제주올레의 인기가 초고속으로 높아지면서 이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다. 여행객 편의를 내세워 간이 화장실, 쉼터, 무인카페 등 인공시설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원래의 자연과 불협화음이 파생될 조짐을 낳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제주올레가 지역경제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며 새로운 코스개발과 수익사업 발굴 등에 여념이 없다. 일부 코스에서는 사유지 통행이나 아스파트 도로의 흙길 복원 문제 등으로 주민들과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올레 탄생 당시 회의적 시각으로 관망하던 이들은 제주올레가 급작스레 성장하자 저마다 한마디씩 훈수를 건네기도 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제주올레가 급증하는 여행 수요에 맞춰 양적 팽창에 치우치려는  조짐을 보인다는 점. 며칠 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와 한림읍 한림항을 잇는 올레 코스가 신설되면 올레코스는 14개에 총 연장은 260km로 늘어난다. 제주도민들조차 올레코스 전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힘들 정도다. 

일부 여행객들은 올레코스가 도내 여기저기에 확산되기보다, 기존의 올레코스를 보다 멋지게 가꿔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귀띔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여행객들에 무료로 반찬을 제공하고 말벗이 되던 순박한 시골 주민들이 앞으로는 여행객을 돈벌이 대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올레가 탄생 2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제주도민 모두가 그간의 과속 페달에서 벗어나 잠시 뜨거운 열기를 식혀 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 걷기 명소인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일본의 시코쿠 불교성지 순례길이 명성을 얻기에는 무려 천년 세월이 걸렸음을 새겨야 할 것이다.  

제주올레가 한순간의 유행 물결이 아닌, 진정으로 제주의 지속가능한 관광패턴으로 발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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