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중의 문화엿보기<7>

의료비가 비싼 미국98년 5월 말, 여름학기가 막 시작했을 때였다. 갑자기 열이 나고 말을 못할 정도로 목이 부어서 도저히 수업을 들을 수가 없었다. 하루 이틀 쉰다고 회복될 것 같지 않아 병원에 가기로 결심하고 가까운 개인 병원들을 찾아 미리 예약하려고 전화를 걸었지만, 2~3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며 다들 급하면 응급실로 가라고 했다. 친구가 한번 응급차를 이용했다가 약 1천달러에 가까운 청구서를 받았다는 얘기가 기억나서 친구에게 부탁해 같이 종합병원에 갔다. 응급실에 접수를 했으니 금방 진찰을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였다. 환자 보호자들처럼 보였던 대기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다 같은 처지였던 것이다. 한참 기다리고 난 후 진료가 시작됐다. 기다리다 지친 필자는 빨리 주사와 약을 받으려고 감기 걸렸다고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렸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감기 같다고 동의하시는가 싶더니 정확하게 진료해야 한다며 소변과 피검사까지 하셨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감기. 감기 진단을 내리면서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지만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한 거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의사선생님은 5일분 항생제와 해열제 처방전만 주셨고 약국에 가서 약을 구입함으로서 그 기나긴 진료가 끝났다. 하지만 거기에 따르는 비용은 기다린 시간만큼이나 들었다. 진료비 약 1백20달러에 약값으로 90달러 정도의 예상치도 못한 비용이 들었다. 1년에 약7백달러 정도의 의료 보험비를 학교와 계약된 보험회사에 냈지만 진료비의 80달러까지는 환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만 보험회사에서 처리하는 약관에 따라 보험으로 처리된 비용은 고작 40달러정도. 약값도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조그만 질병이라도 정확한 검사를 하고 주사와 약 처방을 신중하게 내리는 미국의 진료 시스템의 의도는 좋았지만 그 비용이 너무나도 컸다. 실제로, 병원비를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전문회사에 의뢰해 대신 의료비를 수거했고. 당장 갚을 능력이 없는 환자들은 매월 분할해서 갚아가기도 했다.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운동한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수업시간에 교수님들이 미국에서는 절대 아프면 안된다며 유학생들에게 충고까지 해주셨다. 아프고 돈 없으면 서럽긴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제236호(2000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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