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지연폭포 절벽에서 낙석 사고가 발생하면서 서귀포시가 추진하는 재해위험지구 정비 사업에 대해 말들이 많다. 시민과 관광객 출입이 많은 산책로에서 발생한 낙석 사고로 인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허술한 안전대책을 추궁하는 지적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낙석 사고를 계기고 안전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또 다른 재해위험지구인 정방폭포 주변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특히 현재 (사)제주올레사무국과 올레종합정보센터 등으로 활용되는 옛 ‘소라의 성’ 음식점 건물의 존치여부를 놓고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옛 ‘소라의 성’ 건물은 한국 근대건축을 이끈 고(故)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를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제주석으로 지은 건축물 자체도 독특하지만, 서귀포의 수려한 소정방 해안절경과 어우러져 올레 탐방객과 관광객들에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 건물이 재해위험지구에 편입되면서 지반침식과 암벽붕괴 우려가 높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 이에 서귀포시가 수년 전에 건물을 매입한 뒤 철거를 시도하느라 한바탕 논란이 있었지만, 문화재위원회의 존치 결정으로 가까스로 철거위기를 모면한바 있다.

 주목할 점은 서귀포시에서 국내외에 자랑할 만한 오랜 전통과 예술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이 과연 몇 점 있느냐 하는 것. 올해로 건립 110주년을 맞는 서귀포성당만 하더라도 국내를 대표하는 유서 깊은 건축물이나, 건물의 대부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모슬포에 있는 옛 육군 제1훈련소 군예대(軍藝隊) 건물도 보존가치가 높은 목조건물이나, 도로확장으로 인해 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서귀포시에는 ‘느림의 미학’을 즐기려는 올레 탐방객 등 관광객들이 늘고 있지만, 눈에 띄는 건축물 없는 밋밋한 거리 풍경에 대다수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나마 대표 건축물의 하나로 내세울 ‘소라의 성’ 건물이 또다시 존폐 논란에 휩싸인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물론 모든 건축물은 안전문제가 최우선인 만큼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설령 안전진단을 통해 건물안전에 문제가 드러난다면, (사)제주올레 사무국 등은 딴 곳으로 이전하되 건물 자체는 최대한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라의 성’ 설계자인 고 김중업 건축가의 걸작인 옛 제주대 본관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가슴 아픈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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