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강정 땅에 기지 말뚝 박는 자재들 ‘속속’
“왜 주민들 의사 무시하나” 귀 막는 국가 공사

▲ 지난 15일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 무효소송 1심 결과가 나오자마자, 해군이 본격적인 공사에 나섰다. 이 가운데 해군기지 반대 단체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수십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평화’를 외치며 싸운 지 벌써 4번의 겨울. 그 사이 정권과 제주도정이 바뀌었지만, 민심은 여전히 찬 바닥에 섰다. 27일, 해군기지 반대 목소리는 계속됐고, 그 위에 아랑곳없는 군사기지 건설이 강행되고 있다.

지난 15일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 무효소송 1심 결과가 나오자마자, 해군이 본격적인 공사에 나섰다. 이 가운데 해군기지 반대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에 불법 집회 및 업무방해로 34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현장 사무소 신축을 위해 자재 반입을 시도했다. 공사 업체는 사무소 건설을 위해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레미콘 차량 65대를 동원할 계획을 세워 놓았다.

▲ 제주지역 3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군사기지범도민대책위원회와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를 위한 그리스도인모임 등은 이날 오전 9시30분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밀어붙이기 공사 강행, 정부와 해군을 규탄한다”며 기지 공사를 온몸으로 막아섰다.

 

▲ 해군기지 건설 예정부지 입구 앞에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

 

이날 오전 9시30분 제주지역 3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군사기지범도민대책위원회와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를 위한 그리스도인모임 등은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밀어붙이기 공사 강행, 정부와 해군을 규탄한다”며 기지 공사를 온몸으로 막아섰다.

이들은 앞서 지난 17일부터 기지 예정지에서 천막을 치고 밤샘 농성을 하면서, 해군기지 건설이 현재 진행중인 행정 소송이 끝나고 국민적 설득력을 갖게 된 뒤,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이뤄지도록 요구해 왔다.

이들은 "지금 이대로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고 만다면, 강정주민은 물론 도민의 가슴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제주의 앞날에 심대한 오점으로 남게 될 것임을 재차 경고한다. 지금 도와 도의회가 이대로 손놓고 있다면, 영원히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고 호소했다.

▲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경찰서 관계자와 시민단체 관계자.

그러나 경찰은 회견이 3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오전 10시, “기자회견이 너무 길다”면서 “업무집행방해로 이제부터 불법 집회임을 알린다”고 이들의 회견장을 가로막았다. 해군기지 공사 방해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대 단체들은 “어째서 표현의 자유를 함부로 침해하느냐”고 맞서 팽팽한 긴장감이 나돌았다.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경찰은 병력 4개 중대를 동원해 강정천 주변을 에워싸고, 방패를 든 전경들이 해군기지 공사 입구를 따라 벽을 만들었다.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레미콘 차량 5대가 일렬로 줄을 지어 입구로 진입하려는 순간, 시민·사회단체 소속 주민들은 바닥에 풀썩 앉아 집단적인 항거 움직임을 보였다.

▲ 길바닥에 앉아 온몸으로 항거하는 종교인들과 그 앞에 레미콘 차량.

 

▲ 강제로 연행되고 있는 현애자 전 국회의원.

 

▲ 시민을 진압하고자 대거 투입된 경찰 병력.

 

▲ 강제로 연행되고 있는 종교인들.

 

▲ 저항 시민들을 연행한 뒤, 공사 현장에 들어서는 차량들.

 

▲ 현장사무소 신축 공사 현장.

경찰들은 공사 차량 진입을 방해하려 길바닥에 앉아 시위하는 이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경찰은 불과 45분만에 격렬하게 저항하던 주민 34명을 한 명에 5~6명씩 달려들어 차례로 연행했다.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경찰의 연행과정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어떠한 구호나 연호도 없이 평화롭게 진행을 했는데, 폭력을 동원해 무리하게 강제 연행했다”면서 “다른 지역은 적어도 정당한 기자회견을 존중하는 데, 이는 정권폭력”이라고 주장했다.

법적 대응으로 무력 저지를 자제한 강정 주민들도 이들의 연행을 지켜보면서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들은 “우근민 지사나 제주도의회 의원들도 말로만 해결을 외치지 말고, 직접 나와서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약자인 우리를 짓밟느냐”고 항의했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이르면 28일부터 제주도의회 앞에 단식농성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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