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 이웃들] 서귀포시 법환동 이창근 씨

알만한 이들은 다 안다. 서귀포 신시가지에 세탁소 아저씨 이창근 씨(48)가 결코 평범한 인물은 못 된다는 사실. 잡학에 잔재주가 많은 이 씨를 소문 듣고 찾았다고 전하자 대뜸 꺼낸 말. “백공(百工)이 밥 굶는다고 하잖아요.”

그리하여 이야기는 ‘밥 굶어 하는 일’로 시작됐다. 이 씨는 15년간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아마추어 무선사, 낚시, 배드민턴, 마라톤, 조기축구회, 흑백사진 등 취미생활로 하는 일이 무수하게 많다.

특히, 지난 1992년부터 아마추어 무선사(HAM)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이 씨는 부인과 아들 모두 무선통신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가족국’을 개설하는 데에 한몫했다. ‘hl4hea’라는 호출부호를 받아, 곳곳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각종 소소한 일상을 주고받는다.

전파를 수신할 안테나를 뚝딱 만드는 건 그의 기본 소양기술이다. 납땜 때문에 집안 바닥이 누더기가 되는 것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전파가 나가 마이크를 잡은 이에게 청취자들이 주목한다는 것은 이루 다 말 할 수 없는 쾌감을 주죠.”

그는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세탁소를 운영하고, 주중보다 더 바쁜 휴일을 보낸다. 앞서 열거한 취미생활을 다 못하면, 일부는 큰 맘 먹고 포기한다. 정 많던 낚싯대를 팔고 남은 돈으로 배드민턴 라켓을 사는 식이다.

올해 초 뒤늦게 시작한 건 ‘흑백사진’ 작업이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서귀포 흑백사진동아리를 통해 사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뭐든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이 씨는 벌써 사진 원리에서부터 촬영, 현상, 인화의 모든 과정을 습득했다.

취미 공간은 동시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두런두런 나눌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이처럼 다양한 취미 활동이 가능한 건 곁에서 함께 즐기며 지지하는 부인 김행자 씨(48)가 있어 가능했다고 그가 슬쩍 귀띔했다.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야죠.” 곁에서 아내가 “앞으로 뭘 더 하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며 웃으며 받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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