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관광객 등 “난개발·자연경관 훼손에 안타까워”

“돈벌이에 훼손되는 섭지코지, 안타깝네요”, “아름답던 섭지코지를 되돌려주세요”, “섭지코지의 자연경관 훼손에 경악합니다”
이 글들은 제주도청 홈페이지 참여마당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코너에 올라와 있는 글로, 빼어난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는 섭지코지의 난개발로 인한 안타까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에 위치한 섭지코지는 제주의 동쪽 끝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과 마주하고 있고, 빼어난 해안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아름다운 사구 위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 떼, 옥빛으로 빛나는 신양리 해안과 성산일출봉의 웅장함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아름다운 해안 식물들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 곳, 낙원이 있다면 이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운영중인 휘닉스 아일랜드와 해양과학관 공사 등으로 예전의 모습은 온대간대 없다.
훼밀리마트로 친숙한 ㈜보광은 지난 2006년 4월 휘닉스아일랜드 공사를 착공, 2008년 6월에 준공했다. 총 사업비 3870억원을 투입해 섭지코지 주변 약 66만여㎥와 공유수면 약 2만9000㎥에 300실 규모의 콘도와 50실 규모의 빌라형 콘도, 엔터테인먼트 센터, 전시관, 해중전망대, 해양레포트 센터 등을 지었다.
휘닉스 아일랜드의 콘셉트는 프라이빗 타운, 즉 고급소비자를 겨냥한 일반인들과는 격리된 공간을 만드는 것에 두었다. 섭지코지 주차장 뒤편에 있는 독채형식의 빌라형 콘도는 넓은 실내에서 파티나 연회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제주도에 따르면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사실상 중단됐던 성산포 해양관광단지 2단계 조성사업이 2012년 5월 동양 최대 규모의 해양과학관 완공에 맞춰 본격 추진된다.
2단계 사업계획을 보면 마치 숙박단지 조성이 목표인 것처럼 비쳐진다. 콘도 660실, 호텔 250실, 라형콘도 105실 등 1000실이 넘는 숙박시설을 조성하는 것으로 짜여졌다.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섭지코지가 거대한 숙박단지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으며, 사실상 경관 사유화라는 지적이다.
오래전 섭지코지에서 풍광을 감상하던 때는 이제 없어졌다. 지역주민들과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도 개발에만 치우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광객 장모씨는 “요즘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도전하고 있는 시기인데 자연경관을 이렇게 돈벌이로 훼손해도 되는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산읍 주민 김모씨는 “예전 학창시절에는 섭지코지의 넓은 풀밭에 소풍을 가지도 하고, 친구들과 야유회를 가서 놀기도 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예전의 모습은 온대간대 없고 거대자본에 의해 지역의 명소를 빼앗겨 버린 느낌마저 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미래자산을 훼손하는 상황이 섭지코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투자유치에 급급한 제주도의 개발정책은 이제 제주의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로 바뀌어야 할 때이다.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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