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숙박단지로 전락하는 섭지코지 … 몰려드는 관광인파에 일출봉도 훼손 우려 

 

섭지코지에 들어선 휘닉스 아일랜드의 빌라형 콘도 모습.

 

지난 2009년 성산일출봉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고, 제주올레코스 인기, 성산~장흥간 오렌지호 취항 등으로 최근 성산포를 찾는 관광객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여기에 섭지코지 등 다양한 개발사업들이 진행되면서 얼핏 보기에는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대형자본을 이용한 대기업의 사유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여기에 주민과 관광객, 사회단체들도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성산읍 섭지코지가 거대한 숙박단지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섭지코지에서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보광제주는 해양관광 관련 기반시설을 갖추겠다며 제주도 소유의 도유지까지 사들였으나 시설은 거의 조성하지 않고 있다.
 
보광제주는 애초 2003년부터 올해 말까지 사업비 3870억원을 들여 섭지코지 일대 65만3851㎡에 호텔콘도 따위 숙박시설, 해양생물가든해양기상체험관을 포함한 오션디스커버리관, 해중전망대, 세계의 해양식문화 및 섬문화 공연을 볼 수 있는 오션컬처관 등 각종 해양관광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애초 투자 목표액의 48%인 1857억원을 들여 2007년까지 콘도(300실), 빌라형 콘도(50실), 전시관(817㎡), 엔터테인먼트센터(1716㎡) 등을 조성하는 데 그쳤다. 숙박시설 위주로 투자한 것이다.
 
애초 보광그룹은 2003년 국제공모를 통해 성산포 해양관광단지 개발사업자로 지정된 뒤 제주 현지법인 ㈜보광제주를 설립해 개발사업을 벌여왔다. 제주도는 2006년 8월 보광의 원활한 관광개발 사업을 위해 도유지 15만7971㎡를 114억원을 받고 팔았다.   이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대기업이 자연경관이 빼어난 섭지코지를 소유해 경관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달 초 제주도가 밝힌 2단계 사업계획을 보면 전시관과 해중전망대, 해양주제공원 이외에도 콘도(660실), 빌라형 콘도(105실), 호텔(250실) 등 1000실이 넘는 숙박시설을 추가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처럼 해양관광시설을 뒤로 미루고 숙박시설을 우선 건립하는 쪽으로 사업계획이 세워지면서 섭지코지 일대가 거대한 숙박단지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빼어난 해안경관을 자랑하는 섭지코지를 관람하는 관광객들.

 


 
지난 20일 오후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 등 성산포 지역을 찾았다.
 
신양리 해수욕장을 들어서는 순간 제주해양과학관 건설현장과 휘닉스 아일랜드가 눈앞에 들어온다.
 
예전 넓었던 섭지코지 풀밭은 온대간대 없고 거대한 건물들이 눈 앞에 가로놓여 있었다. 휘닉스 아일랜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섭지코지 주차장에 다다랐다. 섭지코지 대부분은 대형 리조트로 변해 있었고,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섭지코지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올인하우스와 전망대 등을 관람했고, 빼어난 경치에 감탄을 하면서도, 어느 한쪽에선 휘닉스 아일랜드 측의 출입통제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섭지코지 주변 관람로 만을 빼고 휘닉스 아일랜드쪽은 모두 돌담으로 둘러처져 있고, 사유지이기 때문에 출입통제한다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섭지코지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성산일출봉이 거대한 건물에 가려 보이질 않고, 섭지코지의 협자연대 곁 높은 곳에 올라야 그나마 보일 뿐이다. 그것도 건물 지붕위에 얹어 있는 성산일출봉을 볼 수 있을 뿐이다.
 
학창시설 섭지코지에 소풍을 가서 넓은 풀밭에서 뛰놀던 그 때가 그리울 따름이다.
 

올해 6월 현재 100만명 이상이 다녀간 성산일출봉. 보존 대책마련 필요한 상황이다.

 

 

#성산일출봉 이제는 보존대책 필요
 
제주도는 최근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인 성산일출봉이 6월 13일 현재 100만2973명이 탐방함으로써 지난해 보다(6월25일)보다 12일, 2009년도 8월 10일보다는 무려 2개월여 앞당겨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홍보했다.
 
탐방객 유형별로는 학생단체 수학여행단이 26만9000여명, 일반단체 7만여명, 개별 관광이 33만9000여명이다.
 
외국인 19만여명, 도민경노우대자 등 무료 입장은 13만5000여명으로 파악됐다.
 
최근 구제역과 신종풀루 발생으로 시행하지 못했던 학생 수학여행이 지난해(29만9000여명)에 집중됨으로써 올해에는 약 3만여명이 줄었으나, 가족단위와 개별 관광이 11만여명 늘어났다.
 
일출봉에 국내외 탐방객이 증가하는 것은 세계 7대자연경관 투표 최종 결선 후보지의 대표 명소로 선정되면서 정부 각 부처 등에서 활발한 홍보 마케팅이 이뤼지는 데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세계지질공원 지정에 이어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우리나라 관광 으뜸 명소로 선정된데 따른 것으로 도는 보고 있다.
 
분명히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것은 지역주민과 지역경제에도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몰려드는 관광객 만큼이나 일출봉 탐방로가 그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또한 일출봉 정상부의 융회석 구간은 본래 관광객 출입구간이 아닌 지역인데도 관광객이 출입하면서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름과 달리 관람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성산일출봉은 언제든 대형 사고에 노출돼 있다.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을 보존하고 후세에 전하기 위해 관람객 제한 등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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