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 꿈꾸는 전북 부안 등용마을
<기획> 가파도, 청정 '녹색 섬' 꿈꾼다(3)

국내 에너지 자립마을의 원조격인 전북 부안군 등용마을 전경.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름 값은 날로 치솟고, 기후변화도 점차 피부에 닿고 있다. 정부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 동력산업으로 내걸고 있다. 내년도 제주에서 개최될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는 에너지 문제가 주요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내외 사례를 토대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자립 방안 등을 점검해 본다. 아울러 ‘섬 속의 섬’ 가파도를 탄소 배출이 없는 녹색 섬으로 만들기 방안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방폐장 반대운동, 에너지 문제에 관심
 2003년, 전라북도 부안군에서는 국책사업인 방사성 핵폐기물 처리장(방폐장) 도입 여부를 놓고 지역사회가 들끓었다. 해군기지 문제를 놓고 장기간에 걸쳐 도민사회에 첨예한 갈등이 지속되는 요즘 제주도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부안군수가 주민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정부의 인센티브를 바라고 부안군 위도에 방폐장 도입을 신청하면서 격렬한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주민들은 물론 종교계 시민단체 등 외부세력들까지 가세해 1년 5개월에 걸쳐 촛불집회, 등교 거부와 대안학교 운영, 삼보일배, 대규모 상경 집회 등이 펼쳐졌다.

 

등용마을의 에너지 자립 요람인 생명평화 마중물 교육관 건물.

 

주민들의 거센 반발 여파로 결국 2005년 2월 방폐장 도입여부를 놓고 주민 투표가 실시됐다. 그 결과 전체 주민의 72%가 참여하고, 무려 91% 이상이 방폐장 도입에 반대하면서 지역사회를 강타했던 회오리는 주민들에 깊은 상처만 남긴 채 비로소 가라앉았다.

부안 방폐장 반대운동을 하면서 부안 주민이 제일 곤혹스러워 하던 부분이 바로 ‘부안 주민들은 전기 안 쓰느냐’는 외부인들의 비아냥이었다. 당시 부안 주민들은 모두 영광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전기를 쓰고 있던 것. 정부에 에너지 전환을 촉구했던 부안 주민들은 이를 계기로 스스로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는 고민을 깊이 하기 시작했고, 그 뜻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시민발전소를 만들었다.

 

부안 마중물 교육관에는 소형 풍력발전소와 자전거, 태양열 조리기 등이 갖춰져 재생 에너지 체험 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 주민 전액 출자로 시민발전소 건립
전북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 등용마을에 2005년에 세워진 부안시민발전소는 정부나 지자체 도움 없이 전국 최초로 지역주민들의 전액 출자로 만들어졌다. 방폐장  반대운동을 통해 자치라는 소중한 자산과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 필요성을 절감한 주민들이 에너지 풀뿌리단체를 스스로 구성한 것이다.

부안시민발전소는 2005년 10월 부안성당 지붕에 3㎾ 태양광 발전기를 처음 설치했다. 이후 원불교 부안 교당과 등용마을 ‘생명평화마중물’ 교육관 지붕을 비롯해 부안군에 모두 6개소의 태양광 발전기를 건립했다. 태양광 발전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팔아 그 수익금을 해마다 투자자들에게 배분하고 있다.

 

마중물 교육관에 있는 다양한 에너지 체험 시설.

 

30여 가구에 50여 주민들이 사는 등용마을에는 2005년부터 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부안군, 생명평화마중물, 녹색연합 등에 의해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마을’ 실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15년까지 에너지 사용량 30% 절감,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 에너지 50% 사용을 목표로 한 장기 프로젝트가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주민들에 에너지 절약습관이 몸에 배이도록 마을 에너지 소비 10% 줄이자는 캠페인부터 진행됐다. 집집마다 사용하는 전력량을 기록하고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로 교체하는 한편, 멀티 탭으로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일이 펼쳐졌다. 친환경 실천에 앞장서 온 이런 공로로 부안시민발전소는 2009년 국회기후포럼이 선정한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대상을 받았다. 

▼ 다양한 에너지 활용, 에너지 산교육장
생명평화마중물 교육관은 등용마을을 에너지 자립마을로 가꾸기 위한 요람 역할을 맡고 있다. 마중물 교육관 등 등용마을의 건물 3동에는 2006년에 지열 시스템이 갖춰져, 지하 150m 아래에 파이프를 묻어 15℃의 물을 이용해 15~25℃로 난방온도를 유지한다. 마을 주민들은 지열을 이용해 농사를 짓거나, 여름철 냉방과 겨울철 난방을 해결하고 있다.   

 

태양열과 지열 시스템 등이 갖춰진  마중물 교육관 전경.

 

마중물 교육관 마당에는 먼저 알루미늄판으로 만들어진 태양열 조리기가 눈에 띈다. 에너지 자립 실태를 시찰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전국의 연수생들은 태양열 조리기를 이용해 밥을 짓거나, 감자와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자연 에너지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또한 500W급 소형 풍력발전기는 나무를 직접 깎아 날개를 만들고 코일과 자석을 직접 감고 붙여 만든다. 나무 날개 3개를 돌려 풍차에 장착된 코일에서 전기가 만들어져 축전지에 모이는 방식이다. 선으로 연결된 자전거 발전기도 500W급으로    풍력발전기에 이어진 축전지에 연결돼 페달을 밟아 전기를 생산한다. 자전거를 타는 재미를 느끼며 전기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부안시민발전소에는 매년 3000여명이 발전 시설과 마을 공동체의 운영을 배우러 방문하고 있다. 2008년 여름부터는 ‘해님과 바람의 학교’라는 친환경 여름캠프도 열리고 있다.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태양열 조리기로 계란을 익혀 먹고, 풍력과 발전기를 돌려 음악을 들으며, 밤에는 촛불을 켜고 전기 없는 밤을 보내며 에너지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전국 각지에서 등용마을의 에너지 자립 실태를 벤치마킹 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 마을 공동체 회복 위해 계속 도전    
부안군에는 등용마을 외에도 변산해수욕장 근처에 시민발전소가 들어서 있다. 2006년에 ‘변산공동체’라는 공동체 식구들이 십시일반 투자해 시민발전소 4기를 설치했다. 이후 소형 풍력기도 만들어 공동체 식당건물의 난방에는 태양열 온수기가 쓰인다. 학교 기숙사 등을 지을 때도 건물은 볏짚으로 틀을 잡고 외벽에 황토를 발라 만든 스트로베일 하우스여서 단열이 잘 된다.

국내 에너지 자립마을의 원조격인 등용마을은 현재 주민들이 사용하는 가정용 전기의 60%는 태양과 바람, 지열 등을 활용해 마을 안에서 자체 생산해내고 있다. 시민발전소 도입 당시, 그 효과에 반신반의하며 정부의 방폐장 지원금에 미련을 가졌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태양광 발전기를 통해 계량기가 돌아가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에너지 생산과 절약에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다.

 

부안시민발전소가 국내 처음으로 건립한 부안성단 성김대건안드레아 지붕의 태양광 발전시설.

 

등용마을은 고령화 농촌사회에서 진정한 마을공동체 회복을 목표로 내걸고, 주민들 스스로 ‘우리 마을 100년 계획’을 만들어 보려 한다. 지난해에는 ‘아름다운 재단’ 지원을 받아 마을공동체 교육사업이 진행되면서 한국과 일본에서 저명 강사들이 자주 초청되고 있다.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 소장은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석유나 석탄, 우라늄 등 에너지의 97%는 수입에 의존하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면서 “정부나 행정 지원 없이 마을 스스로 동네 에너지를 가꾸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 이현모․ 사진 최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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