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너지 자립마을, 사이타마현 오가와마치
<기획> 지역주민 기술.자본으로 에너지 비료 생산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름 값은 날로 치솟고, 기후변화도 점차 피부에 닿고 있다. 정부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 동력산업으로 내걸고 있다. 내년도 제주에서 개최될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는 에너지 문제가 주요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내외 사례를 토대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자립 방안 등을 점검해 본다. 아울러 ‘섬 속의 섬’ 가파도를 탄소 배출이 없는 녹색 섬으로 만들기 방안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지역주민 스스로 바이오가스 플랜트 설립
음식물 쓰레기와 축산 분뇨, 하수종말처리장 오폐수 등은 냄새가 심하고 처치도 곤란한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이러한 유기성 폐기물들을 활용해 에너지와 비료를 만들고 지역 주민에 소득도 안겨주는 지역이 있다. 일본 사이타마현 오가와마치가 바로 그곳.
도쿄에서 전철로 2시간 거리의 오가와마치는 전체 인구가 3만3000명 정도로, 1300년 역사를 지닌 일본 종이를 비롯해 전통주와 격자문, 안감견 등의 특산물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는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 비영리기구가 손잡고 바이오가스 공장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면서 지역 에너지 디자인의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한적한 마을을 에너지 마을로 탈바꿈 시키고 있는 주역은 정부 관료 출신으로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짓는 구와바라씨. 그는 유기농 과정에서 질 좋은 액상 비료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가축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 등을 발효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태워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말한다.
그는 전 세계 농부들과 교류하면서 성능 좋은 바이오가스 플랜트 연구에 몰입했다. 2002년 비영리기구(NPO)인 ‘오가와마치 풍토활용센터’를 만들면서 바이오가스 플랜트 설립을 본격화했다.

▼ 주민, 지자체, 비영리기구 역할분담
구와바라씨가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건립하는 데에는 800만엔(약 10억)의 비용이 들었다. 그는 막대한 투자비용을 조달하느라 주민들을 설득해 5억원을 모았다. 나머지는 ‘AP뱅크’라는 일본 문화예술가들이 출자한 환경은행에서 싼 이율로 융자를 받았다. 주민들에게는 5년 이내에 출자금을 상환하기로 약속했다.
겉으로 보기엔 작은 창고 같은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음식물쓰레기와 축산분뇨 등 유기성 폐기물이 투입되는 소화조와 메탄을 모으는 가스 저장시설, 소화액을 모으는 탱크로 구성됐다. 그는 공장이 건립된 뒤 운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와 지역주민을 끌어들였다.

이의 일환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바이오가스와 액상 비료를 만들겠으니 쓰레기 처리를 맡겨 달라고 지자체에 제안했다. 당시 지자체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소각 처리하는 비용은 kg당 40엔(약 460원)인 반면,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활용하면 kg당 20엔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결국 지자체로부터 연간 100만엔의 위탁 운영금을 지원한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다.
바이오가스 플랜트 운영체계를 보면, 먼저 주민들이 각 가정에서 음식 쓰레기를 분리 배출한 뒤 수거 날짜에 맞춰 운반용 양동이에 옮긴다. 이어 지자체에서는 화물자동차로 각 가정의 양동이를 회수한 뒤 플랜트까지 운반한다.

플랜트에서는 는 회원들이 당번을 정해 음식 쓰레기를 투입하고 바이오가스와 액상 비료를 생산한다. 지역주민과 지역 비영리기구, 지자체가 철저한 역할분담을 통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를 에너지 자원으로 순환하고 있는 셈이다.

▼ 분리수거 동참한 주민들에 지역화폐 환원
바이오가스 플랜트에서는 에너지만 생산하는 게 아니다. 최근 ‘혼다기술공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가정용 바이오가스 발전과 급탕시험을 하고 있다. 이 시험이 성공한다면 가정용 소규모 열병합 발전 시설이 완성된다. 또한 이 시설은 정부의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전기회사에 판매도 가능하다.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액비는 짭짤한 부수입을 안겨주고 있다. 이곳에서 생긴 액비를 브로콜리에 주면 70% 더 성장한다는 실험결과가 나올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 액비가 인근 농가에 인기리에 판매되면서 바이오가스 플랜트에서 에너지를 생산해 얻는 수익보다 더 높을 정도다.

현재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바이오가스 플랜트에 꾸준히 보내주는 주민은 100여 가구에 달한다. 풍토활용센터 측은 분리수거와 양동이 관리에 협조해 준 주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역화폐를 도입했다. 음식물쓰레기 소각에 비해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이용하면 비용이 절반 정도에 그치는 만큼, 지자체에서 그 비용 차액을 주민들에게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것이다.

주민들은 1년에 두 번 열리는 지역 농산물시장(파머스 마켓)에서 3000엔의 지역화폐로 농산물을 구입하게 된다. 농산물을 사는 것은 결국 지역 농가에게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주민 모두에게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화석연료와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효과와 함께 쓰레기 연소 연료를 절약하는 효과를 거두면서 이산화탄소 감축량이 연간 600여 톤에 달한다. 이렇듯 오가와마치에서는 오로지 지역의 기술, 자본, 인력을 활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지역의 소중한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며 마을자원을 순환시키고 있다.
<글 이현모, 사진 최미란 기자>
<이번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