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재배... 하효동 민가 담벼락에 다육식물 만개

‘그림책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니 꿈만 같아요.’ ‘자연과 인간이 만든 예술품에 절로 고개가 끄덕일 뿐…’.
서귀포시 하효동 관광명소 쇠소깍 주변에 최근 색다른 볼거리로 담벼락이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려들고 있다.

담벼락 윗부분에서 땅바닥에 이르기까지 선인장과 비슷한 종류의 ‘용월’이라는 다육식물이 한창 짙은 회색빛 꽃망울을 터뜨려 신비롭고 경이로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제가 되고 있는 담벼락의 주인공은 동네에서 김성주 할아버지(70세). 동네에서는 '꽃 할아버지', 인터넷상에서는 '담벼락 다육이 할아버지'란 애칭으로 불린다.
평소 꽃가구끼를 좋아하던 김 할아버지는 1988년 쇠소깍 주변에 집을 지어 이사 간 이후 인근 소금막 해변에 자생하는 다육식물 용월을 돌담 담벼락 틈마다 흙을 집어넣어 가꿔나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런 작업을 하기를 무려 20여년.

하루에도 세 번씩 꽃모양이 변한다는 용월이 담벼락에서 군락을 이룬 모습은 마치 살아숨쉬는 벽화를 감상하는 느낌이라고 관람객들은 탄성을 연발한다. 용월은 담벼락은 물론이고, 옥상과 대문, 계단 , 마른 나뭇가지, 송이석 등 집 주위 사방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
옥향나무가 정갈하게 손질된 정원에는 파릇한 소나무와 용월을 활용한 석부작 작품이 들어서면서 식물원에 온 듯한 풍경이어서 김 할아버지의 부지런함과 손재주가 엿보인다.
할아버지는 자주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용월을 구경시켜주고 커피까지 대접하고 용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얻은 듯 반갑게 맞이 해준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용월은 따뜻한 서귀포 바닷가의 기후에다 ‘우공이산'(愚公移山)과 같은 한 할아버지의 우직한 집념이 어우러지며, 자연과 인간의 오묘한 결합으로 멋진 예술품을 완성해냈다.
벌써부터 입 소문을 타고 담벼락 용월 군락을 감상하기 위해 몰려든 도내외 관광객들은 담벼락에 피어난 자연예술품에 한 번 놀라고, 20여년 한 우물을 파 낸 인간의 의지에 두 번 놀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