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나가와현 히라츠카시 에너지카페 ‘미깡야’
<기획> 가파도, 청정 '녹색 섬' 꿈꾼다(8)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름 값은 날로 치솟고, 기후변화도 점차 피부에 닿고 있다. 정부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 동력산업으로 내걸고 있다. 내년도 제주에서 개최될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는 에너지 문제가 주요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내외 사례를 토대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자립 방안 등을 점검해 본다. 아울러 ‘섬 속의 섬’ 가파도를 탄소 배출이 없는 녹색 섬으로 만들기 방안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지구온난화 대처 위해 시민단체가 건립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철도로 두 정거장 거리의 히라츠카시에는 ‘미깡야’라는 카페가 있다. ‘귤 가게’를 뜻하는 아담한 카페에서는 커피와 홍차, 주스, 과자 등을 팔고 있는 평범한 카페처럼 비쳐진다. 하지만 카페 내부에는 에너지와 기후변화 등에 대한 안내책자 등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카페 건물 자체가 에너지 절약을 겨냥해 설계되고 지어져, ‘에너지 카페’의 모범답안 성격을 띠고 있다. 귤은 지역특산물이다.
미깡야 에너지카페의 주인은 지역 풀뿌리 단체인 히라츠카 지역에너지협의회.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 에너지 문제에 대해 시민들 입장에서 대책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2006년 4월에 발족된 시민단체인 셈이다. 이 단체는 2007년 7월 ‘NPO법인(비영리활동법인) 히라츠카 에너지카페’를 인가받고, 2008년 8월부터 ‘미깡야’를 개점 운영하고 있다.

일본 곳곳에서는 최근 지역주민들의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이 같은 ‘에너지 카페’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미깡야 카페도 에너지 절약이나 자연 에너지, 에코 주택 등에 대해 시민들의 시선에서 부담 없이 친절하게 상담할 수 있는 장소가 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카페에서 각종 음료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지만, 시민들의 에너지 상담은 무료다.

▲ 에너지 절약 위해 ‘동네 사랑방’ 역할
미깡야 카페는 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시민 4명이 번갈아가며 당번을 맡아 카페를 개점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먼저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에너지 정보를 제공한다.
카페 한 켠에는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과 안내 책자가 배치돼 있다. 카페 입구의 테이블에는 전구 등 에너지 절약형 제품과 태양열 조리기를 이용해 만든 빵이나 쿠키 등이 전시돼 있다. 벽면 게시판에는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에너지 관련 강연회 일정과 에너지관련 최신 정보 등이 담겨 있다.
이곳에서는 매월 한 차례 시민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살롱’이 개최된다.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지역출신 에너지 전문가 등을 강사로 초빙해 에너지 강좌가 개설된다. 태양열을 이용한 음식 조리법 등 에너지 실습교육과 히라츠카 환경 팬클럽 모임도 개최되고, 환경관련 이벤트에도 수시로 참가한다. 최신 에너지 정보 등을 담은 ‘미깡야 통신’ 소식지를 매월 발행하면서 관련 블로그( http://blog.hicek.org)에도 게재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깡야의 주된 기능은 시민들에 대한 무료 에너지 상담. 가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손쉬운 방법은 무엇인지, 단열공사 시 유리창과 이중창의 장․ 단점은 무엇이며 비용은 얼마인지, 지자체 보조금을 받아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고 싶은데 신청 방법과 효과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상담이 이뤄진다.
시민들의 에너지에 대한 궁금 사항을 시민 전문가들이 1대1 맞춤형으로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시민들 스스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에너지 절약을 이끌어내고 있다.

▲ 카페 건물 자체가 에너지 모범답안
미깡야 카페의 또 다른 특징은 건물 자체가 에너지 절약형으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단열공사를 제대로 하고, 이중창을 설치해 냉․ 난방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도록 했다. 건물 벽면과 외부에는 녹화 작업도 이뤄져, 아늑한 숲 속에서 차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건물 안의 가전제품과 전등은 에너지 절약형 제품으로 갖춰져 은은한 조명을 선사한다. 중앙 단자함은 개방돼 있어 카페 주인이든 손님이든, 에너지 운용상황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에너지 카페에서 실시간으로 사용하는 전력량과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보여주는 스마트 계량기인 ‘에너나비’와 사용한 전력량을 전기요금으로 환산해 주는 에코와트 장비도 갖춰졌다. 에너나비는 에너지와 내비게이션의 합성어로, 지자체로 임대받아 카페에 설치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사용법을 알려주면서 지자체의 정책이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중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일본 전역의 시민들 출자로 건립된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하는 그린전력을 사들이고 있다. 자발적으로 높은 전기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시민들의 태양광발전소 운영을 돕고 있는 것이다.
<글 이현모, 사진 최미란 기자>
<이번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