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진 시민기자의 올레 이야기>

지난 24일 제주올레 19번째 길이 열렸다.

1월 18코스 개장 후 오랜만에 갖은 개장식엔 1000여명에 육박하는 올레꾼들과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을 비롯 제주시장, 도의원, 올레길이 지나는 마을 신흥리와 김녕 이장님이 참석하여 새로운 길의 시작을 축하했다. 

조천 만세동산을 출발하여 김녕 종점까지 18.8Km의 그림을 그려본다. 지난 올레길 개장때 와는 다르게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지역민들도 많았고, 청명한 가을하늘에 각양각색의 구름 모양들은 어른들도 들뜨게 했다.

동심으로 돌아간 듯 “하야~~ 저 구름은 푸들 강아지 닮았다!”, “어머나~~ 강아지가 발랑 누워 애교 부리는 모습 같애~~"

“길은 내는 사람의 것이 아닌 걷는 자들의 것이다.”라는 서명숙 이사장의 인사말 내용처럼 걷는 내내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내 것 인양 가슴가득 부자 되었다.

아빠랑 쭈그려 앉아 이름모를 야생화를 보며 “아빠 이 꽃은 이름이 뭐예요?”, “글쎄 무얼까?” 5살 남짓 아이의 궁금증을 지나가는 우리 마저도 풀어줄 수 없어 참으로 안타깝다. 결국은 그 이름을 알아내고는 꼬마를 찾았지만 종점까지 가는 동안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그러나 ‘자리공’이라는 식물의 이름을 나는 잊지 않게 될 것 같다. 

정스런 밭길을 지나 만나는 바당올레.

어릴 적 복잡한 해수욕장이 싫어 이름 없는 해수욕장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부러 찾아가던 신흥 바닷가. 물빛도 그렇지만 한적하면서도 깨끗한 물과  모래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물때가 만조인지라 바다 한가운데 있는 듯 한 방사탑도 특이하다. 바닷가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사탑이지만 물에 떠가는 듯한 모습도 볼 거리 였다.

신흥리를 지나면 바다 색이 세계적인 함덕 해수욕장을 만난다.

제주시 출신인 나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만남이다. 어릴 적 운치있는 겨울바다로 우리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다. 북적이던 여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쓸쓸해 보이기도 했던 겨울의 함덕 바다는 감수성을 달래주는 곳이기도 했다.

해안도로와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서일까. 드넓었던 모래사장도 상대적으로 작아보였고, 임해훈련을 갔던 학창시절 야영장도 자연미가 많이 떨어져 있었지만, 감히 접근을 못했던 서우봉을 오른다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었다.

2003년부터 2년에 걸쳐 함덕 마을 이장이신 고두철씨와 동네 청년들이 호미와 낫을 갖고 만들어낸 서우동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정상에서의 바다와 섬을 감상할 기대감으로 힘든 줄 몰랐다. 전망이 좋은 그 봉우리를 꼭 추천하고 싶다. 숲길까지 겸한 최고의 전망대였다. 올레길이 생기기 이전에 길을 내는 일을 한 함덕이장님을 감히 원조 올레지기라 부르고 싶었다. 

‘너븐숭이 4.3기념관’

제주 전역이 아픔이 묻어나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만 북촌리는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마을의 하나라 한다. 1949년 1월17일, 군인들에 의해 가옥 대부분이 불에 타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학살로 인해 주민 350여 명이 희생되었다.

당시 상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그리고 추모하기 위해 세워놓은 기념관을 모르고 지나쳤다. 언제면 나오나 싶었지만 지나치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언제고 재 방문이 이뤄져야 할 곳으로 남는다.  이야기 거리가 많은 길을 걷다 만난 숲길 벌러진 동산은 휴식과 같다. 볼거리에 눈이 호사였다면 아늑한 숲길은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이러한 숲길을 내느라 탐사팀은 몇 번을 아니, 몇 킬로를 걸어야 했는지 마음이 짠하다. 

낯설은 사람들로 인해 당황했을 마을 길 강아지들도 꼬리를 흔들며 신나했던 19코스의 모습은 먼저 인사를 해 주시는 밭일하시는 하회탈 웃음의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반기는 올레길이란 느낌을 받았다.

마을과 정스런 밭길, 청명한 바닷물, 일몰이 가장 아름답다는 다려도라는 무인도, 그리고 숲, 하물며 봉우리까지 종합선물 셋트를 선물해준 19코스.

'길을 내시느라 참으로 고맙고 수고 많으셨다' 마음의 인사를 드리며 19코스 길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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