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안덕면 감산리 ‘양춘선 식품’
청정 토속음식 배우려 전국에서 벤치마킹

값싼 수입농산물로 우리의 식단이 위협받고 있는 요즘, 안덕면 감산리에 있는 농촌체험 교육농장 ‘양춘선 식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반평생을 흙과 더불어 지낸 여성농업인이 일궈낸 ‘양춘선 식품’은 제주의 맛과 향이 그대로 담긴 먹거리를 만들고 있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 20여년 남편 병 간호, 식품에 관심 계기  

기암절벽과 계곡, 숲으로 유명한 안덕계곡과 자동차로 5분 거리인 안덕면 감산리의 한 가정집에 ‘양춘선 식품’이란 간판이 내걸렸다. 제주의 옛 돌담과 텃밭, 과수원, 장독대 등이 옛날 시골풍경을 재현하며 낯선 방문객들을 따뜻이 맞이한다. 이 집의 안주인 양춘선 씨(68)가 평범한 농업인에서 체험농장 주인이자 식품업체 대표로 변신하게 된 과정은 실로 감동적이다.  

교사의 아내로 다섯 남매를 키우며 나름대로 순탄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1988년 2월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교감 승진을 앞둔 남편이 뺑소니 사고를 당한 뒤 의식을 찾지 못하고 식물인간처럼 변해 버린 것. 절망 속에서도 40일 동안 지극정성 간호한 끝에 남편은 마침내 깨어났지만, 의식과 거동을 되찾느라 제주시와 서울의 병원을 전전하며 무려 10여년을 뒷바라지했다. 그 와중에도 3000평 과수원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어린 자녀들을 키워내며 ‘아줌마 가장’ 역할을 꿋꿋이 수행했다. 

사회와 격리된 채 오직 남편의 간호에만 매달렸던 그는 자신의 마당과 텃밭에 쥐눈이콩, 쑥, 수세미, 미나리, 민들레, 매실, 호박 등을 심기 시작했다. 남편의 건강 회복 과정을 지켜보며 토속재료를 갖고 손수 만들어 낸 천연 음식이 보약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친환경 청정식품, 전국적 명성 높아 

양춘선씨는 여중생 시절부터 4-H활동을 시작했다. 결혼 이후에도 생활개선회, 향토음식회, 적십자회, 새마을부녀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농촌 생활문화 개선에 앞장서 왔다. 그러다 남편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향토음식 개발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특히 2001년에 개발한 ‘감귤에센스’라는 감귤화장품과 감귤식초 등이 뒤늦게 명성을 얻게 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이들 제품이 피부미용과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생로병사의 비밀’ TV 프로그램에 2004년과 2008년에 잇달아 소개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된 것. 그 자신 60대의 나이에도 아직까지 탱탱하고 고운 피부를 지니는 것도 이들 감귤제품이라고 수줍게 들려준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자신의 텃밭에서 살충제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힘들게 잡초를 제거하며 친환경 먹거리 개발 연구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각종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에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덧붙여, 감귤 진피가루, 미숫가루, 된장, 간장 등을 속속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전통주 제조비법을 활용해 복분자나 포도 등에 수세미, 한방약초, 검은콩 등을 곁들여 웰빙 와인제품을 개발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드넓은 텃밭에 옹기종기 들어선 항아리 안에는 된장, 간장, 고추장, 감식초 등이 새로운 식품의 소재로 활용되기 위해 곰삭은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고 있다. 


 
▼ 농촌체험 교육농장, 민박도 운영

제주의 토속 재료를 갖고 전통음식을 개발 시판하고 있는 ‘양춘선 식품’은 2년 전 서부농업기술센터에 의해 농촌체험 교육농장으로 지정됐다. 이후 서귀포는 물론 제주시지역 학부모회 어머니들이 주말마다 이곳을 찾아 감귤에센스와 감귤비누, 막장, 두부, 청국장 등 제주의 토속음식을 직접 만들어본다.   

2년 전 ‘양희은의 시골밥상’ TV 프로그램에는 감귤비빔밥된장으로 만든 감귤고등어 조림이 소개되고,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몇 차례 전국 방송을 타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의 인생사에 관심을 갖고, 감귤에센스와 친환경 웰빙 음식 등을 직접  체험하고자 타 지역에서도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 그의 집 건너편 시부모댁이 1999년에 농촌민박으로 지정되면서 체험농장 참여자들의 단골 숙소가 되고 있다.

양춘선 식품이 만드는 된장, 간장, 감귤 진피가루, 쑥 미숫가루 등 청정 식품들은 인터넷(홈페이지 ysgillajabi.com, 카페 cafe.naver.com)에서도 시판되고 있다. 양춘선씨가 가장 애착을 갖는 식품은 멸치와 쇠고기, 다시마, 표고버섯, 성게 등 새우, 마늘 등 갖은 재료와 양념이 들어간 감귤비빔밥된장. 별다른 반찬 없이 밥에다 그냥 비벼먹어도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복분자 효소와 멸치액젓, 과일, 대추 등으로 만든 맛간장 또한 일상에 바쁜 현대인들의 간편 요리에 도움이 된다.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건 ‘양춘선 식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것은 그가 만들어낸 식품에는 그의 감동적인 인생이 묻어 있기 때문이리라.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