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중섭 문화의 거리, ‘문화예술 메카’로<1>

천재화가 이중섭(1916~1956)의 발자취가 깃든 이중섭 거리는 1996년 정부에 의해 ‘문화의 거리’로 지정됐다. 하지만 구도심의 경기침체 여파로 거리 일대에는 빈 점포가 늘어나고 사람 발길은 끊어졌다.

그런 이중섭 문화의 거리에 요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올레 탐방객 등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문화예술 관련점포가  속속 생겨나면서 거리 일대에 활기가 감돌고 있다. 최근 서귀포시도 이곳에서 작가의 산책길 탐방과 아트마켓 등을 선보이며, 문화관광 상품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문화예술 명소 탐방을 토대로 이중섭 문화의 거리를 진정한 문화예술 메카로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문화예술의 메카로 도약을 꿈꾸는 서귀포시 정방동 이중섭 문화의 거리 전경.

최근 이중섭 문화의 거리를 한국의 문화예술 메카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서귀포시에 의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97억원 예산을 들여 미술관과 창작 스튜디오 건립, 보행자 도로개설, 간판· 가로등 개선 등이 완료된 것을 계기로 인구 유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작가의 산책길 탐방과 문화예술 시장(아트마켓)에는 많은 탐방객들이 몰려들어 일단 출발은 순조로운 편이다. 최근에는 서귀포의 옛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였던 솔동산 문화의 거리 사업과 연계해 문화예술공간 구역 확대 운영도 추진되고 있다. 이중섭 거리와 명동로 일대 도로환경 개선을 지역상권 재건의 전기로 마련하고자 지난 5월에는 상인 대표들로 구성된 상가번영회가 창립됐다.

하지만 이중섭 거리가 진정한 문화예술 명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아직 산적한 과제가 남아 있다. 그동안 거리공연과 주말 차 없는 거리 시행과정에서 요란한 홍보가 있었으나 시민과 관광객들을 거리로 불러 모으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지역 상인들의 자발적 노력 없이 관 주도에 의해 추진된 탓이다.

문화시설과 도로여건 등 하드웨어는 잘 갖춰진 반면, 시민과 관광객들이 즐길거리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서귀포시와 더불어 명품 문화거리를 지향하는 국내의 주요 도시와 선진국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 전국 구도심, 문화의 거리로 새단장

 

창원시 용호동 문화의 거리. 상징 조형물로 거리 한복판에 '빛의 숲'이 조성됐다.

전국적으로 문화예술과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를 새롭게 가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대형마트와 아파트 건립 등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점차 활력을 잃고 있는 구도심 상권이 이같은 도시 리모델링의 주요 타깃이다.

대구시 봉산문화거리는 서울의 인사동과 비견될 정도로 화랑 등 미술점포가 밀집한 대구의 대표적 명물거리다. 연중 전시와 공연이 수시로 펼쳐지고, 누구나 거닐고 싶은 거리로 조성함으로써 문화예술 애호인은 물론 시민들 발길이 쇄도하고 있다.

창원시 용호동 문화의 거리에는 도시디자인 시범사업으로 상징 조형물(빛의 숲)이 들어선 아름다운 광장과 보행자 위주의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됐다. 이곳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돼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면서 지역의 명소가 되고 있다.

부산시 중구 ‘또따또가’는 원도심의 빈 상가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창작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지자체에서 지원한 사례다. 고유 창작활동과 시민예술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침체된 원도심에 문화예술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일본은 공공디자인 도입, 전통보존  

일본의 각 지자체에서도 시민과 관광객들의 문화수요를 감안해 도시를 특색 있는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공공디자인 대상으로 삼아, 미래의 관점에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관광명소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개발보다는 보존을 통해 마을의 역사와 시설물을 관광자원으로 내걸어, 지역경제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성공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요코하마시 아카렌가 창고는 빨간 벽돌로 지어진 옛 화물 창고를 문화시설이나 레스토랑 등 시설로 개조함으로써 추억이 깃든 문화관광 자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구마모토현에 있는 세이와 분라쿠기념관에서는 전통 인형극을 감상하면서 고원지대의 신선한 제철 음식을 맛보고 특산품을 구입할 수 있어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다.   

역사와 전통 건물을 보존해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일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 미관지구.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 미관지구는 강변 항구로 번영을 누리던 약 300년 전의 상점건물을 미관지구로 조성함으로써 예스러운 정경을 그리워하는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돗토리현 구라요시시 또한 노후화된 전통 건조물을 원형대로 보전하고 마을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관광상품으로 특화하면서 점차 유명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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