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산문화거리> 명물거리에 전국 미술애호가 쇄도
<기획> 이중섭 문화의거리, '문화예술 메카'로(2)

천재화가 이중섭(1916~1956)의 발자취가 깃든 이중섭 거리는 1996년 정부에 의해 ‘문화의 거리’로 지정됐다. 하지만 구도심의 경기침체 여파로 거리 일대에는 빈 점포가 늘어나고 사람 발길은 끊어졌다. 그런 이중섭 문화의 거리에 요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올레 탐방객 등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문화예술 관련점포가  속속 생겨나면서 거리 일대에 활기가 감돌고 있다.

최근 서귀포시도 이곳에서 작가의 산책길 탐방과 아트마켓 등을 선보이며, 문화관광 상품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문화예술 명소 탐방을 토대로 이중섭 문화의 거리를 진정한 문화예술 메카로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화랑과 공연장 등 문화예술 시설이 밀집돼 있어 인사동에 버금가는 명물거리로 도약하고 있는 대구 봉산문화거리 전경.

봉산문화거리는 대구시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거리다. 화랑(갤러리)을 중심으로 60여개의 미술관련 업체들이 모여 있고, 공연시설로 봉산문화회관이 들어섰다. 전국적으로 서울을 제외하고 이만큼 화랑이 밀집해있는 거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흔히 서울의 인사동과 비교되는 대구의 대표적인 명물거리다. 성수기․ 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연중 전시가 펼쳐져 전국의 애호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봉산문화거리에는 화랑과 골동품점 등 미술관련 외에도 천연염색과 인쇄소 등 다양한 문화관련 업소가 밀집돼 있다.

해질 무렵부터 문화예술의 향기가 넘쳐나는 거리 입구의 카페, 레스토랑과 식당들에선 젊은 연인들과 공연관람자들이 몰려들며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은은한 불빛의 가로등과 가로수, 의자 등으로 아담하게 단장된 거리는 누구나 거닐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게 한다. 봉산문화거리는 대구를 한국미술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만들고자 민관이 손을 맞잡아 일궈낸 합작품이다.  

좁은 골목에 화랑을 비롯한 문화예술 시설이 가득차 있다.

▲ 서울 인사동에 버금가는 문화예술거리

대구시 중구 봉산동에 소재한 봉산문화거리는 대구의 도심인 옛 대구학원에서 봉산오거리까지 600m에 이르는 거리를 말한다.

거리를 따라 17개의 화랑을 비롯해 골동품점, 고서적상, 표구사, 화방, 필방, 공예점 등 문화관련 업소만 60여개 들어서 있다. 그 외 식당, 출판기획, 서적, 커피점들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봉산문화거리 입구에 세워진 대형 조형물.

봉산동 일대는 예전엔 인쇄소가 밀집했으나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해 속속 떠나면서 1980년대 이후로 좁은 골목에 화랑이 꾸준히 생겨났다.

이후 1991년 대구 중구청에 의해 화랑 골목 일대가 ‘봉산문화거리’로 지정되면서 새로운 도약을 맞게 됐다. 인도와 가로수, 가로등이 세워지고 간판도 일제히 정비되면서 거리를 찾는 사람들도 전문예술가에서 일반시민으로 저변을 넓혀갔다.

2001년 중구 청소년의 집에 이어 2004년에는 대구 공연문화의 메카인 봉산문화회관 등 문화관련 시설이 들어서면서 명실상부한 대구의 명물 문화거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봉산미술제 기간에 이뤄진 퍼포먼스.

▲ 연중 공연 전시 활발, 나눔과 소통 공간   

봉산문화거리는 초기에는 미술관련 작품과 재료 판매, 표구 제작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여러 화랑에서 다양한 미술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신진과 중진 등 다양한 연령대의 화랑 대표들은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특색 있는  기획전을 선보이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구 공연예술의 메카인 봉산문화회관 앞마당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는 거리 악사 공연.

화랑들은 일반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높이고 ‘나눔과 소통’의 기회를 넓히고자 1993년부터 매년 가을(10월)에 봉산미술제를 개최한 이래 올해로 19회째를 맞게 됐다. 봉산미술제에서는 화랑들이 작가들의 초대전을 열고 거리행사를 펼친다.

2000년부터는 봄(4월)에도 도자기 공예 디자인 축제가 각각 봉산문화협회 주관으로 열리면서 다양한 장르에 걸친 예술과 문화가 살아숨쉬는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밖에 여름과 겨울철에도 여러 형태의 특별전이 열린다.  봉산문화회관에서는 주말 거리악사 공연 등 연 100회 이상 공연과 전시가 펼쳐져 봉산문화거리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가로수와 가로등, 보도 등이 특색있게 갖춰지면서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돼 있다.

▲ 민관 협력, 걷고 싶은 거리 탄생

봉산문화거리가 명물거리로 부각되는 데에는 행정기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대구 중구청은 도심문화 인프라 가치를 깊게 인식하고 각별한 문화예술 마인드를 토대로 봉산문화거리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섰다. 

봉산문화거리 주요 시설을 소개하는 안내도.

봉산문화회관을 문화예술인 및 지역주민들의 즐겨찾는 격조 높은 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공연과 전시를 늘려 나갔다.

또한 차도와 인도를 없애고 미적 감각을 살려 가로수와 가로등, 쉼터 의자 등을 설치하는 경관개선 공사를 실시함으로써 보행자들이 걷고 싶은 거리로 단장했다. 양쪽 거리 입구에는 거대한 예술 조형물이 들어섰다.

거리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등 먹거리 공간도 다양하게 갖춰져 저녁 시간이면 공연관람에 나선 인파들로 활기가 넘쳐난다. 

저녁 7시를 전후해 갤러리들의 셔터가 내리고 어둠이 서서히 깔리게 되면 봉산문화거리에는 또 다른 나이트라이프가 펼쳐진다.

봉산문화회관 공연 관람을 위해 인파와 자동차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거리 입구의 카페, 레스토랑, 와인카페에는 젊은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명품 짬뽕가게와 막창구이 식당들에선 구수한 내음이 미각을 북돋우며 공연관람을 마친 문화 애호인들이 왁자지껄 열변을 토하며 한바탕 뒷풀이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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