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용호동 문화의거리> 차없는 거리에 문화행사 활발
<기획취재> 이중섭 거리를 문화예술 메카로(4)
천재화가 이중섭(1916~1956)의 발자취가 깃든 이중섭 거리는 1996년 정부에 의해 ‘문화의 거리’로 지정됐다. 하지만 구도심의 경기침체 여파로 거리 일대에는 빈 점포가 늘어나고 사람 발길은 끊어졌다. 그런 이중섭 문화의 거리에 요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올레 탐방객 등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문화예술 관련점포가 속속 생겨나면서 거리 일대에 활기가 감돌고 있다. 최근 서귀포시도 이곳에서 작가의 산책길 탐방과 아트마켓 등을 선보이며, 문화관광 상품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문화예술 명소 탐방을 토대로 이중섭 문화의 거리를 진정한 문화예술 메카로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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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랑과 공연장 등 문화예술 시설이 밀집돼 있어 인사동에 버금가는 명물거리로 도약하고 있는 대구 봉산문화거리 전경. | ||
지난해 7월 마산․ 창원・진해시 3개시가 자율 통합된 경남 창원시에 서울의 인사동 같은 문화의 거리가 태동하고 있다.
행정과 지역주민이 손을 맞잡고 조성한 용호동 문화의 거리가 그것. 거리에서는 다채로운 문화공연 행사가 활발히 펼쳐지고 이를 관람하려는 인파가 늘어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개장 2년을 앞둔 용호동 문화의 거리가 벌써부터 경상도를 대표하는 문화 거리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보행자 중심 문화거리 조성

창원시는 도시디자인 시범사업으로 용호사업지역을 대상으로 설계공모를 통해 지난해 11월12일 문화의 거리 준공식을 개최했다. 총사업비 29억8000만원이 투입돼 용호 1길(창원시청 후문~용지아파트 입구, 170m)에 조성된 문화의 거리는 도시디자인과 경관, 간판개선 등 창원시의 전반적인 디자인 정책을 구체화하는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거리에 무질서하게 늘어선 전선· 통신선을 지중화하고,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여 있던 도로 일부와 건축 후퇴선에 주민과 협의해 기존에 없던 도로를 확보했다. 또한 보도와 차도의 턱을 없애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도 다닐 수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개념을 적용했다.
이번 문화의 거리에서 중심공간은 상징 조형물(빛의 숲, 최고 높이 13.8m)이 있는 광장으로, 기존 주차장을 광장으로 바꾼 것이다. 이곳에는 고효율의 LED 야간조명으로 24개 프로그램 연출이 가능한 바닥분수가 설치돼 있다. 평시에 빛의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하고, 각종 문화행사 개최 시에는 광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보행자의 휴식공간으로 다양한 수공간과 볼라드가 설치되고, 가로수에도 연출 조명이 갖춰져 일찍부터 연말연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용호1길에 면하는 9개 빌딩 153개 모범업소를 대상으로 간판개선도 동시에 이뤄져, 문화도시 면모를 지닌 세련된 도시문화공간으로 조성되고 있다.
▲ 주민・전문가․ 행정이 사업참여
이번 문화의 거리는 차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보행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차 없는 거리’를 통한 주민 주최의 각종 문화행사로 시민들에 호응을 얻고 있다.
원래 이번 사업은 ‘주민과 행정이 함께 하는 품격 높은 도시문화경관 만들기’ 차원에서 상인대표들과 전문가 및 관계 공무원으로 구성된 추진협의회를 주축으로 추진됐다.
이번 사업은 궁극적으로 도심상업지역의 문화경관 향상을 도모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주민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사업추진에 탄력을 얻고 있다.


개장 2년을 맞는 문화의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분수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행사가 활발히 펼쳐지면서 새로운 문화 명소로 도약하고 있다는 점. 주말마다 음악과 춤, 노래가 함께 하는 공연이 열리면서 청소년과 가족, 직장인 등 시민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문화공연은 상가연합회 주관으로 매주 토요일 비보이 경연과 직장인 밴드, 통기타 공연, 재즈공연, 락 페스티벌, 댄스 아카데미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행정과 각급 기관· 단체가 참여하는 지구의 날 행사, 자전거 타기 행사, 다문화가정 행사, 청소년 문화제 등도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전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문화공연은 참가팀들의 공연 수준이 높은 편이라, 전국적으로 공연 관람을 위해 이곳에 몰려들 정도다. 창원시내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곳에서 주말공연을 위해 노래와 춤 배우기 열풍도 생겨나고 있다.
▲ 문화공연에 관람인파 쇄도
도시 디자인 정비와 다채로운 문화공연 개최 등으로 문화의 거리 일대에 인파가 넘쳐나면서, 지역 상권에도 활력이 넘쳐나고 있다. 문화의 거리 조성 이후 인근 1~3층 상가의 부동산 가격이 30~50% 상승하면서 원도심에 들어선 지역 상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문화의 거리 일대에는 시민의 쉼터인 용지 호수공원과 성산아트홀 등 문화 인프라가 이미 잘 갖춰진 편이다. 이에 상인연합회측은 문화의 거리 조성을 통한 상권 활성화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최근 ‘용호동 100배 즐기기’라는 이벤트를 추진하고 있다.

시민들이 주말에 이 일대에서 공원산책과 공연 관람, 쇼핑, 식사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할인혜택 업체를 참여시키며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문화의 거리가 출발부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내년부터 예산확보를 토대로 제2~3구역에까지 문화의 거리 확대사업이 연차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시민 주도의 문화행사 개최 등을 통해 상권 활성화에 결실을 거두고 있는 용호동 사례는 이중섭 문화 거리의 앞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