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돋보기]전국 최대 칠십리기 배구대회 사라진다
스포츠예산 대폭삭감, 칠십리배 전국축구대회도 반납 위기
■스포츠대회 예산 삭감, 메카 입지 흔들
제주 서귀포시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수준의 전지훈련 메카로 입지를 굳혀왔다.
그러나 해마다 줄어드는 스포츠 관련 예산으로 인해 전지훈련 메카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서귀포시가 전지훈련지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던 요인으로 전지훈련 기간 중 대규모의 전국대회가 서귀포시에서 개최됐기 때문이다.
전지훈련과 동시에 스포츠대회를 통해 많은 학교 스포츠팀들이 기량을 동시에 점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서귀포시를 선호했다.
많은 팀들이 서귀포시를 전지훈련지로 찾아옴에 따라 겨울철 서귀포시의 모습도 덩달아 변모하기에 이르렀고, 지역경제에도 효자 노릇을 해왔다.
경기장과 숙박업소, 식당 등에는 전지훈련 온 팀들의 버스와 선수들로 붐비고, 선수들을 따라온 학부모들이 줄을 이었다.
서귀포시가 전지훈련 유치를 시작한 지난 2000~2001년에는 11개 종목 176팀, 6500명을 유치해 40억원에 지역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이후 해마다 참가팀수와 인원이 늘어나면서 지난 2009년 11월부터 2010년 3월까지 20개종목·1300여팀 3만4000여명을 유치해 322여억원의 소득효과를 창출했고, 2010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는 구제역의 여파로 인해 22개종목·1870여팀 2만7000여명을 유치해 270여억원의 지역경제 효과가 발생했다.
이들 지역경제효과는 제주발전연구원의 스포츠산업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분석을 기초로 한 것으로, 관광비수기인 겨울철 서귀포시의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전국단위 대회, 하나 둘 사라져
이처럼 전지훈련이 서귀포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정작 해마다 스포츠대회 예산이 삭감되면서 전국단위 대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올해 1월까지 서귀포시에서 개최되던 칠십리기 전국초등학교 배구대회가 대회예산부족으로 대회가 개최되지 못할 예정이다.
제주도가 대회예산을 5000만원 지원해주다 내년 예산으로 3000만원을 책정해 배구협회에서 대회예산을 반납하기에 이르렀다.
올해로 11회를 맞은 칠십리기 배구대회는 전국 최대 규모로 전국 40여개 팀이 참가하는 대회로 선수와 임원, 대회관계자, 학부모 등 모두 1000여명이 서귀포 지역에 머무름에 따라 지역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해 왔다.
아울러 제11회 칠십리배 춘계 전국유소년축구연맹전도 해마다 2월에 서귀포지역에서 개최되 오고 있다. 내년에도 대회가 개최는 되지만 예산 문제로 언제 사라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회의 내년 예산은 1억5000만원으로 전국의 140여개 초등학교가 참가하는 대규모 대회다. 초등축구연맹에서는 3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남해군으로 가고 싶어하지만 제주도축구협회의 노력으로 당분간은 대회가 유지될 전망이다.
특히 이 대회는 서귀포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에서 선정한 10대 명품대회다. 여기에 해마다 6월에 개최되는 국제아이언맨대회도 내년 대회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다.
전지훈련팀들의 서귀포시 선호는 전국대회 등이 많아 기량점검에 도움이 되기 때문. 대규모 대회들이 예산문제로 사라지거나 다른 지자체로 가버린다면 전지훈련의 메가 서귀포시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 대회 개최, 전력 점검 기회 제공해야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난 2010년 스포츠대회 관련 예산은 64억, 2011년 35억, 2012년에는 이보다 35% 감소한 23억 정도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해마다 스포츠 대회 예산이 감소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형평성이 문제로 모든 대회의 예산을 일괄적으로 30% 삭감해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체육 관계자 A씨는 “도 예산에 맞게 스포츠 대회의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전국에서 팀들이 찾아오는 대회 만큼은 형평성을 떠나 효율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배구나 축구는 육지팀들이 대부분인데 이 팀들이 서귀포지역에서 쓰는 돈이 어마어마 한데 이들을 다른 지자체에 뺏기는 것은 행정이 잘 못”이라며 “한 번 빼앗긴 팀을 다시 찾아오게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체육학 박사인 정구철 탐라대 교수는 “전지훈련팀들이 서귀포를 찾았을 때 가치가 있는 훈련을 하고 돌아갈 수 있게 대회를 많이 개최하고 전력을 점검하고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서귀포시에 따르면, 훈련 공간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맞춤형 총량제를 실시하는 축구종목에 중학교 15팀, 고등부 20팀, 초등부 16팀, 대학부 12팀 등 1월 중 수용 가능한 팀 수를 모두 채웠다.
야구종목도 대학교 3팀과 리틀 야구 5팀 등 모두 9팀의 예약을 마쳐 추가 수용이 어려운 상태이며, 농구종목도 30팀이 예약을 마쳤다. 육상종목은 현재 22개팀이 1월중 전지훈련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서귀포시에는 축구장 22면(천연 12, 인조 10)과 실내 체육관 10개소, 테니스코트 25면 등이 구축돼 있으며, 학교 운동장 또한 대부분 천연잔디나 인조잔디로 조성 돼 있어 전지훈련 지역으로 우수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