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책방> 3. 제주신화

서귀포신문과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는 시민들에 건전한 독서문화 여건을 조성하고자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기획코너를 마련했다. 2011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선정도서를 중심으로 책 소개와 독자 대담으로 구성된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움직이듯, 매월 2차례 선보이는 이번 코너가 시민 전체의 행복과 서귀포시 발전에 기여하는 밀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이 책은 제주도 심방(무당)들이 큰굿을 할 때 노래하는 신들의 이야기를 한 데 모아 소설적으로 재구성했다. 
해독하기 어려운 제주방언을 없애도 전체적으로 서사적 틀을 탄탄히 갖춘 열편의 이야기를 실었다.
1부 천지왕, 2부 삼승할망, 3부 꽃감관 할락궁이, 4부 무조 잿부기 삼형제, 5부 전상차지 가믄장아기, 6부 자청비, 7부 일문전 녹디셍인, 8부 강님차사, 9부 부신 칠성아기, 10부 할로영산 궤네깃도 등으로 나눠 수록돼 있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 고유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뿐 아니라 동아시아 공동문명의 뿌리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다. 이석범 지음/황금알ㆍ9700원. 박소정 기자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1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김정숙 씨. 김정숙 씨는 애월고등학교 사회교사로  제주신화를 연구하고 있다. 서귀포 삼매봉 도서관에서 지난 해 책읽기릴레이 완주 도서를 살펴본 후 제주신화를 바탕으로 대담이 진행됐다. 

이경주(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장. 이하 이): <제주신화>를 읽고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김정숙(애월고등학교 교사. 제주신화연구가. 이하 김): 재미있었어요. 저는 이쪽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소설이어서 열린 마음으로 자유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천지왕이 우주를 창조하면서부터 백주또까지 이어지는 많은 신화를 소설로 엮어놓은 것입니다. 제주도의 신화를 이해하는데 기본적인 내용을 잘 다루고 있는 소설입니다.

▲ ▲이경주(왼쪽)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위원회 위원장. 제주문인협회 감사, 수필문학회 이사▲김정숙(오른쪽) 애월고등학교 사회교사. 제주신화 연구 중. 제주신화강연. 제주의소리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음

이: 제주에서는 설화를 옛날이야기라고 해서 즐겨 들었죠. 전설, 민담, 설화, 신화에 대해 이야기해주시겠어요?
김: 설화와 신화가 중복되는 경향이 있죠. 설문대는 신화라고도 하고 설화라고도 합니다. 이석범 선생님이 쓴 <제주신화>의 신화들은 신화로서의 틀을 갖추고 있습니다. 굿을 할 때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요. 무당을 통해서 구연되는 얘기가 주로 제주신화의 책 속에 있는 신화였어요. 설화보다 신화는 좁은 의미예요. 설화가 좀더 넓은 의미에서의 이야기라면, 신화는 커다란 이야기 중 신의 이야기가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은 신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 책의 의의는?
김: 저자는 제주 신화를 소설화시키고 싶었던 것입니다. 사실 그리스 신화는 형상화가 많이 되었어요. 루브르 박물관의 60~70%가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이잖아요. 그런데 제주신화는 이렇게 엄청난 얘기가 있는 데도 형상화가 안되었어요. 그래서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 신화를 소설로 만들었다는 점을 보면, 작가가 소설가로서의 소명의식이 있는거죠. 제주도인으로서, 소설가로서 제주도 신화를 엮어내는 것, 이 분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려는 분입니다.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 보면, 제주도 신화로 이야기하지 못할 인생의 오의(奧義)란 별로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어요. 오의는 사물이나 현상의 깊은 뜻입니다. 제주 신화를 통해서 제주인들 삶에서 나타나는 현상, 문화 등에 대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주제예요. 삶의 모든 것들을 조명하고자 하는 그런 깊은 뜻을 이 신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는 거죠.
 
이: 제주신화에서 볼 수 있는 여성성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김: 제주도는 자청비 신화를 만들 때부터 여성의 힘이 강했다고 볼 수 있어요. 제주신화는 제주도 여성들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억셈, 무뚝뚝함, 크게 소리내어 얘기하는 부분이라든지, 정이 없고, 꾸미지도 않고, 일만 하고, 생활력이 강하고, 밭도 갈고, 물질도 하고. 돗통시에서 거름을 파다 낑낑거리며 거름을 주는 것도 여자였죠. 제주도 여자들의 그런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여자가 많은 섬으로 인식되었죠. 아주 강인한 여신으로는 백주또, 가믄장아기, 자청비가 있는데요. 특히 가믄장아기는 결혼할 상대도 자기가 고르죠. 제주여성들의 여성성이 삶의 역사로, 신화로 엮어지면서 오늘에 이르렀죠. 신화를 만들어낸 바탕이 제주도 여성들이예요. 제주도 지역성과 지역에 있는 여성성이 신화와 상호교감을 나누면서 독특한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 이 책에 나오는 신들을 제주도 사람과 비교해서 이야기해주시겠어요?
김: 여기에 나오는 가믄장아기는 김만덕과 비슷합니다. 제주도 해녀들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죠. 가믄장아기는 아주 가난한 집안의 셋째 딸로 태어났는데, 제주도 여자들처럼 용감하고, 애교라고는 전혀 없고, 일 잘하고,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긁어모아서 부자가 됩니다. 부모님을 찾으려고 하는데, 거지 잔치를 열어요. 대단한 아이디어예요. 김만덕이 그랬죠. 돈을 벌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정신이 제주사람들에게 나타나게 된거죠.
 
이: 특별히 조명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김: 신화라는 것이 옛날 사람들이 가졌던 과학적인 예측이예요. 이렇게 하면 해결되겠다. 안되더라. 그래서 빌고 희망하죠. 이런 것들이 모여서 신화가 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기원을 하게 되었던 사회적인 환경, 자연적인 환경이 그대로 들어가있고요. 그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정이기 때문에 온갖 인간의 모습들이 다 들어가있죠. 가믄장아기의 가믄장은 나무바가지라는 뜻이예요. 이름에 어리고 가난하다는 것이 담겨있죠. 가믄장아기가 부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생활 모습, 그녀의 지혜, 돌을 부지런히 닦아서 금은보화를 만들어내는 악착같음, 탐구심. 이런 것들이 가믄장아기로 탄생되죠.

▲ ▲이경주(왼쪽)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위원회 위원장. 제주문인협회 감사, 수필문학회 이사▲김정숙(오른쪽) 애월고등학교 사회교사. 제주신화 연구 중. 제주신화강연. 제주의소리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음

이: 굿을 감상하는 법?
김: 굿을 이해하려면 신화를 알고 가야 더 재미있어요. 알고가야 깔깔거리고 웃을 수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오래된 제주어를 잘 사용하지 않아요. 굿의 형식을 잘 모르고요. 하지만 그 속에는 보물같은 제주도 신화들이 숨어있어요. 
 
이: 제주신화를 보면 합리적이죠?
김: 정말 그래요. 우리의 자연환경에서 만들어낸 생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일 수밖에 없어요. 자청비 신화에서 보면 오곡의 씨를 받아서 내려오는데, 씨앗 하나가 모자라요. 더 재미있는 건 이것을 찾으러 갑니다. 하나가 모자라다고. 그래서 받아온 것이 메밀입니다. 메밀은 구황작물이죠. 간단하게 끓여먹을 수 있고, 모든 곡식이 다 떨어진 상황에서 굶어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메밀이거든요. 메밀은 8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수확해서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빙떡이라는 제주도 음식도 나왔어요. 이것은 생활과학 교과서나 다름없는 것이죠. 
 
이: 제주 신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시겠어요?
김: 제주를 1만 8천 신들의 고향이라고 하죠. 1만 8천 신이라는 것은 그만큼 땅이 척박하고 사람이 살기 어려웠고, 빌 것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책에 보면 계속 신들이 만들어져요. 천지왕이 대별왕, 소별왕을 만들고, 세상이 만들어지니 사람도 만들고, 사람을 만들려니 삼승할망이 필요했고, 사람은 아프기도 하니까 구삼승할망도 나타났어요. 서천꽃밭을 만드니 그곳을 지키는 신도 필요했고, 농경을 하니 농경에 관련된 신을 만들었죠. 집안을 지키는 신도 필요했는데, 대문에 들어가는 신, 부엌에 있는 신, 중앙에 있는 신, 뒷켠에 있는 신이 만들어졌고, 그런 식으로 수많은 신들이 만들어진 것이죠. 이 과정이 책에 그대로 잘 그려져있습니다.
 
이: 제주신화를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김: 상상하면서 읽어라. 이 책을 보면 열 개의 신화에 엄청나게 많은 신들이 존재해요. 신화를 읽을 때마다 상상하면서 읽으면 훨씬 더 마음 속에 와닿을 것입니다.

정리/ 최선경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사진/ 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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