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귀포, 칠십리책방>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대담
서귀포신문과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는 시민들에 건전한 독서문화 여건을 조성하고자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기획코너를 마련했다. 2011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선정도서를 중심으로 책 소개와 독자 대담으로 구성된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움직이듯, 매월 2차례 선보이는 이번 코너가 시민 전체의 행복과 서귀포시 발전에 기여하는 밀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1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는 독자가 아닌 책읽기를 권유하는 사람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들이 모여 대담을 진행했다. 따뜻한 봄날, 서귀포 YWCA 무인카페에서 모인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경주(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장. 제주문인협회 감사, 수필문학회 이사):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문상금(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시인): 저는 2010년과 2011년에 시민의책읽기 릴레이주자로 참여하다가, 작년 12월에 인연이 닿아서 위원회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강창주(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논술지도강사): 제 개인적인 책읽기가 아닌 누구나 읽도록 책읽기 운동을 하고 싶어서 위원회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정홍익(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세화1리 문고회장): 저는 세화1리 새마을문고 회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원으로 위촉되었죠. 여러 위원과 같이 활동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이경주: 여러분은 평소에 책 열심히 읽으세요?
강창주: 제가 아이들 논술을 가르치고 있는데 책을 읽지 않고는 가르칠 수 없어요. 저는 국문학을 전공했는데, 항상 선배들이 강조하는 것은 책읽기였어요. “내가 이 책 읽어봤는데 너무 좋더라. 읽어봐라.” 어떤 때는 자존심 상하게 “너 이것도 아직 안읽어봤냐?” 그런 분위기에 있다보니까 알게 모르게 책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문상금: 저는 한글을 떼면서부터 책 속에서 살아왔어요. 여섯 살 때부터 꿈이 작가였죠. 고등학생인 작은오빠가 마을문고에 공부하러 가면 하루에 동화책 다섯 권을 빌려왔어요. 그러면 저는 하루종일 그 책을 다 읽고 오빠에게 “또 문고도서관 갔다오세요.” 졸랐죠. 이튿날 빌려오면 또 읽고. 그 속에서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싹텄어요. 지금도 어렸을 때부터의 독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김영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성산일출도서관 독서회 회장): 책읽기는 어려서부터 습관이 중요합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가 함께 독서를 즐겨야하죠. 저는 손녀와 같이 도서관에 다니는데, 이것 역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훈계할만한 이야기가 있으면 말로 하지 않고, 책을 한 권 주면서 “너 이 책 한 번 읽어볼래?” 그러면 그 책을 읽고 아이가 책을 통해서 인성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경주: 우리가 모인 것이 개인적인 독서 외에도 책읽기의 소중함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인데, 다른 사람에게 책읽기를 권하는 좋은 방법이 있나요?
김영희: 저는 무조건 책을 읽으라고 하지는 않아요. “이 책을 읽었더니 어떻더라.” 구미가 당기게 선전을 해요. ‘나도 읽고 싶어.’ 충동이 일어났는지 책읽기릴레이가 되었어요.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목사): 타인에게 책을 읽게하는 계기가 중요합니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그것 먹어보니 환상적인 맛이더라.” 잘 전달해서 그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거죠.
강창주: 보통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읽어와라.” 하면 안 읽어오잖아요. 저는 수업을 하면서 아무도 안 읽은 상태에서 그 이야기를 해줘요. 일부러 오버액션하면서 흥미있고 재미있게. 애들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요. 끝나면 “선생님, 이 책 우리 도서관에도 있어요?” 물어봐요. “도서관에 다 있어.” 그러면 어떤 애들은 바로 도서관으로 뛰어갑니다. 이야기를 통해서 책을 읽게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예요.

이경주: 서귀포시민의책 중에서 읽어보고 특별히 감동받았던 책이 있나요?
안재홍: 저는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였어요. 책을 읽을 때 ‘이 책은 이럴거야.’ 라는 선입견이 있을 때가 있어요. 제 선입견을 깨준 책이 이 책입니다. 예전에는 ‘사진 잘 찍으시는 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그 분이 쓰신 이야기가 자연스럽고 진솔했어요. 책을 읽는 사람은 책에 대한 선입견,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것을 깨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희: 저는 <이중섭평전>이었어요. 처음에는 선입견을 갖고 나와는 코드가 맞지 않는 책이라는 생각에 무심했죠. 서귀포시민의책읽기를 통해 이 책을 읽고보니 ‘이런 뜻이 있어서 시민의책에서 추천한 책이구나!’ 깨달았어요. 앞으로는 책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거예요.
정홍익: 저는 서귀포시민의책 위원으로 위촉되고 나서 <거상 김만덕>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니 김만덕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문상금: 저는 편독하지 않고 책을 읽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은 여러 번 읽게 되네요.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 성공에 대한 태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책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정말 추천해 주고 싶은 책입니다.
이경주: 저는 <제주신화>를 읽고 정말 홀딱 반했어요. 깜짝 놀랐죠. 종교적인 접근이 아니라 문화인류학적인 차원에서 보면, 사람들이 살아왔던 이야기가 그대로 책 속에 전개되는 거예요.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했고, 얼마나 절절하게 삶을 살아왔는지 그대로 담겨있어요.
강창주: 저는 <오래된 미래>가 인상적이었어요.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충격을 받았죠. 인류가 앞으로 극복해야할 환경 문제에 대해 이 책이 해답을 제시해줍니다. <오래된 미래>를 읽고 ‘이런 것도 있구나!’ 느끼면서, 저 혼자만 알기에는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에게 권하고 이야기 나눴죠. 저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다 공감하더라고요.
이경주: 마지막으로 독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문상금: 독서는 생활화가 중요합니다. 저번에 자구리해안에 갔는데, 따뜻한 날에 외국인 노부부가 자구리해안 잔디밭 의자에 앉아서 조그만 포켓북을 꺼내 햇볕받으면서 읽고 있더라고요. 멀찌감치 그 모습을 쳐다보면서 ‘우리도 항상 책을 가까이 하고 습관적으로 좋은 책을 짬짬이 읽을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모습이 아름답고 부럽더라고요.
강창주: 독서를 강제로 권할 수는 없죠. 어린이에게 책읽기 운동을 해서 자연스럽게 확산되면, 시간이 흘러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서귀포 전체의 인식이 깨어있겠죠. 이런 과정이 서서히 진행되어야죠.
문상금: 교육도 백년지대계라고 하잖아요. 독서도 긴 안목으로 바라봐야 해요. 위원들의 역할은 촉촉이 스며드는 이슬처럼 독서운동이 사람들, 시민들, 학생들, 어린이들, 사이사이에 촉촉이 스며들어서 어느 날엔가는 아주 성숙된 독서를 하는 서귀포시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안재홍: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모르는 분이 없습니다. 다만 이런 책읽기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혼자서가 아니라 같이, 좋은 뜻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연합해서, 책을 함께 읽으며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정리·사진 최선경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
|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들에게 책이란? ·이경주: 책이란 삶이다. 행복을 가꿔주는 것이기 때문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