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버, 명품 브랜드로 가는 길<3>
민관이 하나 된 충남부여 굿뜨래 브랜드
옛 백제의 기운이 서려있는 부여군. 고대국가의 수도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대표적인 농업 도시로 명성을 쌓고 있다. 7만5000명에 불과한 소규모 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밤, 멜론, 토마토, 양송이, 표고버섯, 수박 등의 농산물 생산량이 전국 1~2위에 오르는 강한 면모를 자랑한다.
특히 2004년부터 선보인 농산물 브랜드 굿뜨래(GOODTRAE)는 국내 지역 브랜드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뛰어난 품질을 바탕으로 공동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한 지역농협과 브랜드 육성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온 행정이 힘을 합치면서 지금의 굿뜨래를 탄생시켰다.
농산물에서 그치지 않고 공산품, 행사명 등에도 사용되면서 부여라는 지역을 상징할 만큼 인지도를 쌓고 있는 굿뜨래. 이 세 글자에 담긴 가치는 수많은 지역브랜드 등장과 몰락의 롤러코스터 가운데 독보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 고품질 농산물, 브랜드로 날개를 달다
비옥한 평야지대와 중심으로 흐르는 금강이 인상적인 부여군. 뛰어난 자연조건 아래 일찍이 비닐하우스 농업이 발달해왔다. 양송이버섯(점유율 45%, 2010년 기준)을 비롯해 방울토마토(13%), 밤(16%), 표고버섯(14.9%)은 전국 1위 생산량을 자랑한다. 한해 생산되는 농산물은 18만톤, 생산액은 9000억 원이다.
이런 조건에서 굿뜨래 브랜드는 2003년 12월 개발됐다. 공식적인 개발 의도는 유통구조 변화 및 국제화에 대응하는 지역 생산품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더불어 고품질 생산시스템 구축을 도모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도 추구한다.

간단히 말해 변화하는 농산물 시장에 맞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10년 전 목표이지만 현재 상황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여군은 2004년 3월 부여군공동상표(굿뜨래) 육성관리 계획이 세워진 이래 짜임새 있는 계획을 수립, 진행시켜나갔다. 품질관리 기준을 제정하고 컨설팅을 통한 자료를 구축해 나간 뒤 경영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2009년 9월부터는 브랜드 품질을 지정된 조건에 맞춘 매뉴얼화로 관리한다. 국문 20개, 영문 20개 상표등록도 확보하며 도용을 방지했다.

이런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부여군 내 전체 농식품 매출액(9000억) 중 굿뜨래 명칭으로 판매되는 비중이 31%(2800억, 2011년 기준)에 이른다. 2006년 매출(400억)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브랜드 사용승인 농가도 2006년 3243농가에서 2010년 6422농가(71개 조직)로 늘어나 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이뤄졌으며, 출하량도 1만9467톤에서 7만5000톤으로 크게 늘어났다. 굿뜨래 브랜드로 상품화 되는 비율 또한 2006년 64.8%에서 2010년 97%까지 늘어나며 브랜드 도입이 성공적인 품질 향상 효과를 거뒀음을 입증했다.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은 만만치 않다. 예비심사→외부전문기관 용역심사→심의위원회 최종심사까지 이어지는 3단계로 거쳐야만 굿뜨래를 달고 판매할 수 있다. 2년마다 실시하는 품질 심사과정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기준에 미달되면 브랜드 사용 권리를 잃게 된다.
■ 농가, 조합, 행정의 삼박자
부여군 굿뜨래 브랜드의 성과는 농가, 조합, 행정 등 관계 집단이 각각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포지션(입장)을 선별, 집중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공동마케팅 사업을 진행하며 역할 구분을 시도한 군내 9개 지역농협들은 2010년 4월 지역농협들은 부여군지역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조직화하며 몸집을 키웠다. 이에 맞춰 생산자들은 공동선별, 공동 계산이 가능한 연합작목회를 구성했다.


조재원 부여군지역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 또한 “법인은 통합 마케팅 조직을 구성해 선별, 판매, 홍보 사업을 전담한다. 농가는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다. 군 행정은 병충해 및 방재 등의 사업에도 충실하면서 방향을 제시하고, 농업기술센터는 농가의 기술 지도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출범 10년을 바라보는 굿뜨래의 브랜드 위상은 곳곳에서 확인될 수 있다. 부여군 멜론 농가 중 30%가 K멜론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최근엔 100% 굿뜨래로 참여한다는 점이 하나의 사례다.


굿뜨래는 농산물에 그치지 않고 부여군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지역 행사, 콜택시, 버스, 모범 음식점 등에도 굿뜨래 명칭이 사용된다. 지역주민이 친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 행정의 고민인 셈이다. 서귀포지역 어딜 가도 찾기 힘든 서귀포에버와는 상반된 점이다.
한편 부여군은 2014년까지를 굿뜨래 제2창업 기간으로 설정하고 8가지 농산물 집중 육성, 식품 벤처기업 유치 등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글: 한형진, 사진: 이현모 기자>
# 본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