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귀포, 칠십리책방> 5.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올레 여행

서귀포신문과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는 시민들에 건전한 독서문화 여건을 조성하고자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기획코너를 마련했다. 2011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선정도서를 중심으로 책 소개와 독자 대담으로 구성된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움직이듯, 매월 2차례 선보이는 이번 코너가 시민 전체의 행복과 서귀포시 발전에 기여하는 밀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이 책은 제주에 길을 만드는 여자 서명숙의 꿈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다.  23년에 걸친 기자생활을 때려치우고 홀연 걷기 여행을 떠난 그는 산티아고 길을 완주하며 고향 제주를 떠올리게 된다. 산티아고 길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제주에도 만들 수 있음을 깨닫고 귀국 후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발족하고 제주에 걷는 길을 내기 시작했다. 책은 길 없는 길을 찾아서, 길치, 걷기에 빠져들다, 산티아고에서 만난 사람들,  느릿느릿 걸으면 행복하다, 낙원…… 그곳에 사는 사람들 등으로 구성됐으며, 제주를 걸어서 가장 아름답게 여행할 수 있는 법에 대한 생생히 담겨있다. 서명숙 지음/북하우스 1만5000원    박소정 기자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1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한현진 씨, 신산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지도사이며 방과 후 교사다. 한현진 씨가 근무하는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한 신산청소년문화의집에서 <놀멍 쉬멍 걸으멍>을 바탕으로 대담을 진행했다.
 
이경주(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장. 제주문인협회 감사, 수필문학회 이사): 올레길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한현진(신산청소년문화의집 프로그램 매니저): 저는 올레길 하면 외할머니 댁에 갔을 때 구불구불했던 길이 생각납니다. 할머니가 그리워서 그 생각이 나는 거겠죠. 할머니와의 추억이 떠올라요. 어렸을 때 할머니가 맛있게 해주신 음식, 할머니가 저에게 들려주셨던 노래,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또 학교에서 사투리 숙제를 내면 할머니에게 가서 물어봤거든요. 그런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올레길 하면 편안한 휴식처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경주: <놀멍 쉬멍 걸으멍>을 읽은 느낌은 어떤가요?
한현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해서 책 속에 빠져들어 읽게 되었습니다. 세상 사는 이야기가 잘 담겨져 있어서 편안하게 읽었죠. 글쓴이가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을거예요. 본인의 인생을 잘 담아냈다고 할까요? 본인의 인생도 이야기했지만 올레길을 걸으면서 생긴 추억들, 올레길을 어떻게 해서 만들어냈는지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읽으면서 공감을 많이 했고요. 올레길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 이경주(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장제주문인협회 감사수필문학회 이사, 왼쪽)한현진(신산청소년문화의집 프로그램 매니저, 오른쪽)

이경주: 저자는 느림을 강조하고 있는데, 느림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한현진: 올레는 사색과 명상의 길이고, 사람들이 사색과 명상을 올레길을 통해서 얻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느림을 강조했어요. 결국 우리 인생을 여유롭게 들여다보자는 의미에서 느림을 강조하고 있지요. 지금까지 우리는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인생도 느리지만 제대로 즐기며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경주: 올레길을 걷는 의미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한현진: 올레길을 걷는 것은 혼자 걸을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걸을 수도 있습니다. 혼자 걸을 때는 추억을 생각하며 걷기도 하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지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동반자가 있어서 같이 걷게 되면, 그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되죠. 그 사람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내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됩니다. 마음의 상처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서 치유할 수 있죠. 일상 생활에서는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거든요. 올레길을 걸을 때에는 그런 시간이 허락되기 때문에 깊이 있는 대화도 하게 되고, 내 고민도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짚어볼 수 있죠. 걷는다는 것,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안에는 삶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주제를 담고 있지요.
 
이경주: 올레는 건강을 위한 길이기도 하고, 소통, 사색, 행복의 길도 될 수 있겠죠. 그렇다면 한현진 씨는 올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가요?
한현진: 저는 신혼여행을 올레 걷기로 한다면 남다른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신혼은 인생을 설계하는 시점이잖아요. 신혼여행 중 올레길에서 우리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자, 앞으로 이렇게 살자!는 대화 중심의 올레 걷기라면 더 좋을 것입니다. 꼭 신혼여행만이 아니라 이미 결혼한 부부에게도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되돌아보는 좋을 계기가 될 것입니다. 부부가 삶에 지칠 때 같이 걸어봄으로써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경주: 온평에 사신다고요? 이 지역의 숨은 명소를 살짝 공개해주시겠어요?
한현진: 제가 요즘 가본 곳 중에 삼다수 숲길이 있습니다. 숲도 잘 형성이 되어있고, 냇가도 있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에 정말 좋아요. 여기는 진짜 숲에 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번잡하지도 않아서 가족 단위로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족과, 친구들과, 아이들과 같이 걸어보면 정말 좋을거예요. 왕복 2시간이 약간 넘습니다. 빨리 걸으면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요즘처럼 좋은 날씨에는 온가족이 함께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될 거예요.

▲ 이경주(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장제주문인협회 감사수필문학회 이사, 오른쪽)한현진(신산청소년문화의집 프로그램 매니저,왼쪽 )

이경주: 제주 올레길이 전국적 이슈로 작용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한현진: 걷는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큰 위안도 되고, 건강에도 좋죠. 걸으면서 자기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자기 성찰의 기회도 됩니다. 현대인들에게는 올레길 취지가 신선하고, 지금 현대인들에게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전국적인 이슈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올레길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면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겠지만, 자연적인 올레길을 만들었고, 자연친화적인 길을 내면서도 인위적으로 손을 안대려고 노력했고, 그런 것들이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를 자극했죠. 그런 요인들로 제주올레길이 이슈가 되고, 현대인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주: 제주올레길을 바라보는 제주인으로서의시선
한현진: 등잔밑이 어둡다고 하죠? 사실 제주사람으로 살면서 육지에서 오는 사람들보다 한라산에 많이 못올라봤어요. 올레길도 다 걸어보지 못했고요. 내가 살고 있는 내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어요. 가까이 있는 것을 소중히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올레길도 더 걸어보고, 다른 사람들과 올레길을 걸으면서 이야기하는 기회도 많이 마련해야겠습니다. 특히 저는 청소년들과 생활하는 직업을 갖고 있으니, 이곳 아이들과도 올레길을 함께 걸으며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알 수 있는 계기를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경주: 나에게 길이란?
한현진: 길은 인생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평탄한 길도 있고, 오르막이나 내리막도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죠. 단면적으로 우리 삶을 조명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대부분 바쁘게 앞만 바라보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면 삶에 회의가 오죠. 그런 때에는 사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도 듭니다. 살면서 지치고 힘들 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올레길을 걸으며 자신의 삶을 반성해보고, 앞으로의 삶의 설계를 한다면 요즘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사회 문제들이 점점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경주: 나에게 책이란?
한현진: 책은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지칠 때 내 어깨를 두드려주고, 누군가에게 위안받고 싶을 때 책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게 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곤 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책이란 없어서는 안될 친구이자 동반자입니다.
 
정리사진/ 최선경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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