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6. 사막에 숲이 있다
서귀포신문과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는 시민들에 건전한 독서문화 여건을 조성하고자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기획코너를 마련했다. 2011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선정도서를 중심으로 책 소개와 독자 대담으로 구성된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움직이듯, 매월 2차례 선보이는 이번 코너가 시민 전체의 행복과 서귀포시 발전에 기여하는 밀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1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지금종 씨, 가시리로 이주해 축제발전위원회 위원장, 조랑말 박물관 관장 등 문화활동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가시리 디자인카페에서 <사막에 숲이 있다>를 바탕으로 대담을 진행했다.

김학준(청어람 작은도서관 관장.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前위원장): <사막에 숲이 있다>를 읽은 계기와 소감?
지금종(문화활동가, 축제발전위원회 위원장, 조랑말박물관 관장): 우연과 필연이 섞였어요. 잘 봤다는 생각이 들고, 굉장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인위쩐은 영웅이예요. 그런데 다른 각도에서 보면 영웅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을 친거죠.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을 하기 위한 처절한 생존투쟁기예요. 나무라는 것이 주인공과 잘 맞았고, 그것이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죠. 또 하나는 자기 기질하고 잘 맞은 거죠. 모래바람을 견디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 그것이 하나의 생존방식으로 선택된 거죠. 시점에 있어서도 굉장히 독특해요. 남들은 다 탈산업사회, 후기산업사회로 진입하고 있을 때, 중국은 본격적으로 산업사회에 진입하죠. 그 시차가 가져오는 간극 같은 것, 그 안에서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의 문제, 그 안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생존을 해나가는가. 이런 것들이 시공간적으로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니 아주 절묘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학준: 혹시 <나무를 심은 사람>이란 책을 읽어보셨나요?
지금종: 이 책을 읽으며 맨처음 떠오른 것이 <나무를 심은 사람>입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이 저에게 강렬하게 남아있어요. 저는 제주에 와서 텃밭을 가꾸고 최소화해서 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하나는 간벌을 하러 다니겠다는 생각했죠.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것이 간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나무를 많이 심어놓긴 했는데 가꾸지 않아서 국토가 엉망인 상황이 되었어요. 이미 심어져있는 나무를 잘 관리하고 가꾸는 게 지금은 나무를 심은 사람 같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김학준: 그 얘기도 혹시 자기 자신의 얘기 아닙니까? 저는 선생님이 나무를 심으러 오신 것 같은데요?
지금종: 이제는 결과를 가지고 얘기를 해야하는데요. 사실은 이런 일들이 굉장히 정직한게 뭐냐면, 땀은 속이지 않는다는거예요. 그런데 사회적인 것은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어요. 본인의 마음과 노력과는 무관하게. 그러면 무의미한거냐. 그렇지는 않거든요. 더 힘든거죠. 나무가 심어질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김학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금종: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인위쩐이 글을 못읽는 사람이었다는거예요. 책을 많이 본 사람보다 책을 한 권도 안 본 인위쩐 같은 사람이 굉장히 훌륭한 일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아이러니한 일이죠. 우리가 책을 많이 읽자.고 이야기하지만, 책의 주인공은 책을 하나도 읽지 않은 사람일수도 있다는거죠. 저는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봐요. 사실 어떤 책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훨씬 중요한 것이 될 수도 있고요. 그것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중요하겠죠. 우리 어머니 아버지 중에 한글도 깨우치지 않은 분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그 중에서 삶 자체가 훌륭한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제가 볼 때는 인위쩐이 책인거예요. 다만 이 책이 의미있는 것은 인위쩐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예요.

김학준: 관행적으로 잡초는 뽑아야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는 다르게 이야기하죠?
지금종: 저도 고민이 그겁니다.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데, 풀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늘 고민이예요. 인위쩐은 정확하게 알잖아요. 공부를 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통찰 같은거죠. 그런데 농약을 안치니까, 별 사람이 다 있어요. 농약을 안치면 죽는다고 걱정하죠. 잡초를 어떻게 하느냐. 그건 늘 고민이예요. 저는 잡초를 뽑지는 않아요. 베어주는 정도를 하는데, 이것을 다 베는 게 맞느냐, 어디까지 베어야하는 건지. 이런 고민이 있어요. 잡초는 놔두는게 좋거든요. 풀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이 책에도 그런 표현이 나와요. 잡초가 있었을 때 흙이 어떻게 바뀌는지.
김학준: 이 책을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지금종: 누구나 다 읽어도 좋을 거예요. 누구에게나 다 좋은데, 특히 삶의 의지가 약해진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남들이 해주는 것만 먹고 사는 사람이 많잖아요. 손하나 까딱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김학준: 좋은 책이 무엇이냐 하는 개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읽을 것인가. 독서운동이 의미가 있는 것이 내가 바라보지 못하는 부분, 벽에 갇힐 수 있는 부분을 갇히지 않게 해주는거죠.
지금종: 저는 그래서 책읽고 수다떠는 모임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점잖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보고 자기가 느낀 것을 차를 마시며 얘기를 하든,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하든, 책을 가지고 수다를 떠는 모임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유로운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다른 사람들의 관점도 이해하게 되거든요. 우리는 그런 식의 접근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너무 경직되거나 고답적인 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김학준: 원래 미국에서 one city one book의 출발도 책읽기 자체가 아니고 토론이었죠. 책 읽고 토론하자. 그 속에서 나하고 다른 관점에 대해 볼 수 있는거죠. 좋은 책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죠. 진짜 좋은 책이라는 것은 읽고 토론해봐야 알아요.
김학준: 시민독서운동을 위한 조언.
지금종: 저는 무조건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근엄할 필요도 없고요. 너무 잘난척 해서도 안되죠. 사람들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보면 많이 있어요. 다양하고 재미있는 방법들을 만들어서 접근하는 것. 당위적이거나 도덕적인 방법으로 너무 구태의연하게 접근하지 말고, 재미있게 접근해서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면 좋겠습니다.
김학준: 나에게 책이란?
지금종: 잘 실행하지 못하는 의무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책을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정말 많아요. 이것도 봐야되고, 저것도 봐야되니, 사실 못보고 미룰 때가 더 많죠. 어떻게 보면 보고 싶어서 본다기 보다는 필요해서 보는 거예요. 딱딱하고 재미없는 책들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책은 의무같은 느낌이 들어요. 잘 실행하지 못하는 의무.
정리사진/ 최선경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