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호 취항 이후 장흥군 지역경제 ‘기지개’

서귀포항에 여객선 취항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르면 오는 8월경 서귀포항에 12년 만에 힘찬 뱃고동이 울릴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여객선 재취항 소식에 침체일로의 지역경제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극심한 과당경쟁 양상의 국내 여객업계 현실에서 여객선이 취항하더라도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귀포항에 여객선 취항을 앞두고 서귀포시와 타시도의 여객선 취항 준비상황 등을 살펴보고, 여객선 취항이 지역경제 창출에 기여하는 방안을 5차례에 걸친 기획취재를 통해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장흥군 노력항 전경.

 


▲ 여객선 취항, 민선군정 역점사업
시민들이 최근 서귀포항 여객선 재취항에 각별한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성산-장흥 노선의 대박 효과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시민과 여객선사들 대부분 관심조차 갖지 않던 성산-장흥 노선에 2010년 7월 오렌지호가 취항한 이후 연일 이용객 인파가 쇄도하면서 여객선에 대한 판도와 기존관념이 한 순간에 뒤바뀌게 됐다.
 
(주)제이에이치페리(옛 장흥해운)는 당초 성산-장흥간 2시간대 주파, 자동차 선적운임 대폭 할인 등 기존 여객선사와 차별화를 내세우며 초쾌속선 오렌지호를 투입했다. 기존 4~5시간의 운항시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키며 제주-목포, 제주-완도 위주의 종전 여객노선에 새로운 변화를 초래했다. 내 차로 가는 제주여행이라는 여행 트렌드를 만들어 현재까지 차량 16만대를 수송하면서 여행객들에게 제주도 여행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는 평가다.
 
전남 장흥군 역시 여객선 취항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민선 군정의 역점사업으로 내걸어, 열악한 재정여건에서도 노력항에 접안시설 확충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장흥 노력항과 성산항 구간을 운항하는 오렌지호는 취항 후 1년 10개월만인 지난 5월 승선여객 누계 100만명을 넘어서는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여객선 인기몰이 여파로 장흥군 토요시장엔 전국의 고객들로 넘쳐나고, 우드랜드와 천관산 등 관내 명소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주민 수보다 소가 많았던 장흥군이 제주와 육지의 관문역할을 하면서 지역 전체에 새로운 활력이 솟아나고 있다.     

 

장흥 토요시장.

 


 
▲ 장흥삼합 등 먹거리 개발
오렌지호 취항으로 가장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2005년 7월 전국 최초의 주말관광시장으로 개장한 장흥 토요시장. 당초 공무원 주5일 근무제 도입을 계기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토요시장을 개설했으나, 행정의 지원에 비해 고객 수요는 다소 미흡한 편이었다.
 
이곳에서는 현재 한우 외에도 주민들이 텃밭에서 재배한 푸성귀와 각종 토산물을 할머니장터에서 직접 판매한다. 득량만 청정해역에서 갓잡아 올린 낙지, 키조개 등 싱싱한 해산물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여객선 취항을 계기로 지역의 대표적 특산물인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을 스토리텔링 소재로 삼아 이른바 장흥 삼합 요리를 개발하며 선풍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키조개와 돼지고기, 낙지를 재료로 한 낙지 삼합을 추가로 개발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장흥 일대에 먹거리가 풍성하다는 소문이 자자하면서 인근 보성군 차밭체험에 나선 관광객들도 먹거리를 찾아 일부러 장흥을 방문하고 있을 정도다. 
 
장흥군은 매주 친절운동과 위생관리 및 품질관리 지도를 통해 토요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토요시장 내 18개소 한우 판매점에서 한우 소비량은 연평균 4500두로, 약 2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오렌지호의 성공적 취항 이후 전남 남서부 해안권역이 관광과 해상운송 메리트를 지닌 지역으로 부각되면서 여타 지자체들이 여객선 취항에 눈독을 들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장흥 토요시장.

 
▲ 여객선 취항 남발에 우려 표명
오렌지호는 넘쳐나는 고객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오렌지 2호를 추가로 투입했다. 오렌지 2호는 인원 800명, 차량 152대를 동시에 적재할 수 있으며, 평균 속력이 32노트, 무게는 2762톤이다. 소요시간은 2시간 20분. 원조 오렌지호가 인원 600명, 차량 80대를 적재하고 2071톤인 점을 고려할 때, 한층 규모가 커진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오렌지호만 1대만 운행하고 있다. 주말 등 수요가 많을 때에 한해 오렌지 2호를 추가 투입하며 하루 2회 왕복하고 있을 뿐이다.
 
장흥군에 따르면 오렌지호 이용객이 최근 정점을 찍은 이후 이용객이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오렌지호의 성공 취항 등을 계기로 인근 목포와 완도, 여수시 등에 새로운 여객선이 속속 생겨나면서 여객선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탓이다.
 
이 때문에 노력항에 들어선 식당과 특산품 판매장에는 여객선 입출항 시간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장흥군은 오렌지호의 인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토요시장 등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함으로써 관광객들이 장흥지역에 돈을 더 많이 뿌리도록 여건조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흥여수 등지에서 서귀포시와 뱃길 개통을 추진하고 있어 한정된 지역경제 여건에서 여객선 취항 남발은 지자체에 공명을 가져올 것으로 내심 우려하고 있다.
 
<전남 장흥군=이현모, 김승범 기자>

 

# 본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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