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대 제주도의회가 최근 후반기 원구성을 마치고 4년 여정의 반환점을 갓 돌아서고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기초의회가 폐지되면서 더욱 커진 도의회의 역할과 비중에 시민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갈수록 정치 소외감이 깊어지고 있으나, 지역사회에 산적한 현안을 거느린 여건에서 도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며 현안 해결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민의대변 창구역할을 맡고 있는 도의원들의 정책공약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제도장치가 갖춰지지 않아 유감이다. 최근 공명선거 정착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방선거 때마다 선거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정책공약 비교분석이 시도되고 있다. 각 후보자들이 내건 주요 정책공약을 유권자들에게 공개함으로써 당선된 이후 공약을 엄중히 실천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선거 시기에 한해 후보자들의 공약 비교분석에 관심이 높을 뿐, 선거 이후 당선자들의 공약 이행여부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불과 2년 전, 어느 도의원 당선자가 어떤 공약을 제시했는지 제대고 기억하고 있는 유권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의원 당선자들도 임기의 절반이 지나고 있음에도 당초 제시한 공약에 아예 발을 담그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도의원들이 지방선거 당시 제시한 공약은 결국 임기 내에 유권자들에 의해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유권자들이 도의원들의 성적표를 토대로 구태의연한 학연․ 지연․ 혈연에 얽매이지 않고 냉철하게 지지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여건이라면 재선 출마에 욕심 있는 도의원들도 실천 가능성 없는 허황되거나 선심성 공약을 버리고, 참신한 공약개발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진정한 정책대결의 장으로 펼쳐지려면 그간의 정책공약 제시 수준에서 벗어나, 정책공약 검증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말의 성찬에 불과한 공약 남발은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도의원들의 책임회피만 조장하는 암적 요인에 다름 아니다. 지방정치와 지방의회 발전을 위해 정부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실성 있는 정책대안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에 이를 맡기기에는 아직 신뢰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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